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비디아·아이온큐와 '맞손'…韓 AI 대전환 가속화 기대"

"엔비디아·아이온큐와 '맞손'…韓 AI 대전환 가속화 기대"

박건희 기자
2026.04.22 04:00

[2026 키플랫폼] 키맨 인터뷰 - 이식 KISTI 원장

이식 한국과학기술정보연구원(KISTI) 원장 /사진=류준영
이식 한국과학기술정보연구원(KISTI) 원장 /사진=류준영

젠슨 황 엔비디아 CEO(최고경영자)가 지난해 10월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참석차 방한했을 때 '소버린 AI(인공지능)'를 위한 협력을 약속하며 국내 연구계에서 유일하게 이 기관의 이름을 언급했다. 올 상반기 슈퍼컴퓨터 6호기(한강) 완공을 앞둔 한국과학기술정보연구원(KISTI)이다.

이식 KISTI 원장은 머니투데이와 만나 "국가 AI 인프라와 데이터를 책임지는 KISTI의 어깨가 여느 때보다 무거운 시기"라고 했다.

KISTI는 올 하반기 슈퍼컴 6호기 '한강'을 개방한다. 국가 컴퓨터 최초로 AI 연구에 최적화한 슈퍼컴퓨터다. CPU(중앙처리장치)만으로 구성된 이전 세대 슈퍼컴들과 달리 GPU(그래픽처리장치) 8496개가 탑재된다. 거대계산과학과 데이터 분석을 넘어 AI 모델 연구도 가능해진다는 의미다. 슈퍼컴 6호기는 국가 대형 연구인프라로서 AI 자원부족에 시달려온 국내 학계와 기업에 전면개방된다.

KISTI는 지난달 엔비디아와 HPC(고성능컴퓨팅) 및 AI 분야 협력을 위한 MOU(업무협약)를 체결했다. 슈퍼컴 6호기를 기반으로 대규모 과학 AI와 GPU 가속 컴퓨팅을 공동연구하기 위해서다. KISTI는 미국 양자컴 기업 아이온큐와도 협약을 맺었다. 슈퍼컴 6호기와 양자컴퓨터를 연결해 '하이브리드 컴퓨팅' 플랫폼을 구현할 계획이다.

머니투데이 글로벌 콘퍼런스 '2026 키플랫폼'(K.E.Y.PLATFORM 2026) 무대에 서는 이 원장을 만나 글로벌 IT(정보기술) 기업과 AI 대전환을 이끄는 KISTI의 청사진을 들어봤다.

엔비디아, 아이온큐… 글로벌 대기업의 '접점'에 KISTI가 있다
슈퍼컴퓨터 6호기 (한강) 개요/그래픽=윤선정
슈퍼컴퓨터 6호기 (한강) 개요/그래픽=윤선정

-엔비디아와 손잡게 된 계기는 무엇입니까.

▶본격적으로 기관 차원의 협력을 약속한 건 지난해 10월 경주에서 열린 APEC 정상회의 서밋이었습니다. 당시 KISTI-엔비디아간 CoE(Center of Excellence) 협력계획을 발표했고 올해 3월 미국 새너제이에서 열린 엔비디아의 AI 콘퍼런스 'GTC 2026'에서 업무협약을 체결했습니다. 슈퍼컴 6호기가 완공되면 이를 기반으로 대규모 과학 AI 연구 등을 위해 협력할 계획입니다. 연구자를 파견하는 인력교류는 물론 해커톤 경연대회를 함께 개최할 계획도 있습니다.

-KISTI를 특히 주목한 이유는 무엇일까요.

▶엔비디아와 KISTI는 오래전부터 좋은 관계를 맺어왔습니다. 고성능컴퓨팅은 물론 물리, 화학, 생물 등 다양한 분야의 연구자가 엔비디아와 40년 가까이 긴밀히 교류했지요. 엔비디아가 지금처럼 세계를 뒤흔드는 글로벌 대기업이 되기 전입니다.

엔비디아는 다양한 과학기술 연구자와 직접 소통할 창구를 찾고 있습니다. AI 반도체를 넘어 사업영역을 다각화하기 위함입니다. 과학기술 특화 파운데이션 모델만 하더라도 화학, 물리 등 각 분야의 전문가가 보유한 데이터와 노하우가 필요합니다. 엔비디아가 KISTI와 같은 연구기관과 손잡는 건 다양한 유스케이스(use case·활용사례)를 확보하려는 시도라고 볼 수 있습니다. AI 전환을 위한 한국 정부의 전폭적인 지원과 국민적 관심도 빼놓을 수 없는 이유입니다.

