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중학교를 다닐 무렵 친구들 사이에는 ‘악기 열풍’이 불었다. 너도나도 치던 피아노가 아니라 플루트, 바이올린, 첼로 등 상대적으로 특별해 보이던 악기들이었다.
열풍의 진원지는 ‘하나만 잘해도 대학 간다’는 소문. 당시 자율성을 강조하면서 특기 하나면 대학간다는 식의 교육정책이 발표되면서다. 그 정책은 불과 1, 2년 만에 사라졌다. 아무것도 변하지 않았고, 갑자기 악기를 잡던 그 친구들은 다시 펜을 들었다. 이후에도 ‘00만 하면 대학 간다더라’는 식의 소문이 쳇바퀴처럼 돌고 돌았다. 예체능에서 컴퓨터, 논술로 바뀌지만 실제로 그 교육 정책으로 성공했다는 학생들을 만나기는 하늘의 별따기다.
이런 류의 정책은 오래가지 못했다. 장관이 바뀌고 정권이 바뀌면 사라졌다. 한 방향으로 꾸준히 가지 못한 교육 정책이 초반 기대한 효과를 낼 리 없다. 학생, 학부모에게 정책의 큰 틀은 소개되지 못하고 ‘그래서 악기 하나만 하면 대학간대?’라는 식의 입소문만 퍼진 점도 정책 실패 요인이 됐다. 마지막으로 해당 분야 인재를 키웠을 때 실제 받아줄 수 있는 시장이 없다는 점도 악순환의 고리로 작용했다.
미래창조과학부와 교육부가 발표한 SW(소프트웨어) 인력 양성 정책에도 벌써 ‘SW만 잘하면 대학 갈 수 있다’는 말이 사교육 시장부터 돌기 시작한다. ‘SW로 대학가기’ ‘대학 나온 SW인력 양성’ 등이 정책 의도가 아님에도 곡해될 가능성이 높다는 것을 보여준다.
이번 정책이 ‘SW만 하면 대학 간다’는 식의 사교육 병폐로 남지 않으려면 과거 사례를 반면교사로 삼을 필요가 있다. 정책 연속성을 지키기 위한 노력은 물론 국내 SW산업 시장을 키우는 정책이 병행돼야 한다. 시장 자체가 성장하지 않으면 SW에 대한 학생, 학부모의 관심도 키울 수 없다.
학생들의 SW에 대한 이해도를 높여 창의적 융합 인재를 양성하고 그 중에 SW에 재능 있고, 흥미 있는 학생들을 일찍부터 키워보자는 것이 이번 정책의 의미다. IT(정보기술)가 사회 전반의 기반이 되는 상황에서 정규 교육 과정을 통해 SW 저변을 확대한다는 의도는 바람직해 보인다. 과거와는 다른 정부의 정책 운영을 기대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