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삼권분립’은 초등학교 교과서에도 나온다. 권력의 집중과 남용을 막기 위해 입법과 사법, 행정 권한을 분리한다는 내용이다. 하지만 현실에서는 이 원칙이 제대로 지켜지지 않는 경우가 종종 발생한다. 방송통신 분야가 그렇다.
지난해 있었던 700㎒ 주파수 대역 할당안이 대표적이다. 당시 국회는 행정부 권한인 주파수 할당 결정권을 두고 특별 소위원회까지 만들어 담당부처인 미래창조과학부를 압박했다.
이 결과 700㎒ 대역을 국가재난망과 이동통신, 지상파 UHD 등 3곳으로 쪼개 할당했다. 한정된 공간에 비해 많은 사용처가 빽빽하게 자리를 잡다 보니 각 대역 간 전파간섭에 대한 우려가 흘러나왔지만 소용 없었다.
최근 이동통신 주파수 경매에서 700㎒ 주파수가 유찰된 것도 이 영향이 크다. 이로 인해 정부는 최소 7620억원의 세수확보에 차질을 빚게 됐다. 지상파 방송사들 역시 혼신 우려로 인해 일부 대역을 꺼리는 눈치다.
한 때 ‘황금 주파수’로 불린 700㎒ 대역이 이쪽 저쪽으로 애물단지 신세로 전락했다. 결과적으로 국회가 나서 국가 공공재의 효율적인 운용을 방해한 꼴이 됐다.
방송통신 정책에 대한 입법부의 월권은 다시 시작될 낌새다. 이번에는 SK텔레콤와 CJ헬로비전의 인수합병(M&A)이 도마 위에 올랐다. 개원 전부터 20대 국회 인사들이 이런저런 입장을 쏟아내고 있다.
우상호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는 대기업의 방송장악 및 통신 독과점 강화 등을 지적하며 보완책을 내놓아야 한다고 행정부를 압박했다.
배덕광 새누리당 의원 역시 “(인수합병 승인은) 급하게 처리할 문제가 아니다”라며 “국회가 개원하면 관련 사안을 보고받겠다”고 말했다. 추혜선 정의당 당선자 또한 국회가 열리면 우선적으로 진행할 정책 가운데 하나로 M&A 개입을 꼽고 있다.
M&A 승인 여부 역시 오롯이 행정부가 결정할 사안이다. 삼권분립 원칙상 입법부는 개입할 여지가 별로 없다. 특히 이번 M&A 승인 여부는 향후 방송통신 생태계와 발전 방향에 큰 영향을 미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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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성이 담보되지 않은, 삼권분립 원칙에도 맞지 않는 정치권의 과도한 개입이 자칫 국가 미래산업에도 악영향을 미치지 않을지 우려된다. 700㎒ 주파수 할당에서 보여준 정치적 정책 결정이 어떤 폐해를 끼쳤는 지 지켜보면 더욱 걱정하지 않을 수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