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인태의 詩가 있는 밥상] 아, 살아있기 참 잘했다

[오인태의 詩가 있는 밥상] 아, 살아있기 참 잘했다

오인태 시인
2013.05.27 07:00

<4> 생멸치조림과 '내가 미조리에 가는 이유'

[편집자주] "그래도 세상과 사람에 대한 믿음과 애정을 버리지 말게 해 달라(오인태 시인의 페이스북 담벼락 글 재인용)'. 얼굴 모르는 친구들에게 매일 밥상을 차려주는 사람이있다. 그는 교사이고 아동문학가이고 시인이다. 그는 본인이 먹는 밥상의 사진과 시, 그리고 그에 대한 단상을 페이스북에 올려 공유하고 있다. 시와 밥상. 얼핏 보면 이들은 어울리지 않는 조합일 수 있지만 오인태 시인에겐 크게 다르지 않다. 밥을 함께 먹는다는 것은 더불어 삶을 산다는 것. 시 역시 때론 각박하고 따뜻한 우리 삶 우리 이야기다. 시와 함께 하는 '밥상 인문학'이 가능한 이유다. 머니투데이 독자들께도 주 3회 오인태 시인이 차린 밥상을 드린다. 밥상을 마주하고 시를 읽으면서 정치와 경제를 들여다보자. 모두 사람 사는 이야기니 어려울 게 없다.

어떤 음식의 맛에 대한 기억은 그 음식을 경험한 어떤 구체적인 장면, 즉 일화와 함께 떠올리게 되기 마련이지요? 인지심리학에 따르면 인간의 기억은 감각기억, 단기기억, 장기기억으로 분류되는데 장기기억은 다시 일화기억과 의미기억으로 나누어진답니다. 그런데 인류학자 서튼은 미각이나 후각에 의한 음식 맛에 대한 기억은 의미기억보다는 일화기억에 의지한다고 했더군요.

우리 시단에서 음식을 재료로 삼은 시를 가장 많이 쓴 시인으로는 단연 백석을 꼽을 수 있겠는데요, 백석의 음식에 대한 기억도 대부분 어렸을 적 경험에 따른, 즉 일화기억에 의지한 것이었고, 시에서도 그렇게 읽히는 건 자연스런 일이지요.

아, 살아있기를 참 잘 했다 싶은 생각이 들게 하는 음식이, 그런 생의 한 장면이 있었던가요? 그런 사람과의 만남도 있겠고요. 남해의 봄은 유채와 마늘과 멸치의 계절, 풋마늘을 줄기째 듬뿍 썰어 넣고 조린, 생멸치조림이라면 살맛이 좀 돌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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