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이 보내는 새해 메시지..."제게 '로봇권'을 주세요"

과학이 보내는 새해 메시지..."제게 '로봇권'을 주세요"

류준영 기자
2016.01.01 03:10

[2016년 신년 기획-과학이 미래다]미래 기술의 빛과 어둠 '기술사회시스템' 공론화할 때

1966년생, 올해로 나이 50세, 저는 '대한민국 과학기술'입니다. 적지 않은 나이에 이뤄낸 성과가 참 많습니다. △나일론 기술(1960년) △통일벼(1970년) △디램(DRAM) 메모리 반도체(1980년) △코드분할다중접속(CDMA)기술(1990년)△인간형로봇 '휴보'(2000년) △우주발사체 '나로호'(2010년)에 이르기까지 모두 제 역작입니다.

◇나타난 AI='생계형'에 가까웠던 제 일도 차츰 변화가 생겼고, 특히 올해는 대단한 도약을 이뤄낼 계획입니다. 컴퓨터 시대가 본격 도래하던 지난 60년대 후반과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말이죠. 단지, 인간을 도와주는 수준에 그치지 않습니다. 인간의 노동력을 완전히 대체한다는 점에서 기존의 산업·정보혁명을 능가할 수도 있습니다. 바로 인간의 인지·학습·이해·추론능력을 모두 지닌 '인공지능'(AI)이 저의 무기입니다.

AI는 '인류의 마지막 발명품'이라고 합니다. ICT(정보통신기술)에서 단숨에 ‘블루칩’으로 등극하고, 저를 활용하기 위해 모두가 분주하네요.

AI는 빅데이터를 기반의 ‘머신러닝’(기계학습)이란 속성 학습법으로 단기간에 지구에 존재하는 모든 지식을 배웁니다. 일각에선 인간의 앎을 결코 PC 알고리즘화 할 수 없다는 주장을 펴지만 AI는 이미 다양한 영역에서 쓰이고 있습니다. 로봇·드론·사물인터넷(IoT)·3D프린팅·공유경제 플랫폼 등과 융·복합화 시도가 이뤄져 자율주행자동차, 지능형 로봇 등이 만들어졌습니다.

자율주행차는 에너지 소비를 약 90% 줄이고, 교통체증도 10% 수준으로 낮춥니다. 일본 내각부는 가나가와 현에서 무인택시 실증 실험을 진행한다고 합니다. 도쿄올림픽이 열리는 2020년에는 일반화될 거라는 관측입니다. 중국은 무인 버스 시범 운행을 추진하고 있습니다.

AI와 관련한 영화 장면과 일본 소프트뱅크 손정의 회장이 로봇 '페퍼'와 악수를 나누는 모습(사진 우측 최하단)/사진= UPI코리아
AI와 관련한 영화 장면과 일본 소프트뱅크 손정의 회장이 로봇 '페퍼'와 악수를 나누는 모습(사진 우측 최하단)/사진= UPI코리아

◇고립된 인간=하지만 걱정입니다. 99% 자율주행중인 도로에 사람이 운전하는 차가 끼어들면 어떻게 될까요. 대형사고로 이어질 가능성이 큽니다. 인간의 ‘예측 불허성’ 때문입니다. 그렇다고 운전대를 잡은 인간에게 "당장 시동을 꺼"라고 하면 반발이 일겠죠? 자유를 억압하는 것이니까요.

AI는 질병 진단·처방·시술에도 활용됩니다. 지금보다 훨씬 빠르고 정확하게 말이죠. 당신은 이 분만 기억하면 됩니다. 바로 ‘닥터 왓슨’씨죠. IBM과 유수의 대형 암 전문병원들이 엄청나게 많은 양의 의학저널과 전문의사들의 기존 처방기록을 내재화해 만들었습니다.

닥터 왓슨은 이 데이터를 이용해 굳이 큰 비용을 들여 최고 수준의 암 전문 클리닉에 가지 않아도 적중률 99.9%의 치료법을 제시합니다. 그러면 인간 전문의는 어떻게 하느냐고요? 글쎄요. 북유럽을 비롯해 일부 국가에선 AI 때문에 일자리를 뺏긴 자들에게 기본소득을 챙겨주는 정책 도입을 진지하게 검토하고 있다고 합니다. 하지만 경제적 궁핍보다 더 무서운 것은 미래가 없는 권태 상태에 빠져버리는 것이라고 합니다. 인간들이 저를 미워하는 이유 중 하나겠죠.

