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T리포트-AI 채팅앱 규제 사각지대]③ 출석·배지·랭킹에 유료 재화 확률 이벤트…공식 게임물 판단 없어
제페토 때도 못 정한 플랫폼 속 게임 경계, AI 채팅앱서 다시 숙제

국내 최대 게임전시회 '지스타 2026'의 메인스폰서는 게임사가 아니다. AI 채팅앱 '크랙'을 운영하는 뤼튼테크놀로지스다. 비게임사가 지스타의 메인스폰서를 맡은 것은 행사 개최 이래 처음이다.
뤼튼은 크랙을 "게임물이 아닌 AI 대화형 콘텐츠 서비스"라고 규정한다. 앱마켓에서도 게임이 아닌 '엔터테인먼트'로 유통한다. 지스타 후원만으로 크랙을 게임이라고 할 수는 없지만, 게임이 아니라는 서비스가 국내 최대 게임행사의 얼굴이 됐다는 사실은 흐려진 경계를 보여준다.
서비스 문법도 게임과 닮았다. 크랙은 이용 행위를 '플레이'라고 표현하고 출석 보상과 배지, 이용자 랭킹을 운영한다. 대화와 이미지 생성, 고급 대화 모드에는 유료 재화 '크래커'를 쓴다. 웹에서는 크래커 1개가 1원이다.
지난해 12월에는 크래커를 걸고 확률에 따라 2~100배를 얻거나 모두 잃는 '크래커 굽기' 이벤트도 열었다. 연령 제한 없이 시작했다가 사행성을 우려한 이용자 민원이 접수되면서 2일 19시간 만에 종료됐다. 잃은 유료 크래커는 현금이 아닌 크래커로 돌려줬다.
게임물관리위원회는 AI와 대화하는 기능만으로는 게임물이라고 보기 어렵다고 밝혔다. 다만 유료 재화를 사용하고 확률에 따라 재화의 획득·손실이 결정되면 게임물에 해당할 가능성이 있다고 했다. 재산상 이익과 손실이 발생한다면 사행성게임물인지도 별도로 검토해야 한다는 설명이다.

크랙은 게임물 등급분류를 신청한 적이 없다. 게임위나 다른 기관이 대화와 스토리, 유료 재화, 배지·랭킹, 확률 이벤트를 종합해 게임물인지 판단한 적도 없다. 사업자가 엔터테인먼트 앱으로 출시하면 신고나 민원이 생기기 전까지 게임위가 들여다볼 계기가 없는 구조다.
비슷한 논쟁은 메타버스에서도 있었다. 정부는 2022년 제페토 같은 플랫폼 전체를 게임으로 볼지, 내부 게임 콘텐츠만 따로 심사할지 정하는 가이드라인을 만들겠다고 했다. 당시 네이버제트는 제페토 콘텐츠 약 4만개 중 게임 요소가 있는 콘텐츠가 52개라고 밝혔지만 실제 등급분류로 이어지지는 않았다. 정부는 2024년에도 가이드라인을 마련 중이라고 했고 현재까지 공개된 최종 기준은 확인되지 않는다.
AI 채팅앱 전체를 게임으로 묶을 필요는 없다. 대신 일정한 목표와 규칙이 있는지, 확률로 성공과 실패를 가르는지, 유료 재화를 얻거나 잃는지, 순위와 보상으로 반복 참여를 유도하는지에 따라 기능별로 판단할 기준이 필요하다. 메타버스에서 미뤄둔 '게임의 경계'가 AI 채팅앱에서 다시 숙제로 돌아왔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