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봇, 잘 알지도 못하면서? '로알못' 위한 책 골라읽자

로봇, 잘 알지도 못하면서? '로알못' 위한 책 골라읽자

박다해 기자
2016.03.16 03:10

인공지능 로봇과 인간의 공존법·로봇 윤리 다룬 책부터 SF소설 고전까지

"AlphaGo resigns. The result 'W+Resign' was added to the game information." (알파고가 패배했다. '백돌의 불계승'이라는 결과가 게임 정보에 추가됐다)

지난 13일 이세돌 9단과 인공지능(AI) 로봇 알파고의 4차전, 알파고 화면에 기권 메시지가 뜨는 순간 지켜보던 이들은 환호했다. 힘든 싸움을 견뎌낸 이세돌에게 보내는 응원이자 '인간'으로서 마지막 자존감을 지켜냈다는 안도가 섞였다.

이세돌 9단과 알파고의 대국은 아직 미완이어도 사고와 판단이 가능한 인공지능 로봇이 더는 영화 속에만 존재하는 상상의 존재가 아님을, 그리고 우리의 예상보다 훨씬 더 빠른 속도로 발달하고 있음을 보여줬다.

인공지능 로봇은 의학부터 금융권, 예술분야까지 인간의 직업을 대체할 것이란 전망이 나온 지 한참이다. 위기감은 직관, 감성 등 인간 고유의 영역이라고 여기던 분야까지 넘본다는데서 나온다.

인공지능 로봇은 어떤 존재이고 인간은 어떻게 공존해야 하는가. 인공지능은 무서운 속도로 발전하고 있지만, 그에 대한 논의는 여전히 초보적인 수준에 머물러 있다는 것이 관련 전문가들의 공통적인 지적이다. '지피지기'면 '백전불태'라 했다. 상대를 알고 나를 알면 백 번 싸워도 위태롭지 않다. '디지털 문맹'이 되지 않기 위해 '로봇을 잘 알지 못하는 사람'('로알못')들이 꼭 봐야 할 인공지능 관련 책을 소개한다.

◇ '로봇시대' 사람다움은 어떻게 지켜나갈 것인가

우선 교보문고, 예스24, 알라딘 등 서점의 인문·사회·과학 분야 MD로부터 가장 많은 추천을 받은 책은 '로봇시대 인간의 일'(구본권·어크로스)과 '인간은 필요없다'(제리 카플란·한스미디어)이다.

'로봇시대 인간의 일'은 인공지능 시대에 인간이 어떻게 살아가야 할지 구체적인 질문을 던진다. 무인자동차, 감정을 지닌 휴머노이드와 반려로봇, 대학의 몰락, 기계 기억을 이용한 '외뇌' 등 우리가 맞닥뜨릴 상황 속에서 '오류투성이'인 사람이 어떻게 사람다움을 지키며 살아갈 수 있을지 탐색한다.

'인간은 필요없다'는 인간의 삶과 생계수단을 통째로 변화시키는 인공지능 시대에 가속화될 노동시장의 불안과 소득불평등을 고찰한다. 실리콘밸리 출신의 인공지능학자인 저자 제리 카플란은 미래사회가 '자산 대 사람의 투쟁'이 될 것이라고 강조하며 새로운 경제체계와 사회정책을 도입해 보완해나가야 한다고 주장한다.

이밖에 인공지능이 바꿔나갈 산업 구조를 예측하고 인류가 풀어야 할 과제와 방향성을 제시한 '인공지능과 딥러닝'(마쓰오 유타카·동아엠엔비), 초소형 전자기기부터 로봇 행성 탐사 차량에 이르기까지 현재 인공지능 연구가 어디까지 진행됐는지 다양한 분야를 총망라해 설명한 '인공지능1'(스튜어트 러셀, 피터 노빅·제이펍) 등도 추천목록에 올랐다.

