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18일 노환규 대한의사협회 회장은 페이스북을 통해 '원하는 것을 다 얻지 못한 이유는?'이라는 장문의 글을 올렸다. 전날 의협이 정부와 협상에서 자신들이 원하는 바를 대부분 쟁취한 후였다. 노 회장은 '협상학'에 나오는 전문용어를 동원해 의협이 정부보다 '우월적 위치'에서 협상할 수 있었던 이유를 구체적으로 적었다.
요약하면 이렇다. "하루 총파업(집단휴진)과 달리 필수인력까지 동참하는 6일간의 파업은 대한민국 의료공백을 의미한다. 국민에게 큰 공포가 아닐 수 없다. 파업을 강행하면 의협은 국민 지지를 잃을 수 있다. 정부는 지방선거를 앞두고 엄청나게 큰 국가적 재앙을 초래할 것에 대한 책임을 면할 수 없다. 국민 반발에 이어 정치권까지 가세할 수 있어 정부에게는 감당하기 어려운 상황으로 발전할 위험성이 크다. 정부로서는 재앙이다."
노 회장은 이어 "의사협회가 정부보다 부담이 적었다"고 썼다. '국가적 재앙'이 발생할지도 모르는 상황을 의협은 협상의 도구로 최대한 활용한 셈이다. 정부를 압박하는 카드로 쓰라고 국민이 의사들에게 진료독점권을 주진 않았지만.
노 회장은 "의대정원 축소, 리베이트쌍벌제와 아동 및 청소년의 성보호에 관한 법률(아청법) 폐지, 선택분업제 등 원하는 것을 다 얻지 못했다"고 글을 이어 갔다.
이중 리베이트 쌍벌제는 처방과 관련해 뒷돈을 준 회사와 의사를 모두 처벌하는 제도다. 이 제도가 도입되기 전에는 뒷돈을 준 제약사만 처벌했다. 아청법은 성범죄를 저지른 의사에게 의료기관의 종류와 상관없이 10년 동안 취업을 금지시키는 것이 골자다.
앞으로 의사인력 공급과잉 우려가 있는 만큼 의대정원을 축소하자는 것도 의협이 얻고 싶은 합의안 중 하나다. 우리와 상황이 비슷한 일본은 고령화 사회가 되면서 의사 부족 사태를 겪고 있다. 선택 분업제는 환자 선택에 따라 병원 원내약국이나 일반 약국 중 아무 곳에서나 약을 지을 수 있도록 하자는 것이다.
노 회장은 이를 놓고 "의사 뿐 아니라 국민을 위해 필요한 제도개선"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이 같은 제도개선이 의사들에게 필요할지 모르지만 국민을 위한 것이라는 주장에는 동의하기 어렵다. 의협은 또 다시 국민을 위한다는 이유로 건강권을 '협상의 카드'로 사용하지 않기를 바랄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