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보세]4차산업 외치면서 통신비는 낮춰라?

[우보세]4차산업 외치면서 통신비는 낮춰라?

임지수 기자
2017.05.04 03:00
[편집자주] 뉴스현장에는 희로애락이 있습니다. 그 가운데 기사로 쓰기에 쉽지 않은 것도 있고, 곰곰이 생각해 봐야 할 일도 많습니다. '우리들이 보는 세상(우보세)'은 머니투데이 시니어 기자들이 속보 기사에서 자칫 놓치기 쉬운 '뉴스 속의 뉴스', '뉴스 속의 스토리'를 전하는 코너 입니다.

“4차 산업혁명 육성을 외치면서 통신요금은 낮추라니, 어떤 장단에 맞춰야 하나요.”

‘장미대선’으로 불리는 5월 9일 제19대 대통령 선거일까지 이제 딱 5일 남았다. 각 당 대선 주자들은 유세활동에 열을 올리며 막판 표심 잡기에 나서고 있다. 선거 때 마다 빠지지 않고 등장하는 통신비 인하 공약은 이번에도 어김없이 등장했다. 휴대폰이 전국민의 필수품이 되면서 통신비 인하는 민생정책이라는 명목으로 후보자들이 내놓는 단골 공약 중 하나가 됐다.

문재인 더불어민주당 후보는 월 1만1000원 상당의 기본료 폐지, 무료로 쓰는 공공와이파이 설치 확대 등을 공약으로 내놨다. 안철수 국민의당 후보는 공공와이파이 5만개 이상 확대, 취업준비생에게 일정 데이터를 공짜로 제공하는 방안 등의 공약을 제시했다.

후보별로 내용에 차이는 있지만 통신사들을 바짝 긴장시키기에 충분한 공약들이다. 문 후보의 기본료 폐지 공약이 대표적이다. 소비자 입장에선 일괄적으로 1만1000원씩 할인해주겠다니 굳이 마다할 이유가 없다. 하지만 현실적으로 가능할까.

가령 기본료가 폐지될 경우 이통 3사의 연간 영업이익 감소액은 2015년 기준으로 6조7000억원. 같은 해 이통3사의 영업이익 합계는 약 3조1550억원. 이대로라면 이통 3사 모두 적자 전환이 불가피하다.

문 후보 측이 이미 감가상각이 끝난 2G(세대)와 3G 이용 고객에 대해 먼저 기본료를 폐지하겠다고 설명한 부분을 두고도 통신산업 투자와 요금 구조의 특성을 감안하지 않았다고 업계는 지적한다.

통신 요금은 사업자가 비용 회수, 미래투자, 수익, 이용자 수용도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책정하는 것으로 설비의 구축부터 철수까지의 비용뿐 아니라 망 고도화에 필요한 비용을 장기간에 걸쳐 이용자가 분담하도록 설계됐다는 것이다.

이번 대선에서 아이러니한 건 대선 후보들이 가계통신비 정책과 함께 4차 산업혁명 육성을 동시에 외치고 있다는 점이다. 4차 산업혁명 기반 기술로 꼽히는 사물인터넷(IoT), 자율주행차, 가상현실(VR), 빅데이터 등이 활성화되려면 5G 투자가 선행돼야 한다.

LTE 투자가 본격화된 지난 2012년에 통신 3사는 8조원 이상의 투자를 단행했고, 5G의 경우 LTE 때보다 1.5~2배 가량의 투자비가 소요될 것으로 예상된다. 하지만 계속된 투자와 높아진 주파수 이용대금 등으로 이통3사의 현금 부족액은 연 평균 7870억원에 달하고 있다.

결국 전세계적으로 4차 산업혁명 시대를 맞아 첨단기술 주도권 확보를 위한 국가간·기업간 경쟁이 치열한 상황에서 정부 주도의 통신요금 인하가 이뤄진다면 5G 투자를 주도해야 할 국내 이통사들의 투자여력 감소는 불 보듯 뻔한 상황이다. 그만큼 우리나라의 4차 산업혁명 대응 속도도 느려질 수 밖에 없다.

국민들의 가계통신비 부담을 줄이자는 공약 취지에는 충분히 공감한다. ‘총성없는 전쟁’으로 까지 불리는 4차산업 혁명 육성 의지를 다지는 것도 당연하다. 하지만 관련 산업에 대한 이해 없이, 구체적 실천방안이나 재원방안 등 현실적인 고민없이 대선 때마다 반복되는 공약이라면 인기에 영합한 ‘포퓰리즘’이라는 비난을 피할 수 없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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