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T리포트 - 드론 전쟁] ② 값싼 양산형 드론, 전쟁 주도권 잡았다


#이스라엘이 적의 포탄을 막기 위해 영공에 설치한 철제 방공돔의 방어력은 한때 90%에 달했다. 하지만 이란전에서는 달랐다. 쉴 새 없이 공중에서 쏟아지는 수백 대 자폭 드론에 의해 돔에 균열이 생겼다.
4일 외신에 따르면 이란은 이스라엘을 비롯해 아랍에미리트 등 걸프 지역 국가를 향해 최소 1000대 이상의 드론을 발사 중이다. 이때 사용한 모델은 이란산 '샤헤드-136'. 대당 무게 약 200㎏, 날개폭 약 2.5m인 중형급 모델이다. 고성능 폭약을 탑재한 채 하늘을 낮게 날며 적진으로 침투, 목표 지점에 이르면 자폭한다. 러-우전쟁에서 러시아가 폭격에 사용해 수출국인 이란과 우크라이나 간 외교 갈등을 촉발한 바로 그 모델이다.
샤헤드-136의 한 대당 가격은 약 3000만원으로 알려졌다. 이란은 수십억 원을 호가하는 최첨단 무기를 전쟁에 바로 투입하는 대신, 저가 드론을 먼저 소진해 주변국의 방어 체계를 무너뜨리는 전략을 택했다.
'전쟁 무기'로서 드론의 최대 강점은 저렴한 가격으로 대량 생산할 수 있다는 점이다. 드론 전문가 강왕구 한국항공우주연구원 무인이동체사업단장은 "드론의 시대에서는 성능보다 가성비가 더 중요한 지표"라고 했다. 천문학적 돈을 투입해 성능을 높이는 데 주력했던 고전 무기의 시대를 지나, 값싼 드론 떼를 보내 적의 시스템을 마비시키고 방호에 빈틈을 만드는 '드론의 시대'가 왔다는 것이다.
실제로 샤헤드-136의 비행 성능은 특별히 뛰어나지 않다. 극초음속 미사일과 비교할 수도 없다. 일례로 러시아가 보유한 탄도 미사일 '킨잘'의 최고 속도는 '마하 10'이다. 약 2분 내 서울에서 부산까지 뚫는다는 뜻이다. 반면 샤헤드-136의 최고 속도는 시간당 185㎞로 알려졌다. 이는 KTX(300㎞/h)보다 느린 속도다.
AI 센서를 탑재한 드론이 표적을 찾아 공격하는 이른바 'AI 드론'도 상용화됐지만 아직은 생성형 AI처럼 복잡한 기술이 아닌 기초 수준의 알고리즘을 적용한 모델이다. 시중에서 판매하는 수십만원 짜리 취미용 드론도 오픈소스 소프트웨어로 두뇌를 '개조'하고 모터를 고도화한 후 폭탄을 실으면 전투용 드론으로 탈바꿈한다는 게 전문가들의 견해다. 실제 러-우 전쟁에서 우크라이나 기술병들은 현장에 3D 프린터를 설치한 후 드론 부품을 인쇄, 조립했다는 소식이 알려져 화제가 됐다.

강 단장은 "드론과 AI 로봇이 본격적으로 전장에 투입되는 시대에는 누가 가성비 높은 양산 능력을 갖췄는지가 중요해진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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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은 단연 강자다. 중국은 거대한 제조 능력을 바탕으로 전 세계 드론 부품 공급망의 90% 이상을 독차지하고 있다. 우주항공청에 따르면 한국도 프로펠러, 모터, 배터리, 통신 장비 등 드론의 주요 부품들을 중국에서 수입한다.
미국은 대중국 의존도를 낮추기 위한 강력 조치를 시행 중이다. 지난해 12월 미국 연방통신위원회는 '커버드 리스트'에 중국 드론 및 부품 기업을 추가했다. 커버드 리스트에 오른 기업은 위원회로부터 미국 내 판매 승인을 받지 못한다. 대신 미국 내 자체 드론 공급망을 구축하기 위해 관련 기술을 가진 기업을 적극 포섭 중이다.
한국은 폴란드 등 해외에서 자폭 드론 수백 대를 수입해 보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해 국방과학연구소 주도로 자체 개발에도 나섰다. 최대 이륙중량 150㎏, 항속거리 1000㎞인 중형 자폭 드론이다. 이처럼 한국도 기술·산업적 측면에서 드론을 국산화할 수 있는 인프라와 역량을 갖췄다는 게 전문가들의 견해다. 다만 강 단장은 "이제는 고성능 드론 1대를 국산화하는 것보다 가성비 드론을 양산할 수 있는 체계를 구축해 글로벌 밸류체인에 뛰어들 방법을 모색할 때"라고 했다.
특히 NPU(신경망처리장치)처럼 AI 발전과 함께 고도화될 AI 드론의 핵심 부품을 설계하고 양산하는 시스템을 한국이 주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강 단장은 "기술력 있는 기업이 드론용 반도체 시장으로 쉽사리 진입할 수 없는 이유는 수요가 확실치 않기 때문"이라며 "국내에서 최소 15만대의 수요가 보장된다면 산업적 기반을 마련할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