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근 경기도교육청에서 진행 중인 초중고 학생 대상 스마트단말기(태블릿PC) 지원사업을 두고 뒷말이 무성하다. 학생들에게 보급할 태블릿PC를 선정하는 과정에서 경기도교육청이 아닌 시 지원청 차원에서 각자 다른 스펙 기준을 내걸고 개별 추진해서다.
시 지원청의 선정결과에 따라 같은 경기도 학생이어도 거주 지역에 따라 받는 태블릿PC가 삼성전자 갤럭시탭부터 국내 중소기업 제품까지 '복불복'이 돼버렸다는 비판이 나온다. 기준에 부합하지 않아 입찰에 참여조차 못하는 기업이 생기면서 일각에선 특정 시에서 특정 기업에 유리하게 진행한다며 반발하기도 한다. 현장에선 "차라리 처음부터 경기도교육청 차원에서 일괄 진행했다면 뒷말도 적었을 것"이라는 목소리도 나온다.
24일 업계 등에 따르면 현재 경기도교육청은 태블릿PC를 지원하는 '학교 스마트단말기 보급사업'을 진행 중이다. 올해 도내 초등학교 5학년과 중학교 1학년, 고등학교 1학년 등 총 31만명에 먼저 보급하며, 내년부터 순차적으로 전 학생에게 지급한다. 초등학교 5학년은 초·중 연계 통합교육과정에, 중학교 1학년은 자유학년제와 체험활동, 고등학교 1학년은 NCS(국가직무능력표준) 실무교육 교재와 고교 학점제 온라인 교육과정 등에 태블릿PC를 활용하게 된다.
경기도교육청은 지난 8월 제2차 추가경정예산안에 관련 예산으로 1817억7500만원을 편성했다. 현재 경기도교육청 산하 시 지원청에서는 지원대상 단말기를 선정하기 위한 입찰이 진행 중으로, 연내 마무리될 전망이다.
문제는 각 지원청 마다 입찰결과 선정한 제품이 제각각이라는 것이다. 용인교육지원청은 최근 입찰에서 삼성전자의 태블릿PC 제품을 선정한 반면, 고양교육지원청에선 국내 중소기업 A사의 제품이 낙찰됐다. 화성오산교육지원청은 레노버의 태블릿PC를 선정했다.
이렇게 된 이유는 각 지원청마다 입찰참여 가능한 기기 스펙기준을 모두 다르게 내걸었기 때문이다. 화성오산교육지원청은 입찰가능 기준 중 하나로 내장 메모리 128GB 이상을 내건 반면, 고양교육지원청은 64GB를 제시했다. 일부 기업이 입찰자체에 참여하지 못하면서 입찰기준을 두고 문제를 제기한 이유다. 화성오산교육지원청 관계자는 "외장 메모리는 학생들이 SD카드를 탈부착하다 잃어버릴 수 있고 관리가 번거롭다"며 "처음부터 대용량 내장 메모리를 탑재한 기기가 동영상 수업에 도움이 될거란 현장 의견을 반영해 정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경쟁입찰 방식인 탓도 있다. 입찰에 참여한 모든 기업 제품이 일정 수준 이상의 스펙을 갖췄다면 결국 제시한 입찰가(납품 할인율)가 결정을 좌우한다. 한 기업이 같은 제품으로 여러 지역 입찰에 참여했더라도 A지역에선 낙찰되는 반면, B지역에선 타 기업에 밀려 떨어지게 될 수 있다는 설명이다. 경기도 각 지원청마다 따로 입찰을 진행하다보니 입찰에 참여하려는 기업 간 물밑 경쟁과 눈치싸움이 치열해지는 구조인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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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론 이번 사업의 경우 모든 태블릿PC 사업자가 아닌 다수공급자 계약 대상에 해당하는 기업만 입찰에 참여할 수 있었다. 다수공급자 계약 방식은 조달청이 사전규격에 맞는 제품을 공급할 수 있는 사업자를 미리 선정하면, 이들 사업자들 간 경쟁입찰을 부치는 방식이다. 24일 기준 다수공급자 계약 대상기업 중 안드로이드 태블릿PC 납품이 가능한 곳은 삼성전자를 포함해 총 네 곳이나, 입찰공고 당시엔 이보다 많은 6~7개 기업이 입찰참여 가능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왜 지원청마다 개별 입찰을 진행한걸까. 경기도교육청 관계자는 "실제로 단말을 사용할 학교 현장 의견이 중요하다"며 "각 지원청이 자체 규격선정위원회를 통해 필요한 태블릿PC 규격을 정한 뒤 그에 따라 입찰을 진행한 것"이라고 말했다. 각 시마다 우선보급대상 학생 수와 대상별 내용, 교육 환경 등이 다르므로 그에 맞게 지원청이 추진하도록 자율성을 부여했다는 설명이다.
경기도교육청은 각 지원청이 선정한 제품 스펙이 완전 제각각은 아니라는 설명이다. 일정 기준 이상의 스펙을 제시하도록 각 지원청에 권고했기 때문이다. 그 조건은 △모바일 OS(운영체제) 안드로이드 9 △CPU(중앙처리장치) 1.7GHz 옥타코어 △메모리 4GB △저장용량 64GB(내장 메모리 기준) △해상도 1920x1080 △후면 카메라 800만화소 △전면 카메라 500만화소 △7000mAh 배터리 용량 등이다. 일각에선 선정된 레노버 제품이 이미 단종돼 AS가 안 된다는 지적도 있었으나, 사실이 아닌 것으로 확인됐다. 한국레노버 측은 "내년에도 중국 현지에서 생산되며 AS도 계속 지원된다"고 말했다.
하지만, 처음부터 경기도교육청 차원에서 한 업체와 일괄 계약하는 방식이었다면 잡음이 덜했을 것이란 비판도 나온다. 아무리 지역마다 교육 수요가 다르더라도 학생용 태블릿PC 스펙까지 달라야 할 필요가 있느냐는 지적도 있다. 한 지원청 관계자는 "수요기관 특색에 맞게 진행하라는 취지가 잘 반영됐는지 잘 모르겠고, 실제 선정된 기기 스펙들도 거의 비슷하다"며 "한 업체가 경기도 전 지역을 맡으면 한 제품을 대량으로 공급해 오히려 1대 당 납품가도 낮출 수 있었을 텐데 왜 따로 했는지는 이해하기 어렵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