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주과학계 신인 심채경 경희대 우주과학과 학술연구교수…네이처 "달 탐사 이끌 '토양 탐정'"

최근 우주·천문학도 사이에서 국내 한 여성 과학자의 이름 석자가 유명 국제학술지에 올라 화제가 됐다. 네이처가 인류 달 착륙 50주년을 맞아, 미래 달 탐사를 이끌 차세대 젊은 연구자 5명을 선정한 기사에 등장한 심채경(38) 경희대 우주과학과 학술연구교수다. 학술지는 심 교수를 ‘토양 탐정`이라는 수식어를 붙이며 향후 달 탐사를 좌우할 연구자라고 소개했다. 지난 19일 경희대 국제캠퍼스에서 화제의 주인공 심채경 연구교수를 만났다.
심채경이 우주 과학자가 된 것은 우연이었고, 또 필연이었다. 그는 중·고등학교 시절 허블우주망원경으로 찍은 은하 사진을 보는 것을 좋아하는 학생에 불과했다. 적어도 고교 입시때부터 스티븐 호킹을 꿈꾸며 악과 깡을 다지던 투지의 이과는 아니었다는 얘기다. 한 친구의 이메일은 지극히 평범한 심채경의 인생을 바꾼 결정적 계기가 됐다.
“천체에 대한 관심보단 그저 예뻐서 사진을 봤던건데, 천문학자를 꿈꾸던 친구가 그런 저의 모습을 보고 별자리 사진을 이메일로 계속 보내주고, 보는 방법도 알려줬어요. 사실 대학에 천문학과가 있다는 것도 그때 처음 알았어요.”
그의 연구실 낡은 문짝 앞뒤에는 영롱한 오색빛의 오로라와 수많은 별들로 이뤄진 케이사(준항성천체) 사진이 붙어있다. 사진을 보내줬던 친구는 2001년 경희대 우주과학과 입학 첫날 출석을 부를 때 재회했고, 현재는 같은 대학에서 천문학을 가르키고 있다.

심 교수의 현재 신분은 학술연구교수, 비정규직이다. “학부 졸업후 다른 곳에 원서도 넣고 갈까 말까 고민도 했었는데 이곳에 있으면 세계적인 톱 클래스 일을 할 기회가 있겠다는 생각이 들어 남았죠. 아무렴 어때요. 어차피 우주밖 천체를 보는 사람인데, 지구 어디에 있느냐가 중요치는 않아요.”
심 교수는 지난 2014년 토성의 위성 중 가장 큰 ‘타이탄’의 대기를 연구한 박사 논문을 발표하면서 두각을 나타낸다. “토성 탐사선 ‘카시니’가 지구로 보내온 데이터를 분석할 전문가가 국내에 없었어요. 대부분 지구과학 쪽이고, 행성과학을 연구하는 과학자는 제 지도 교수님 단 1명뿐이었죠. 그래서 제가 그 논문을 쓸 수 있었어요."
그후로 3년이 지나 심 교수는 달 표면의 3500여개 크레이터(구덩이)를 분석, 풍화 정도가 위도·경도에 따라 다르다는 내용의 논문을 국제학술지 `지오피지컬리서치레터스(GRL)`에 실어 스포트라이트를 받는다. 달 표면 풍화는 운석 충돌보다 태양풍의 영향을 더 많이 받는다는 것을 세계 최초로 입증한 연구성과다. 이를 통해 심 교수는 국내외 몇 안 되는 ‘우주 풍화 전문가’라는 독보적 타이틀을 얻게 된다.
심 교수는 2020년 이후 한국 시험용 달 궤도선(KPLO)에 탑재된 편광 카메라(폴캠)로 수집한 데이터를 분석하는 일을 맡고 있다. 이 카메라 개발에도 참여중이다. 편광 카메라는 달 표면에서 빛이 어떻게 반사되는지 측정하는 장비로 달 토양의 입자 크기와 구조, 특성을 파악할 수 있다. 무엇보다 달에 대한 편광 측정은 전세계적으로 처음 시도되는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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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광 관측은) 우리보다 60년 앞선 미국도 해본적 없는 일이죠. 남들이 하지 않은 새로운 것이라서 그만큼 의미가 있다고 봐요. 우주탐사 분야는 어느 나라가 했든 간에 확보한 자료를 모두 공개하는 아름다운 전통이 있죠. 그래서 우리는 항상 미국·유럽 데이터를 무임승차하듯 공짜로 받아 써 왔어요. 마음 한켠엔 항상 빚을 지고 산다는 채무감이 컸는데 우리 달궤도선의 편광 관측 데이터로 어느 정도 갚을 수 있게 돼 기뻐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