"우리 실정에 맞는 '과학교육 표준' 중장기적으로 만들자"

"우리 실정에 맞는 '과학교육 표준' 중장기적으로 만들자"

대담=신혜선 정보미디어과학부 부장 , 정리=류준영 기자
2014.12.22 06:00

[머투초대석]김승환 한국과학창의재단 이사장, 문·이과 통합 교육과정 개발 첫 숙제로 받아

김승환 한국과학창의재단 이사장/사진=홍봉진 기자
김승환 한국과학창의재단 이사장/사진=홍봉진 기자

대한민국에서 '공직자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인맥왕 대회'가 열린다면, 김승환 한국과학창의재단 이사장도 강력한 우승 후보 중 한 명일 것이다.

"이사장님은 트위터, 페이스북 등 못 하시는 게 없어요. 바쁠 때는 임직원들이 '카톡'(모바일메신저)으로 결제서류를 보낼 정도죠. '역대 이사장 중 SNS 최강'입니다."

재단의 한 관계자의 말이다. 김 이사장의 페이스북 친구 수는 1424명. 적지 않은 수다. 그는 또 과학문화계 사람들로 이뤄진 비공개모임인 U.I.0 맴버 중 한 명이기도 했다. 과학계에 관심을 갖거나 몸을 담은 사람, 과학과 예술, 인문학간 융합을 고민하고 프로젝트를 하는 사람이라면 한 번쯤은 김 이사장이 쓴 글이나 사진을 보고 실제 만날 기회가 있었다는 얘기다.

SNS 인맥 맺기 달인으로 통하는 김 이사장의 진가가 임기 시작 전 밝힌 공약 실천에 자양분이 될까. 그는 "과학 현장과 사회를 잇는 네트워크를 반드시 만들 것"이라며 "이를 통해 국민의 과학문화 역량을 높이는 게 내 일"이라고 강조했다. 김 이사장의 SNS 활동은 '과학 커뮤니케이션', 즉 과학과 세상 간 활발한 소통의 연장선상이다.

한국과학창의재단은 전임 강혜련 이사장 임기가 5월로 끝났음에도 후임이 선정되지 않아 업무 진척에 어려움을 겪었다. 뇌과학, 물리학쪽에 정통하고 포스텍에서 학생을 가르치는 교수였던 김승환 이사장이 24대 이사장으로 부임 한 건 지난 10월 29일.

정부가 '관피아 척결'을 내세웠던 때라 그 어느 때보다 차기 이사장 선정 심사에 고민이 컸다는 변론이 나오지만, 여하튼 정책·행정 관료 출신이 아닌 순수 과학자가 이사장으로 온 이후 재단이 거는 기대와 분위기는 예전과 사뭇 다르다.

김 이사장 능력이 평가받을 첫 번째 과제는 특히 쉽지 않아 보인다. 그것은 2018학년도부터 도입될 문·이과 통합 교육과정을 새롭게 설계하는 일이다. 어떤 결정이든 교육계 기득권층 반발이 거세질 듯하다. "'정치'를 잘 모르는 과학자 출신이 처음부터 어려운 과제를 떠안았다"는 걱정스런 시선도 읽힌다.

김승환 한국과학창의재단 이사장/사진=홍봉진 기자
김승환 한국과학창의재단 이사장/사진=홍봉진 기자

-과학창의재단 이사장으로 가야겠다고 결심한 이유는 무엇입니까.

▶저는 과학자로서 정체성(아이덴티티)을 가지고 있습니다. 그런데 항상 궁금했습니다. 저 창을 넘어 세상과 사회가 어떻게 소통하는지, 제가 2004년부터 사무총장을 맡았던 아시아태평양이론물리센터는 연구소지만 과학 커뮤니케이션 활동을 굉장히 활발하게 전개해 왔습니다.

때론 과학 문제를 과학자 네트워크 안에서 풀 수 없는 경우가 많습니다. 시류에 따라 달라져야 할 수학·과학교육, 대학 내 기초과학의 역할 등 이런 문제를 풀기 위해선 사회적 맥락이 중요한 데, 이를 해결할 플랫폼이 가만 보니 한국과학창의재단이었습니다.

-'밖으로의 소통'을 강조하셨습니다.

▶얼마전 리차드 스톤(Richard Stone) 사이언스지 국제뉴스 편집장을 만났습니다. 듣자하니 미국과학진흥협회(AAAS)는 과학자들이 적극적으로 사회와 협력해 과학정책과 교육을 만드는 데 앞장서고 (연구성과를)언론에 알리는 역할의 중요성도 함께 강조해 왔습니다. 그리고 이런 일들이 과학자들에게 지극히 자연스럽게 받아들여질 수 있도록 노력해 왔습니다. 재단이 앞으로 해나갈 일들과 무관하지 않다고 봅니다.

