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싸IT] Insight + Insider

#아침에 일어나 전날 밤 주문한 반찬이 문 앞에 놓여 있는 것을 확인한다. 집을 나설 땐 회사까지 목적지를 지정해 택시를 불러탄다. 퇴근 뒤에는 동네 주민에게 쓰던 물건을 팔러 가야 한다.
온라인 플랫폼을 통한 소비는 이제 일상이 됐다. 플랫폼 시장의 불공정 행위나 소비자 피해를 호소하는 목소리도 적지않다. 이에 정부도 규제를 추진하고 있다. 그런데 정부의 규율체계에 혼선이 적지않다. 오프라인 시장처럼 '사업자-소비자'로 이뤄진 단순한 구조가 아니라, '플랫폼-사업자-소비자'로 이뤄진 복잡한 형태여서다. 컨버전스 시대이다보니 어느 부처가 맡아야할지도 애매하다. 특히 공정거래위원회와 방송통신위원회는 온라인플랫폼 규제관련 법안을 두고 마찰을 빚고있다. 두 정부 부처가 내놓은 법안은 어떻게 다를까. 또 바람직한 규제 체계는 뭘까.
온라인플랫폼법(온플법)은 국내외 플랫폼 기업의 입점업체와 소비자 상대 '갑질'을 막기 위한 법안이다. 네이버나 카카오, 배달의민족, 쿠팡, 구글 등 플랫폼 기업을 대상으로 한다.
지난 1월28일 처음 정부안으로 국회에 제출된 공정거래위원회안(온라인플랫폼 공정화법)은 플랫폼 기업과 입점업체의 계약서 작성을 의무화하고, 플랫폼 기업이 불공정 행위를 하면 최대 10억원의 과징금을 물리는 내용을 담고 있다.
앞서 지난해 12월11일 방송통신위원회가 먼저 입법지원에 나서 발의된 전혜숙 의원안(온라인플랫폼 이용자보호법)도 있다. 공정위안과 큰 틀에서 유사하지만 플랫폼 사업자를 대규모와 일반으로 나눠 규제 강도를 달리 했다는 점과 공정위 안에 없는 직접적인 이용자 보호까지 아우르고 있다.
공정위와 방통위는 서로 자신들이 플랫폼 규제 접근이 옳다며 법률안을 내놓고 충돌하는 형국이다. 여기에 별도의 의원입법도 너덧개 가량 발의됐다. 자칫 사공이 많아 배가 산으로 갈 수도 있다는 우려가 나오는 이유다.

지난해 코로나19로 인한 비대면거래가 크게 늘어나자 온라인 플랫폼 사업이 급성장했다. 통계청에 따르면 2010년 25조원이었던 온라인 쇼핑몰 거래액은 지난해 161조원으로 6배 이상 증가했다. 온라인 플랫폼 사업이 가파르게 성장하면서 사업자와 입점업체 간 불공정 거래 이슈가 쟁점으로 떠올랐고, 정부가 개입에 나선 것이다.
대표적인 것이 배달앱 이슈다. 지난해 배달앱 1위 업체 배달의민족이 수수료 체계를 개편하면서 외식업주들 사이에서 사실상 '꼼수 인상' 논란이 일었다. 거센 반발에 9일만에 해당 요금체계 개편은 전면 철회됐지만, 이를 계기로 정부 안팎에서는 플랫폼의 과도한 비용 전가 행위를 법적으로 제재해야한다 목소리가 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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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와관련 플랫폼의 내부 정책을 이용 사업자에 명확하게 알리는 것도 핵심 정책 과제로 제시됐다. 가령 유튜브의 경우 지금까지 구체적인 사유 안내 없이 크리에이터에 '노란딱지(광고수익 제한조치)'를 붙여왔다. 또 앱마켓에서 앱 사용자가 일방적으로 환불을 당해도 제재할 근거가 없었다. 플랫폼 기업들이 내부 정책을 영업비밀에 부치다보니, 자사 가맹택시에 배차 콜 몰아주기나 검색 알고리즘을 조작했다는 등 의혹이 불거지기도 했다.
특히 온라인 플랫폼은 중소기업, 소상공인의 중요한 판로 확보 수단이어서 이들이 서로 상생하도록 유도할 정책의 필요성도 제기됐다. 빅테크 온라인 플랫폼과 중소 사용기업 간 신유형의 '갑을문제'가 발생했고 플랫폼 '갑질'은 궁극적으로 소비자 피해로 이어질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지난해 6월 문재인 대통령이 "디지털경제 불공정 행위에 엄정 대응하라" 지시하면서 정부 부처 마다 플랫폼 규제에 속도를 내게 됐다.

