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구글이 검색 결과에 노출되는 기사 제목을 생성형 AI로 바꾸는 실험에 나서면서 논란이 일고 있다. 언론사가 붙인 원제목 대신 AI가 더 짧거나 다른 표현의 제목을 붙이는 방식이다. 검색 편의 개선 취지와 달리, 기사 왜곡과 언론사 편집권 침해 우려가 나온다.
23일 IT(정보기술)업계와 외신에 따르면 구글은 최근 일부 검색 결과에서 언론사 기사 원제목 대신 AI가 재구성한 제목을 노출하는 실험을 진행 중이다. 구글은 실험 범위가 좁고 제한적이라는 입장이다. 그러나 실제로 자사 기사 제목이 바뀐 사례를 확인한 해외 언론사들은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미국 IT매체 더버지 편집장은 구글이 기사 제목을 임의로 바꿔 노출하고 있다며 "서점이 책 표지를 바꿔 파는 것과 같다"는 취지로 비판했다.
구글은 제목을 변경하는 이유로 검색 이용자 편의를 든다. 제목이 추상적이거나 문학적이면 이용자가 원하는 정보를 한눈에 파악하기 어려워, 본문 맥락과 검색 의도에 맞춰 더 직관적인 제목을 제시한다는 것이다. 검색 만족도를 높이겠다는 취지다. 하지만 언론사 입장에서는 자신들이 의도한 문제의식과 강조점이 흐려질 수 있다. 특히 비판적이거나 경고성 의미를 담은 제목이 단순 정보형 제목으로 바뀌면 기사 톤 자체가 달라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이번 논란은 구글이 검색 결과와 콘텐츠 노출 방식을 AI 중심으로 재편하는 흐름과도 맞닿아 있다. 구글은 지난해부터 AI 오버뷰(AI Overviews)를 검색 전면에 확대 적용해 왔다. AI 오버뷰는 구글 검색 결과 상단에 생성형 AI가 여러 웹 정보를 요약해 제공하는 기능이다. 이용자는 링크를 일일이 클릭하지 않아도 핵심 내용을 먼저 확인할 수 있다. 이용자가 검색 결과를 클릭하기 전 플랫폼 안에서 더 많은 정보를 소비하게 하려는 전략으로 해석된다. 검색 체류시간이 길어질수록 광고 수익을 극대화할 수 있어서다.
국내 포털과는 결이 다르다. 네이버(NAVER(210,500원 ▼11,000 -4.97%)) 뉴스스탠드는 기사를 각 언론사가 직접 편집한다고 안내하고 있다. 서비스별 운영 방식 차이는 있지만, 적어도 언론사가 정한 기사 제목을 플랫폼이 생성형 AI로 임의 변형해 노출하는 구조와는 거리가 있다. 업계에서는 구글이 언론사와 플랫폼의 역할 경계를 한층 더 흐리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일각에서는 법적 쟁점도 제기한다. 지난 1월22일 시행된 한국 AI 기본법은 고영향 AI와 생성형 AI에 대해 투명성과 안전성 의무를 두고 있다. 다만 구글의 이번 실험이 곧바로 고영향 AI 규제 대상에 해당한다고 단정하기는 어렵다. 법 적용 범위와 집행 기준이 더 구체화돼야 해서다. 그럼에도 AI가 뉴스 제목과 맥락을 바꾸는 행위가 정보 전달과 여론 형성에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점에서 향후 규제 해석 대상이 될 가능성은 있다.
IT 업계 관계자는 "국내 포털은 언론사와 계약으로 얽혀 있는 특수한 관계라 구글처럼 임의로 제목을 수정할 수는 없다"며 "구글은 지금도 망 사용료를 제대로 내지 않는다는 의혹을 받는 등 그동안 국내 규제를 무시하는 경향을 보여왔고, 이번 실험도 AI 기본법 같은 국내 규제는 별로 신경 쓰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