쪼개기식 조직개편? 플랫폼형 기술혁신부처 '절실'

쪼개기식 조직개편? 플랫폼형 기술혁신부처 '절실'

임지수 기자
2017.03.24 10:13

[총성없는 전쟁 '4차산업혁명'下]4차 산업혁명 시대, 바람직한 ICT 거버넌스는

[편집자주] 전세계적으로 4차 산업혁명 시대를 맞아 첨단기술 주도권 확보를 위한 국가간·기업간 경쟁이 치열하다. 미래 기술 경쟁력에 따라 향후 국가 경제 패러다임이 좌우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이른바 지능정보사회다. 그러나 정보화 사회(3차 산업혁명기)와 달리 기술 주도권 못지 않게 미래기술을 받아들일 수 있는 사회·제도적 대응도 중요하다고 전문가들은 입을 모은다. 인공지능(AI)·로봇 기술이 인류사회에 제공하는 편의성 이면에는 일자리 감소나 양극화 등의 부작용도 우려되기 때문이다.우리나라 정부와 기업들이 4차 산업혁명 그 자체, 나아가 4차 산업혁명이 초래할 사회적인 변화 등에 어느 정도 대비하고 있는지를 살펴본다. 또 이에 걸맞는 바람직한 정부 역할과 효율적인 정부 조직 체계를 짚어본다.

5월 조기 대선을 앞두고 정부 조직개편에 대한 논의가 한창이다. 4차 산업혁명 시대를 앞두고 새로운 기술 격변에 따른 미래 사회에 선제 대응할 수 있는 정부 역할이 절실하다는 지적이다. 전문가들은 매번 반복돼온 헤쳐모여식 정부 조직개편 구도에서 벗어나 융합에 따른 기술·사회 변화에 효율적으로 대응하고 부처간 플랫폼 역할을 수행할 수 있는 혁신·융합 전담부처가 반드시 필요하다고 입을 모은다.

/그래픽=최헌정 디자이너
/그래픽=최헌정 디자이너

◇쪼개고 붙이고…ICT·과학 부처, 정권 출범 때 마다 ‘흔들’=사실 ICT(정보통신기술)와 과학기술 등은 세계적 위상에도 불구하고 관련 정책을 주도하는 정부조직은 수난사가 거듭돼왔다.

ICT 정책 컨트롤타워 역할은 1994년 김영삼 정부 이후 정보통신부가 맡다 2008년 이명박 정부가 들어서면서 당시 방송통신위원회, 지식경제부, 안전행정부, 문화체육관광부 등으로로 그 기능이 분산됐다. 과학기술 정책도 1998년 김대중 정권 출범과 함께 과학기술부가 전담해왔지만 이명박 정부 때 교육인적자원부에 흡수돼 교육과학기술부로 개편됐다.

기술 관련 부처가 통합된 건 박근혜 정부 들어서다. 여러 부처로 흩어졌던 ICT와 과학기술 정책 기능이 통합돼 현재의 미래창조과학부가 출범했다. 그러나 또다시 고비를 맞고 있다. 새 정부 출범을 앞두고 정부조직 개편 1순위로 미래부가 거론되고 있다. 박근혜 정부의 상징부처로 인식돼온 탓이다.

전문가들은 정권 교체기마다 반복되는 정부조직 개편에 우려를 표하고 있다. 정책 추진동력과 전문성을 약화시키는 요인이 지목돼왔다. 더욱이 중장기 비전이 절대적인 ICT와 과학기술 정책부처는 더하다.

사실 국제통화기금(IMF) 외환위기 후 ICT 산업은 우리나라 경제 성장의 원동력이었지만 이명박 정부 시절 정보통신부와 과학기술부가 해체된 뒤 국가 경쟁력이 크게 약화됐다. 2007년 11위를 기록했던 세계경제포럼(WEF) 국가 경쟁력 순위가 매년 하락해 2011년 24위까지 추락했다. 과학기술과 ICT를 국가 혁신 인프라로 판단하는 대신 다른 산업분야를 지원하는 부수적 도구로만 오판한 결과다.

◇4차 산업혁명 시대, 기술혁신·수평적 정책 조정자로서 정부 지향해야=전문가들은 정치론적인 정부 조직 개편 논의보단 과학기술·ICT 정책 기능이 더욱 시너지를 낼 수 있는 정책 전담부처를 통해 기술 혁신을 이어가야 한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특히 바이오 IT나 물리·화학과 인공지능의 결합 등 새로운 기술 진보가 이뤄지고 있는 상황에서 과학기술과 ICT 기능 분리도 바람직하지 않다는 의견이다. 가령 뇌 연구, 산업수학 등 기초과학과 슈퍼컴퓨터, 클라우드 같은 원천기술, 국방, 치안 시스템 등 응용 서비스를 연계해 인공지능 사회에 대비한 핵심 기술과 서비스 개발을 가속화 할 필요가 있다는 얘기다.

미국, 일본, 중국 등 주요 국가들도 4차 산업혁명에 대비해 지속 가능한 성장을 목표로 과학기술과 혁신을 아우르는 STI(Science, Technology, Innovation) 전략을 적극 추진하고 있다. 미국 ‘신 미국혁신전략’, 독일 ‘플랫폼(인더스트리) 4.0’, 중국 ‘중국제조2025’ 등이 대표적이다.

다만, 기술 발전 속도가 더욱 빨라지고 이로 인한 미래사회 예측이 어려워진 만큼 정부의 기능과 역할을 재정립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민간의 기술 성숙도가 높고 개인의 창의성이 강조되는 4차 산업혁명 시대 과거처럼 정부 주도형 기술개발 정책은 구시대적 발상이라는 것.

이봉규 연세대 정보대학원장(ICT정책연구회 소속)은 “5세대(5G), 사물인터넷(IoT), 자율주행차 원천기술 등 글로벌 경쟁력은 있지만 원천기술이나 시행착오 가능성 등 위험부담이 큰 분야는 정부 주도의 퍼스트 무버(First Mover) 전략을, 나머지 분야는 민간주도의 패스트 팔로워(Fast Folloer) 전략을 병행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조언했다.

기술 혁신에 따른 미래 사회 연구와 제도 개선을 위한 컨트롤 타워 역할도 혁신·융합 전담부처가 수행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이 과정에서 칸막이식 체계, 수직적 정책 조정이 아닌 수평적 정책 조정자로서의 역할로 재정립해야 한다는 의견도 있다.

이봉의 서울대 교수는 “기존의 기술과 정보 등을 융합해 새로운 서비스를 제공하는 4차 산업혁명 시대에는 불합리한 규제, 칸막이식 구조가 가장 큰 발전 저해요인이 될 것”이라며 “기존의 수직적 구조에서 벗어나 수평적이고 부처간 혹은 이해당사자간 의견을 조율하는 플랫폼 성격으로 바뀌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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