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0세 앞둔 뇌 과학자의 이유있는 '찢어진 청바지'

50세 앞둔 뇌 과학자의 이유있는 '찢어진 청바지'

대담·정리=신혜선 정보미디어과학부·문화부장 , 류준영기자, 사진=이기범기자
2015.01.17 05:45

김대식 KAIST 전기 및 전자과 교수 "인공지능 완성 전, 인간은 마지막 계몽이 필요하다"

사진=이기범 기자
사진=이기범 기자

블랙진에 가죽점퍼, 검은 뿔테 안경을 쓴 모습은 웬만한 대학생보다 더 멋진 감각이다. 기자 앞에 이런 모습으로 나타난 김대식 한국과학기술원(KAIST) 교수(47)는 전기 및 전자과 과목을 담당하지만 뇌 과학자로 더 유명하다.

그의 옷차림(드레스 코드)은 '찢어진 청바지'로 잘 알려져 있다. "그래도 많이 나아져서 찢어진 청바지는 안 입는다"고 웃는다. 하지만 그런 '드레스 코드'를 고수하는 생각은 변하지 않았다.

초면임에도 기자는 실례를 무릅쓰고 물었다. "나이와 직위에 어울리지 않는다고 하지 않나요? 왜 이렇게 입고 다니시죠?"

김 교수는 답변은 시원했다. "내용과 포장은 다르다는 것을 보여주고 싶었어요. 정말 어른스럽게 정장을 입고, 아이 같은 얘기를 하는 것보다는 아이 같은 옷을 입고 어른스런 얘기를 하는 게 더 낫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는 독일에서 초·중·고와 대학교를 졸업했다. 노벨상 수상자만 32명을 배출해 '노벨상사관학교'로 불리는 독일 막스-플랑크 뇌과학연구소에서 뇌 과학으로 박사학위를 받았다.

미국 MIT에서 뇌인지과학 박사후 과정을 밟은 뒤 일본의 노벨상 수상의 산실로 꼽히는 이화학(RIKEN) 연구소에서 연구원으로 재직했다.

이후 15년 간 미국 미네소타 대학교 조교수, 보스턴대 부교수로 근무한 그는 지난 2009년말 KAIST 전기 및 전자과 정교수로 부임해 뇌 과학과 뇌 공학, 사회 뇌 과학, 인공지능 등 다양한 분야를 연구하며 후학 양성에 힘쓰고 있다.

그는 뇌 과학·인공지능·물리학 뿐 아니라 르네상스 미술과 비잔틴 역사에도 매우 관심이 많다.

최근 그는 '우리 시대의 31가지 위대한 질문: 김대식의 빅퀘스천'이란 책을 펴냈다.

이 책은 과학책이지만 동시에 철학책이다. 많은 사람들이 그에게 물었다고 한다. "자연과학자가 왜 철학책을 내나."

김 교수는 이 대답에도 망설임이 없다. "원래 과학은 질문으로 시작하는 것이고, 호기심에서 시작하는 것이고 영원히 풀리지도 않을 만한 문제를 해결하는 과정에서 생겨나는 거죠. 과학도, 수학도 그 과정에서 생겨나고 궁극적으로 철학이 나옵니다. 과학자가 질문을 하는 게 당연하지 않나요? 질문을 안 하고 답만 하려고 한다면 그것이야말로 '과학 코스프레’이지 과학이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최근 그는 몇몇 언론 인터뷰를 통해 대중들과 만난다. 2014년 연말에는 최태원 SK그룹 회장의 부인인 노소영 아트센터 나비 관장을 비롯한 몇 과학 분야 사람들과 인공지능' 관련 연구 모임 '싱귤래리티(singularity) 99'를 만들었다.

이유는 하나다. 공상과학 소설이나 영화에 머물던 '사람 같은 기계'가 곧 등장할 수 있는 기술이 개발됐고, 그 기술이 주축이 되는 시대는 0.1%를 뺀 나머지의 인간이 '잉여'될 수 있기 때문이다. 김 교수는 이를 '어른이 된 기계'에 빗댄다.

아이 기계는 마치 사람처럼 어른을 이해하지 못해도 그저 수긍할 수밖에 없다. 사춘기를 지난 우리들 모습이다. 하지만 어른은 세상을 지배한다. 기계가 저차원이 아닌 고도의 인공지능을 갖게 된, 아이에서 어른으로 성장한다면 얘기가 달라진다는 거다.

극단적으로 자신이 죽지 않기 위해 에너지가 필요한데 이 에너지를 만드는데 인간이 필요하다면 기계는 어떤 선택을 할 것인가. 김 교수는 기계가 인간을 '도구'나 '자원'으로 활용하지 않을 것이라는 확신을 할 수 없다. 김 교수가 '로봇의 도덕' 이전에 기계가 배울 '인간의 도덕'을 새삼 말하는 이유다. 김 교수는 저서 '김대식의 빅퀘스천'에서 '계몽'으로 말한다.

김 교수는 '빅퀘스천' 차기작을 쓰고 있다. 부제는 '기계는 뭘 원하는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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