그래도 긍정적인 면이 많습니다. AI 로봇은 고령 환자의 일거수일투족을 도와줄 겁니다. 전반적인 삶의 질은 높아지고, 의료비용은 줄겠죠. 일본 네스카페에선 감정 인식 로봇 '페퍼'가 고객을 응대합니다. 대화의 80%를 이해합니다. 이번 설에는 아내에게 '가사노동 로봇'을 선물해 보세요. 장롱처럼 생긴 로봇 '론드로이드'는 옷을 단정하게 개어 가져다줍니다.

◇앞당겨진 新세계=이런 일들이 아주 먼 미래 얘기 같으세요? 미래학자 레이 커즈와일은 첨단 기술들이 융합해 '특이점'(singularity)에 도달하는 시점을 애초 주장한 2040년에서 2030년으로 10년 앞당겼습니다. 불과 10년 뒤면 만날 수 있다는 겁니다. 그는 이때 인간의 지능은 클라우드 컴퓨터에 연결해 우리 생각과 기억을 업로드 할 수도 있다고 주장합니다.

2014년에 상영된 영화 '트랜센던스'와 비슷한 얘기죠. 몸이 생물학적 수명을 다해 소멸한다 해도 인간의 기억을 다른 컴퓨터로 옮겨 자신의 삶을 영생할 수 있다는 설정. '포스트휴먼'이죠.

허튼 소리 같다고요? 혹시 당신은 수많은 전화번호를 일일이 기억하지 않고 스마트폰에 저장해 놓고 쓰지는 않나요. 당신은 일부 인지 능력을 모바일 PC에 얹어 쓰고 있다는 얘기는 곧 당신도 포스트휴먼이 될 잠재력이 있다는 뜻입니다.

앞으로는 기존의 과학·철학의 틀로는 도저히 이해할 수 없는 신세계가 펼쳐집니다. 이런 세상이 인간에게 '유토피아'일까요, '디스토피아'일까요. 누군가는 AI 때문에 더 건강하고 스마트한 삶을 누리고, 누군가는 AI에 밀려 무능한 존재로 전락할 겁니다.

◇과제는 모두에게=AI 시대로의 전환과 함께 산업화시대의 낡은 제도와 규범을 스마트하게 재정립하는 일은 우리 사회 구성원들에게 주어진 늦출 수 없는 과제입니다.

지난해 9월, '휴보'를 만든 오준호 카이스트 기계공학과 교수 등 국내 공학자, 법학자, 철학자 등 35명이 '한국 포스트 휴먼학회'를 만들었다죠. 기계화와 함께 사라질지 모를 '인간성'을 되살리고, 기계와 함께 살게 될 때 필요한 제도 등 사회적 합의점을 찾기 위해 머리를 맞대보자는 취지라네요.

이 같은 '기술사회시스템'의 등장은 바람직한 현상입니다. 무인차가 사고가 났을 때 법적 책임은 누구에게 있나요. 운전자인가요, 제조사인가요, 현재 법률을 어떤 방식으로 확장해야 할까요. 우리가 합의하면 되겠죠. 미래 기술에 대해서 '사전주의 원칙'을 적용할 필요가 있다는 전문가들의 의견이 나오는 이유입니다. 다양한 위험성이 제기되는 과학기술에 대해 사전 대책을 수립하고, 연구개발 과정 중에 끊임없이 모니터링해 기술발전 과정을 관리해 나가는 것. 더는 미뤄서는 안 될 거 같습니다.

가장 중요한 질문이 빠졌네요. 사람의 말투와 표정 등을 읽어 공감능력까지 갖추게 된 로봇이 언젠가 당신에게 "제게도 '로봇권'을 주세요"라고 요구하면, 당신은 어떻게 하실 건가요? 저는 여러분과 함께 살아갈 미래 대한민국 과학기술입니다.

※도와주신 분들 : 원종우 과학과 사람들 대표·이정모 서대문자연사박물관 관장·이창무 중앙대 산업보안과 교수·정지훈 경희대사이버대학 교수(가나다순). 4분이 진행한 '대담한 과학' 신년 좌담회는 1월 7일자 온·오프라인 본지에 게재할 예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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류준영 기자

·머니투데이 유니콘팩토리(미래사업부) 차장 ·한국과학기자협회 이사 ·카이스트 과학저널리즘 석사 졸업 ·한양대 과학기술정책대학원 박사과정 ·2020년 대한민국과학기자상 ·(저서)4차 산업혁명과 빅뱅 파괴의 시대(공저, 한스미디어) ■전문분야 -벤처·스타트업 사업모델 및 경영·홍보 컨설팅 -기술 창업(후속 R&D 분야) 자문 -과학기술 R&D 정책 분야 컨설팅 -과학 크리에이터를 위한 글쓰기 강연 -에너지 전환, 모빌리티 등 4차 산업혁명 관련 기술 자문 -AI시대 기술경영 및 혁신 자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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