-'과학자들은 골방에 박혀 연구에 몰두한다'는 게 일반인들의 생각일텐데 훨씬 더 많은 과학자들이 밖으로 이미 나와 움직이는 듯합니다.

▶"과학이 골방에 갇혀 있다"는 것은 단편적인 묘사인 것 같습니다. 저도 이론물리학을 하지만 이론 물리학자들 스스로가 '유목민'같다고 생각합니다. 예컨대 이들은 과학자나 협력자들이 모이는 공간을 직접 찾아가 최신 학문동향을 토론하고 아이디어를 교환하며, 때로는 공동연구도 진행하는 등 국경을 넘어선 네트워킹 활동을 활발하게 펼쳐왔습니다.

-앞으로 3년 임기 동안 무엇에 방점을 찍고 재단을 이끌어 갈 계획이십니까.

▶지금 그 밑그림을 한창 그리고 있습니다. 3년 후 재단은 50년이란 큰 흐름에 쉼표를 찍게 됩니다. 중요한 것은 예전이나 지금이나 크게 다르지 않습니다. 우리가 조금 더 창의적인 사회로 발전해 나가기 위해 과학문화 수준을 한 단계 업그레이드 하는 겁니다. 그리고 좀 더 많은 과학자들이 이런 문화에 기반한 창의인재육성에 참여토록 하고, 이것을 통해 새로운 패러다임으로 나아가는 토대를 마련하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이 모든 것들을 위한 준비 작업을 임기 동안 꼭 해내고 싶습니다.

-2018학년도부터 문·이과 통합 교육과정이 도입됩니다. 창의재단이 수학·과학 교육과정을 개발한다고 들었습니다.

▶재단의 가장 중요한 현안이지요. 문·이과 통합 교육과정의 총론은 이미 정해져 있고, 우리는 과학·수학교육 과정의 각론을 개발하는 것이 재단의 역할입니다. 우선 수학과학 교육의 본질에 충실하게 교육과정을 개발하고자 합니다. 또 과학적 창의성과 수학적 사고력을 배양해 지식을 아는 것을 넘어 스스로 활용할 수 있도록 교육과정을 개발하고 창의융합형 인재를 양성하고자 합니다.

이를 위해선 무엇보다 과학·수학계와 과학·수학교육계, 현장교사들 모두 함께 뜻을 모으고 힘을 합쳐야 합니다. 이르면 내년 여름 고시할 수 있도록 이미 수학·과학 교육 연구 전담조직을 만들었고, 현재 교육 프로그램을 운영중입니다.

-문·이과 통합에 관해 찬성하셨습니다. 과학계에서는 과학부문이 줄어든다는 우려가 나온 걸로 아는데요.

▶문·이과 통합이란 대명분에 대해선 기본적으로 찬성을 합니다. 이로 인해 과학교육이 위축되는 게 아닌가라는 우려가 나오는 것도 사실입니다. 더 중요한 것은 문·이과 통합 교육과 연계해 과학교육이 나아갈 방향은 과연 어디인지, 긴 숨의 중장기적인 연구 과정이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예컨대 미국은 '차세대 과학교육 표준'(NGSS)을 발표해 미국을 이끌 차세대 인재육성의 국가 가이드라인을 수립했습니다. 영국 등 선진국들도 과학·기술·공학·수학 분야의 중요성을 인식하고 과학교육의 새 틀을 짜고 있습니다. 우리도 우리 실정에 맞는 그런 과학교육 표준을 중장기적으로 연구하고 만들 때가 됐다고 봅니다.

-'세계과학기자대회'가 내년 우리나라에서 열립니다..

▶예, 한국에서 처음 열리는 행사이자 아시아에서도 처음입니다. 과학저널리즘 역할이 사회적으로 점차 확대되고 있습니다. 미국과학진흥협회(AAAS)도 과학저널리즘을 굉장히 중요한 부분으로 생각합니다. 이번 대회 유치를 계기로 한국과학저널리즘이 좀 더 성숙할 수 있는 계기가 됐으면 좋겠습니다.

-과학저널리즘하면 황우석 사태 때 언론들의 보도형태를 복기 안 할 수 없습니다. 최근 '제보자'라는 영화를 본 후 당시 일을 떠올리는 이들이 많습니다만..

▶내년 세계과학기자대회에선 논문의 정직성과 윤리를 감시하는 언론의 역할에 대한 프로그램도 들어가 있습니다. 굉장히 중요한 이슈로 다뤄질 겁니다.

-'2015 세계과학기자대회'를 앞두고 한국과학기자들에게 어떤 주문을 하고 싶으십니까.

▶행사가 끝난 후 한국 과학기자들이 세계 과학저널리스트와 어깨를 겨루는 수준으로 한 단계 업그레이드 됐으면 좋겠습니다. 전문성 측면뿐만 아니라 과학과 사회의 가교 역할을 하는 부분까지 충실히 해주길 기대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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