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새로운 재료·장치·공정 등을 연구하는 과학기술분야 연구실은 화학물질과 병원체 등 유해인자를 다뤄 위험 요소에 노출되기 쉽다. 특히 국가 R&D(연구개발) 투자 확대로 지난해 연구실(8만3804개)은 2017년 대비 10%, 고위험 연구실(5만1219개)은 같은 기간 17% 늘어나는 등 보호해야 할 연구소와 종사자 수는 물론 위험도 또한 증가했다.
정부는 2008년부터 연구실 안전 대책을 수립·시행하면서 현장점검, 안전교육 확대 등 연구자 보호 노력을 해 왔다. 그러나 여전히 연구 현장에서는 크고 작은 사고가 발생하고 있다.
최근 5년 간 매년 220여 건의 연구실 안전사고가 발생했고, 연간 230여 명의 연구자가 다쳤다. 특히 의학·생물·화학 등 유해인자 노출도가 높은 고위험 연구실에서 사고의 81.1%가 발생하고, 비숙련 학생연구원 등 20대가 피해자의 67%를 차지하며, 연구자 부주의가 전체 사고 원인의 83.6%를 차지함은 곱씹어 볼 대목이다.
과학기술인이 연구에 몰입할 수 있는 연구 안전망 확보는 단순히 연구자 건강 확보를 넘어 기술패권 시대 국가 경쟁력 우위 확보를 위한 핵심 과제다. 이에 정부는 12월 초 과학기술 안전강국 실현을 비전으로 하는 '제4차 연구실 안전환경 조성 기본계획'을 발표했다.
먼저 연구기관별 맞춤형 예방 노력을 기울이고 안전 역량 지원을 강화하고자 한다. 유해인자 노출도가 높고 상시연구자가 일정 규모 이상인 연구소를 집중관리 대상기관으로 선정해 5년마다 현장검사를 실시하고, 신규·영세 기업연구소는 권역별 공동 설명회와 기관 방문 컨설팅 등으로 안전 활동 참여를 유도한다. 안전 인프라 구축 지원기관을 올해 39개에서 2027년 100개 이상으로 늘리고, 지원 품목도 자동환기시스템과 IoT(사물인터넷) 시약장 등으로 다양화한다.
둘째, 신속하고 빈틈없는 사고대응체계를 확립하고자 한다. 사고 시 신속 대응을 위해 소방서, 경찰 등 1차 사고대응기관과 실시간 공유 채널을 구축하고, 발생한 사고와 유사·동종 물질을 취급하는 연구실에 사고 내용과 안전수칙을 실시간 전파하는 시스템을 마련해 유사 사례 발생을 최소화한다. 중대사고 피해 연구실과 연구자에게는 환경개선 컨설팅과 트라우마 극복 프로그램 등을 지원한다.
셋째, 안전에 대한 경각심을 높이고자 한다. 내년부터 의학·생물, 화학·화공 등 고위험 연구분야의 가이드라인을 개발·보급한다. 연구자가 취급물질의 안전정보를 신속하게 습득하도록 유해물질별로 10분 내외의 마이크로러닝 과정을 개발·제공하고, 연구실 안전 홍보 플랫폼을 소셜미디어와 숏폼 등 청년 연구인에게 친숙한 방식으로 다양화 한다. 올해 처음 배출한 연구실안전관리사도 현재 140명 수준에서 2027년 1000명까지 늘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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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구실 안전사고는 사소한 실수, 부주의로 연구기관과 연구자 개인에게 돌이킬 수 없는 피해를 유발할 수 있다. 철저한 예방과 연구주체의 안전의식 확산이 중요하다. 이번 기본계획이 '과학기술 안전 강국'을 실현하는 초석이 될 수 있도록 관계부처, 대학·연구기관·기업(연) 등의 동참과 노력을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