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싸IT] Insight + Insider

방송인 김어준이 또 '포털 때리기'에 나섰다. 선거 이후 포털의 공공통제를 법제화해야 한다고 주장하며 정치적 중립성 논란을 재차 제기했다. 여권이 추진하는 뉴스·검색 알고리즘 제출 법안과 맞물려 업계에선 당혹감을 내비친다. 더욱이 김씨와 여당 의원들의 편향성 주장에는 객관적 근거가 없어 소모적 논란만 가중시킨다는 비판이 제기된다.
김씨는 지난 5일 유튜브 채널 딴지방송국 '김어준의 다스뵈이다'에 나와 "이번 선거가 끝나면 포털의 공공통제를 법으로 꼭 만들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날 방송에 나온 더불어민주당의 윤건영, 고민정, 장경태 의원은 모두 김씨의 말에 동의했다.
김씨는 포털이 오세훈 국민의힘 서울시장 후보의 내곡동 관련 뉴스를 메인에 노출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그는 "지금 언론과 포털이 선거 운동을 대신해 준다"며 "이쪽 뉴스는 좋은 뉴스가 안 나와"라고 말했고, 이에 고 의원은 "맨날 안 좋은 거만 나온다"며 공감을 표했다.
김씨의 포털 중립성에대한 의문제기는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김씨는 지난달 29일 TBS라디오 '김어준의 뉴스공장'에서도 "포털 AI(인공지능)는 '오세훈 봤다'는 말만 선별적으로 믿지 않도록 설계됐느냐"며 뉴스 편집이 왜곡됐다는 의혹을 제기했다.

양대 포털은 김씨의 주장과 관련 공식 대응은 자제했다. 선거가 코앞으로 다가온 만큼 정치적 논란에 휘말리지 않겠다는 것이다. 다만 뉴스 편집은 AI 알고리즘을 이용해 중립적으로 배열이 이뤄진다고 재차 설명했다. 이용자의 기사 소비 패턴 학습으로 작동해 인위적 개입을 배제한다는 것이다.
실제 네이버는 언론사별 가장 많이 본 뉴스를 공개하고 있다. 지난해 10월 전체 랭킹뉴스를 폐지하고 언론사별 정보만 밝히고 있다. 김씨가 주장한 특정 뉴스만 많이 노출되는지 확인하기 어려운 구조다.
카카오는 뉴스 페이지에서 '배열이력'을 제공해 일자별 메인에 노출되는 기사를 직접 확인할 수 있다. 김씨가 의혹을 제기한 지난 5일 다음 첫 화면에 노출된 뉴스 1663개는 모두 공개된 상태다.
포털 뉴스는 이용자 데이터를 분석해 맞춤형 추천이 이뤄진다. 따라서 김씨와 여당 의원들이 평소 관심사와 유사한 뉴스를 많이 노출하며 오 후보의 뉴스를 자주 접했을 가능성이 있다. 뉴스 이용 이력이 없는 경우에는 타 이용자들이 많이 본 뉴스가 추천된다.

이날 머니투데이가 김씨의 주장대로 야당에 유리한 기사만 포털 메인에 노출되는지 확인했지만, 결과는 달랐다. 문제를 제기한 전날(5일) 다음 첫 화면에 노출된 1663개 기사 가운데 제목에 '오세훈' 후보가 직접 언급된 기사는 21건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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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가운데 오 후보에 부정적 인식을 줄 수 있는 제목의 기사는 14건이었다. 여당의 오 후보에 대한 비판을 옮겨 담거나 자영업자들 시위 등을 다룬 기사다. 김씨가 AI에대한 신뢰성 문제를 제기한 '오세훈 봤다' 키워드가 들어간 기사도 2건 나왔다. 생태탕집 아들의 주장을 담은 한 기사는 다음 메인에 노출돼 3000개 이상의 댓글이 달리기도 했다.
향후 선거와 토론회 일정을 다룬 중립적 기사는 5건, 오 후보에 긍정적 인식을 줄 수 있는 기사는 2건에 불과했다. 김씨가 포털 중립성 의문을 제기한 6일 기사도 다음 정치 섹션 메인에 걸려 오후 3시까지 800개 이상의 댓글이 달렸다. 포털 뉴스가 야권 편향이라는 근거를 찾기 어려운 것이다.
그간 정치권의 포털 중립성 의혹 제기는 꾸준히 이뤄져 왔다. 정권이 바뀌어도 논란은 해소되지 않았다. 2018년 6·13 지방선거를 앞두고 자유한국당 의원들의 네이버 본사 항의방문이 이뤄졌고, 지난해 9월에는 카카오 뉴스 편집을 문제 삼은 윤영찬 더불어민주당 의원의 "카카오 들어오라고 하세요" 발언으로 논란이 일기도 했다. 또 10월에는 국민의힘 의원들이 네이버 뉴스 알고리즘의 공정성을 문제삼으며 네이버 본사를 항의 방문했었다. 여야 양쪽에서 모두 포털이 자당뉴스를 차별한다며 문제를 제기하는 것이다.

김씨의 발언을 단순 의혹 제기로 치부하기엔 정치권 움직임이 심상치 않다. 여당은 AI 뉴스 편집의 신뢰성까지 문제 삼아 알고리즘을 정부에 의무 공개하는 법안을 추진 중이다. 이원욱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장이 최근 이런 내용의 '정보통신망 이용촉진 및 정보보호 등에 관한 법률' 개정안을 대표 발의했다.
법안은 포털 등 정보통신제공자가 인터넷 뉴스 기사의 배열과 검색에 영향을 미치는 알고리즘을 매년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과 방송통신위원장에게 제출하도록 의무화하는 내용이 골자다. 제출이후 어떻게 처리할 지 여부에 대해서는 구체적으로 언급되지 않았다.
업계는 영업기밀을 공개하라는 것과 마찬가지라며 반발하는 상황이다. 고도화된 알고리즘을 설계하기 위해 매년 개발자를 영입하고 막대한 예산을 들이는 데 이를 정부에 제출하는 것은 기업의 기밀을 내놓는 것과 같다는 주장이다.
한국인터넷기업협회 관계자는 "국회의 주장은 맛집에서 레시피(요리법)를 빼가는 것과 같은 요구"라며 "알고리즘을 의무 제출하는 것이 국민의 알권리나 뉴스 공정성 확보에 어떤 식으로 도움이 되는지도 명확하지 않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