-엔비디아, 아이온큐와 슈퍼컴-양자컴 하이브리드 플랫폼도 구축한다고 들었습니다.

▶미국 양자컴 기업 아이온큐의 100큐비트급 이온 트랩 기반 양자컴퓨터 '템포'가 KISTI 본원에 구축됩니다. 최근 'GTC 2026' 참석차 미국에 방문하면서 아이온큐 생산공장에서 양자컴 제작상태를 점검했습니다. 2026년 말까지 구축을 완료하는 게 목표입니다.

양자컴 설치가 완료되면 슈퍼컴 6호기와 연결합니다. 슈퍼컴과 양자컴이 결합한 하이브리드 플랫폼을 국내에 조성하는 겁니다. 엔비디아가 기대하는 성과도 여기에 있습니다. 엔비디아는 최근 양자컴퓨팅 기반 AI 모델 개발에 나섰는데 이에 앞서 실제 연구계에서 나온 양자컴 활용사례가 필요합니다. 이처럼 엔비디아의 수요, 아이온큐의 수요가 만나는 접점에 KISTI가 있는 겁니다.

-고성능 AI 연구 플랫폼이 국내에 들어서면 무엇이 달라질까요.

▶컴퓨터 인프라의 규모가 그 국가의 R&D(연구·개발) 규모를 결정합니다. 연구자가 아무리 혁신적인 아이디어를 가졌어도 인프라가 받쳐주지 않으면 실현이 어렵습니다. 성능 낮은 컴퓨터로는 문제풀이에 시간이 너무 오래 걸리죠. 결국 세계적인 기술의 발전속도를 따라잡을 수 없게 됩니다. 고성능 국가 컴퓨팅 인프라를 구축한다는 건 연구계와 산업계가 그런 제약에서 자유로워진다는 의미입니다. 그간 수많은 대학·기관 연구자가 GPU 부족으로 AI 연구에 어려움을 겪었습니다. 슈퍼컴 6호기 구축과 함께 올해부터 연구계에 배분되는 정부 GPU에 힘입어 이런 갈증이 조금은 해소될 것으로 기대합니다.

이식 한국과학기술정보연구원(KISTI) 원장 /사진=류준영
이식 한국과학기술정보연구원(KISTI) 원장 /사진=류준영

-인프라 구축 외에도 AI 시대에 필요한 국가적 과제가 있다면.

▶데이터입니다. 구체적으로 말하면 방대한 데이터를 총집합해 체계적으로 관리하고 분석하는 시스템이 필요합니다. 미국의 경우 NSF(미국 국립과학재단) NIH(미국 국립보건원) 등 정부 R&D 관리기관을 중심으로 방대한 데이터가 속속 모입니다. 정부 지원을 받아 나온 과제의 데이터는 모두 수집하는 겁니다. 한국의 상황은 조금 다릅니다. 각 연구실의 데이터가 한데 모이지 못하고 분산돼 있습니다. 현재 이를 해소하기 위한 '국가연구데이터법'이 국회에서 논의 중입니다. 연구자와 기관간 데이터 공유를 활성화하는 게 골자입니다.

다만 데이터 분석은 또 다른 문제입니다. 수많은 고성능 국가 슈퍼컴을 보유한 미국조차 데이터 처리에 허덕입니다. 구글, 마이크로소프트, 아마존 등 민간기업의 참여를 독려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습니다. 한국에서도 'K-문샷 프로젝트'를 가동했습니다. 기업, 출연연(정부출연연구기관), 대학이 함께 과학기술 데이터를 기반으로 AI 활용연구를 수행하는 겁니다.

-한국형 '피지컬 AI'는 어떻게 준비해야 합니까.

▶인간의 역사는 언제나 '아웃소싱'의 역사였습니다. 기억저장, 계산, 추론과 생성까지 기계에 맡겨왔죠. 지금까지는 이 모든 게 가상세계에서 벌어졌습니다. 하지만 언제까지나 가상세계에 머무를 순 없습니다. 인간과 AI의 결합은 물리적인 세계에서 구현돼야 하고 이것이 결국 피지컬 AI입니다.

피지컬 AI의 핵심도 데이터입니다. 한국 산업계에서 나오는 방대한 데이터를 체계적으로 관리해야 합니다. 외국 유수 제조기업에서 아무리 훌륭한 데이터가 나오더라도 공개하지 않으면 쓸 수가 없습니다. 우리만의 산업데이터를 확보하고 통합관리하는 시스템이 더 중요해질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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