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순실 연관없는 창업생태계 사업도 직격탄…성장·일자리 골든타임 놓칠라
“창조경제의 핵심은 창업 열기를 북돋아 미래성장 가능성과 일자리를 키우겠다는 것인데 여기에도 비선실세가 개입했다는 것이 믿기지 않습니다.” 서울창조경제혁신센터(이하 혁신센터) 소속 A기업 대표의 푸념이다. 그는 “정부 정책을 믿고 창업에 나섰는데 현재로선 한치 앞을 예상할 수 없다”고 걱정했다.
지방의 한 혁신센터에 근무하는 B씨도 최근 상황이 개탄스럽다. 그는 “도전하는 청년들을 지원하는 일에 보람을 느끼고 자부심도 컸지만 ‘최순실게이트’ 이후 주변의 눈초리가 부담스럽고, 당장 내년부터 일자리 걱정을 해야 할 처지”라고 토로했다.
◇최순실게이트로 얼어붙는 스타트업=대한민국 창업생태계가 최순실 게이트의 불똥이 튀고 있다. 창조경제 관련 일부 사업에도 최순실씨와 차은택씨가 관여한 정황이 드러나면서부터다.
우선 창조경제혁신센터 등 창업 생태계 사업 예산 확보에 비상이 걸렸다. 국회 예산결산위원회는 미래부가 제출한 내년 예산 가운데 50억원에 달하는 ‘지역혁신 생태계 구축’ 예산을 보류했다. 이들 예산은 18개 지역 혁신센터의 보육기업 지원에 쓰인다. 누적 기준 1475개의 기업이 혁신센터를 통해 창업했다. 더욱이 서울시 등 주요 지자체들도 혁신센터 예산을 전액 삭감하거나 줄이고 있다.
공직사회 분위기도 위축되고 있다. 일부 부처를 중심으로 스타트업·미래산업에 대한 직접지원 예산을 줄이고 이를 교육·인프라 개선으로 돌리려는 움직임이 곳곳에서 포착되고 있다. 자칫 비선실세 특혜 의혹에 시달릴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김광현 디캠프(은행권청년창업재단) 센터장은 “최순실게이트 여파로 정부의 역할이 줄어들 수 있다”며 “당장 정부 매칭 펀드 운용이 축소·중단되면 창업기업에 대한 투자재원도 크게 줄어들 것”이라고 우려했다.
스타트업 대표 C씨는 “박근혜 대통령의 거취문제가 빨리 결정돼야 국정 마비가 해소되고, 창업정책 역시 제자리를 찾을 수 있다”며 “비판여론 탓에 스타트업 생태계 전반에 부정적인 기류가 흐르고 있다”고 지적했다.
◇창업생태계 골든타임 놓칠라=정국 혼란이 가중되면서 이제라도 박근혜 정부 상징인 ‘창조경제’에서 창업생태계 조성 사업을 명확히 분리해야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스타트업 대표 D씨는 “혁신센터 입주기업을 포함해 초기 스타트업 가운데 정부 지원이 줄어들면 심각한 타격을 받을 곳이 한두곳이 아닐 것”이라며 “국회와 지자체도 예산심사 과정에서 최씨 등과 연관이 없는 순수한 창업진흥 정책을 구분해 지원정책이 유지돼도록 해야한다”고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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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각에선 이번 기회에 현 정부의 창업생태계 정책을 근본적으로 재점검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높다. 임정욱 스타트업 얼라이언스 센터장은 “정부의 창조경제 정책이 보여주기식 단기목표에 집중되면서 창업기업들이 정책홍보를 위한 행사동원, 서류작업에 역량을 소모해야 했다”며 “스타트업이 사업 본질에 충실할 수 있는 정책 개선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어 “정부 중심 ‘톱다운(수직하향방식)’ 방식에서 벗어나 대기업과 창업기업들이 자생적으로 시너지를 낼 수 있도록 창업생태계 정책 전반을 점검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창업투자업계 관계자는 “창조경제 정책 이후 정부의 양적 성장 위주의 정책 탓에 눈먼 지원 자금들도 많아져 정부 지원과 사업과제에만 의존하는 ‘좀비 벤처’가 대거 양산되는 부작용도 초래했다”며 “될만한 스타트업에 ‘옥석옥’ 투자가 이뤄질 수 있는 질적 위주의 창업지원책으로 정책이 수정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그는 “현 시국이 장기화될 경우 정권 치적쌓기용 ‘창조경제’라는 간판에 매달리기보다 차기 정권에서도 영속될 수 있는 시스템 마련이 절실해보인다”고도 조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