전체적으로 보면 방통위 안이 좀 더 포괄적이다. 방통위는 플랫폼-입점업체(B2B), 플랫폼-소비자(B2C) 간 관계를 모두 온플법에서 규제한다. 반면 공정위는 '투트랙'으로 간다. 온플법에서는 플랫폼-입점업체 간 불공정행위를 차단하고, 지난 5일 입법예고한 '전자상거래법 개정안'을 통해 플랫폼업체-소비자간 분쟁을 예방, 해결하겠다는 것이다.
구체적인 적용범위에서도 방통위 안이 더 많은 기준을 들고 있다. 방통위 안은 매출액, 거래금액, 이용자 수, 이용집중도, 거래의존도 등을 모두 고려한다. 반면 공정위 안은 소기업을 제외하고 매출액 100억원 이내에서 시행령 금액 이상 또는 중개거래금액 1000억원 이내에서 시행령 금액 이상을 사업자 범위로 제시했다.
또 방통위 안은 대규모 사업자와 일반 사업자로 구분해 규제 강도를 달리한다. 가령 댓글수나 판매실적 등 플랫폼 노출순서를 결정하는 기준을 공개할 의무도 대규모 사업자에게만 부과된다. 대규모 사업자는 앱마켓(애플, 구글), 검색(구글, 네이버), 온라인쇼핑(네이버, 쿠팡), SNS(페이스북, 카카오톡), OTT(유튜브) 등 대략 각 플랫폼 유형별 1~2위 사업자로 정한다는 방침이다. 공정위 안의 경우 적용범위 내 모든 기업에 대해 플랫폼의 노출 방식·순서·기준을 입점업체와의 계약서에 필수적으로 기재할 것을 강제한다. 이렇게되면 국내 기업들이 다수 포함되는데 해외기업들에 대한 규제 실효성이 떨어지는 만큼 국내 기업만 타깃이되는 것 아니냐는 역차별 우려가 나온다.
가장 큰 차이점은 계약서 규제에 있다. 공정위 안은 중개서비스의 내용 및 대가, 상품의 반품 및 환불, 상품 노출 순서 등에 대한 내용을 계약서 필수기재사항으로 지정하고, 이를 따르지 않으면 과징금을 매기겠다는 것이 골자다. 반면 방통위 안은 수수료, 판매대금 정산방식 등을 계약서에 담도록 권고하는 수준이다. 권고사항이므로 위반 시 제재도 없다. 직접 개입을 최소화하고 산업 혁신을 저해하지 않는 선에서 금지행위에 대한 규제만 하겠다는 게 방통위 입장이다.
기업의 영업비밀인 알고리즘 공개나 표준계약서 의무교부 등 플랫폼 산업 혁신을 저해하는 과도한 규제를 우려하는 플랫폼 업계 입장에선 방통위의 안을 반길 만하다. 반면, 중소 소상공인 입장에선 "수수료가 어떤 기준으로 부과되는지 구체적으로 들어가지 못하면 법이 통과된 이후의 계약서는 각종 비용이 뭉뚱그려 담겨 있는 지금의 계약서와 다를 바 없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공정위와 방통위는 온라인플랫폼 규제에대한 우선권을 주장하며 서로 맞서고 있다. 공정위안은 국회 정무위원회에, 방통위안은 과학기술방송통신위원회에 각각 상정돼 별도 상임위에서 심사된다. 이와관련 방통위는 온라인플랫폼이 부가통신사업자인 만큼 사후규제에 대해선 공정위의 정부안과 전혜숙 의원안이 별도로 검토되어야한다는 입장이며 과방위 위원들의 지지를 받고있다.
배춘환 방통위 이용자정책총괄과장은 지난 18일 출입기자들을 대상으로 진행한 온라인 플랫폼 관련 스터디에서 "공정위는 업무 분야를 갖고 잘라서 만든 부처가 아니라 공정규제라는 콘셉트로 만든 부처이기 때문에 여러 영역에서 중첩되는 건 불가피하다"며 "공정위가 추진 중인 불공정거래 규정과 전혜숙 의원 안의 금지행위 규정은 같이 가도 되지 않을까 한다"고 밝혔다.
이어 "국회 정무위와 과방위에 상정된 양쪽 법안 중 어느 하나만 일방적으로 살아남고 나머지는 폐기되는 것은 가능성이 높지도 않고 바람직하지도 않다"며 "두 법안을 개별 법률로 살려두고 필요 부분을 조정하는 방안과 두 법안을 통합해 제3의 법안을 만드는 방안 등이 있을 수 있다"고도 강조했다.
정치권에 따르면, 정무위에서는 공정위 정부안과 기타 의원 법안이 통합될 가능성이 높다. 이와별개로 전혜숙 의원안이 과방위를 통과하면 두 법안이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에서 심사를 받게된다.
배 과장은 "정책 차원에서 두가지 법안을 어떻게 조정할 것인지 조정 회의를 갖고 있다"며 "만약 조율이 안되면 양 법안이 법사위에 올라가도 통과가 쉽지 않기 때문에 민주당 정책위에서 미리 조율하는 것이 아닌가 생각한다. 연장선상에 있어서 추후 일정이나 방향을 장담할 수는 없지만 빨리 합리적인 해결책을 마련할 지 고민하고 있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