◇ 로봇, 인간의 '윤리'와 '정치'를 학습하다

인공지능이 발전할수록 인간의 윤리 문제도 함께 대두된다. 기술발달이 만드는 미래를 유토피아 혹은 디스토피아로 가르는 그 경계선은 바로 어떤 윤리를 가치판단의 기준으로 삼고 이를 인공지능에 적용하느냐에 있다.

'호모 사피엔스씨의 위험한 고민'(권복규 등·메디치미디어)과 '왜 로봇의 도덕인가'(웬델 월러치·콜린 알렌, 메디치미디어)는 인공지능 시대에 꼭 필요한 인문학적인 고민과 로봇 윤리를 다룬 책이다.

'호모 사피엔스씨의 위험한 고민'은 과학과 기술이 낳을 수 있는 가치 충돌 상황을 살펴본다. 로봇에게 인격을 부여할 것인가, 기계가 인간다워질 때 '휴머니즘'은 어디서 찾아야 하는가, 유전자 공학이 낳을 '부익부 빈익빈' 미래는 어떻게 대비할 것인가. 8명의 저자는 이 같은 질문에 어떻게 답해야 하는지 살펴본다.

'왜 로봇의 도덕인가'는 지능을 지닌 기계의 윤리적인 규범을 어떻게 만들어야 하는지 고민한다. 저자는 '로봇의 도덕'에 관한 연구가 왜 지금 필요한지, 그와 관련된 기술적인 문제는 어떤 것이 있는지 영화 등 흥미로운 소재를 통해 설명한다. 또 로봇설계과정을 통해 인간의 윤리적인 결정 과정을 돌아보면서 오히려 인간 스스로를 이해할 수 있다고 강조한다.

사이보그가 가져올 정치적인 갈등 요인을 분석하는 신간 '사이보그 시티즌'(크리스 그레이·김영사)도 주목할만하다. 저자는 인간과 사이보그의 경계, 선과 악의 경계가 점차 모호해지는 미래에 인간의 가치를 결정할 것은 결국 정치라고 본다. 기술을 중심으로 시민의 정의와 역할은 재정립되고 정부나 일부 부유층만이 기술과학의 주도권을 잡지 않도록 개인에게도 정치적인 보호가 필요하다는 것. 이밖에 가족, 젠더, 노동, 스포츠, 전쟁 등 다방면에 걸쳐 사이보그화가 가져오는 영향을 진단한다.

◇ SF소설·전문가 강연 통해 '인공지능'시대 상상해볼까

로봇을 다룬 전문서적이 거리가 멀게 느껴진다면 소설을 통해 인공지능 시대를 상상해보는 건 어떨까. SF소설의 고전으로 꼽히는 '뉴로맨서'(윌리엄 깁슨·황금가지)는 '사이버스페이스'라는 말이 최초로 쓰인 소설로 기계를 몸에 삽입하고 인간의 능력을 증폭시키는 첨단 의술과 가상현실(VR) 기술이 등장한다. 사이보그와 인간의 정체성을 다룬 만화 '공각기동대'도 '뉴로맨서'로부터 영향을 받았다.

이밖에 출간 예정인 인공지능 관련 책도 여럿이다. 출판사 동아시아는 제임스 배럿의 '아워 파이널 인벤션'을 준비 중이다. 인류의 마지막 발명품을 인공지능으로 상정하고 디스토피아적인 미래를 그린 책으로 정지훈 경희사이버대 교수가 번역을 맡았다. 김대식 카이스트 교수의 책 '김대식의 인간과 기계'도 이르면 4~5월 중 출간될 예정이다.

사이언스북스는 이달 말 '컴퓨터 과학의 아버지'라고 불리는 존 폰 노이만 교수의 마지막 강연을 엮은 '컴퓨터와 뇌'를 준비 중이다. 컴퓨터 과학의 본질과 인간의 두뇌를 비교한다. 또 '인공지능의 선구자'라고 불리는 마빈 민스키 MIT 교수의 강연을 담은 '감정기계'도 출간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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