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볼라 환자 발생시 국민 건강위협·내수경기 극심한 타격 우려..관리감독 강화해야

서아프리카에서 창궐한 에볼라 바이러스가 빠른 속도로 확산돼 대재앙을 부를 수 있다고 세계보건기구(WHO)가 경고한 가운데 정부도 4일 오전 관계부처 긴급 대책 회의를 열고 대책 강화에 나선다. 그러나 정부의 에볼라 바이러스 검역 시스템에 허점이 생길 수 있고, 국내 의료봉사단체가 현지 봉사를 결정했다가 이를 취소하는 사태까지 나와 전 국민 차원에서 감염 예방에 대한 인식을 높여야 한다는 지적이다.
국무조정실은 4일 오전 정부세종청사에서 외교부와 보건복지부, 질병관리본부, 국무조정실 관계자들이 참석해 에볼라 바이러스 사태에 대한 긴급 대책회의를 갖는다고 3일 밝혔다. 정부는 이 회의에서 해외여행자 안전과 서아프리카 3개국 현지 교민 대책, 검역 강화 및 감염 예방 대책, 대국민 설명 홍보 방안 등을 협의하고 관련 대책을 세운다.
질병관리본부는 특히 서아프리카 3개국이나 다른 해외 현지에서 에볼라바이러스 감염 환자가 발생해도 한국으로 이 환자를 입국시켜 치료하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며 현지에서 최대한 치료가 이뤄지도록 지원할 방침이다. 질병관리본부 관계자는 "에볼라바이러스에 감염된 미국인 환자는 일반인이 아니라 방역 지원 대책으로 차출된 사람으로 알고 있다"며 "바이러스 감염 환자는 서아프리카 현지 정부가 비행기 탑승을 불허하는데다 한국에서 공군기 등을 보내 데리고 오는 것도 여의치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이런 상황에서 보건복지부와 질병관리본부가 에볼라바이러스 환자의 예상 감염루트를 완벽히 통제하지 못하고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에볼라바이러스는 치사율이 90%에 달할 정도로 치명적이지만 아직 예방백신이나 치료제조차 없다. 한국처럼 과밀화된 도시가 많은 국가에서 감염자가 나온다면 국민건강에 치명적이라는 지적이다.
◇보건당국, 에볼라바이러스 감염루트 제대로 장악하고 있나?=질병관리본부는 지난 4월부터 에볼라바이러스 대책반을 따로 운영 중이다. 이 대책반은 서아프리카 기니와 라이베리아, 시에라리온 3개국에서 체류했거나 이곳을 방문했다 한국으로 들어오는 내·외국인의 감염여부를 주시한다.
질병관리본부는 이들 내·외국인이 별다른 증상이 없을 경우에는 에볼라바이러스의 최장 잠복기간인 3주 동안만 추적관찰을 한 뒤 이후 관리를 끝낸다. 지난 4월부터 이들 3개국에서 한국인 21명이 들어왔고 외국인 입국사례는 1명도 없었다. 한국인 21명 중 12명은 추적관찰기한이 끝났고 9명은 현재까지 추적관찰을 계속하고 있다.
권준욱 복지부 공공보건정책관은 "최근 공항에서 에볼라바이러스 환자가 발생할 경우에 대비해 모의훈련을 하는 등 한국 유입에 대비하고 있다"며 "에볼라바이러스는 서아프리카 3개국에서만 발생한 상태로 전세계로 확산되는 추세는 아니다"라고 밝혔다. 그러나 WHO와 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CDC)도 이 3개국 공항에서 해외로 나가는 모든 승객을 대상으로 에볼라바이러스 감염여부를 모니터링하며 확산을 최대한 억제하는 모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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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볼라바이러스 검역 빈틈은 있다, 없다?=특히 에볼라바이러스 감염은 빈틈이 얼마든지 생길 수 있다는 우려가 높다. 일단 이 바이러스가 발병한 3개국에서 한국으로 방문하는 사람들을 통한 감염루트는 통제권에 놓여 있다. 하지만 해외여행이 활발해지면서 제3의 경유지를 통해 한국으로 들어오는 바이러스 보균자는 100% 통제할 수도 없고 파악조차 힘들다는 지적이다.
예컨대 에볼라바이러스 감염자와 접촉한 사람을 남아프리카공화국에서 만나고 온 한국여행객들이 귀국했다면 별다른 검역절차 없이 입국이 가능하다. 이들은 추적관찰도 이뤄지지 않아 만에 하나 여행객 중 1명이라도 잠복기간이 지나고 에볼라바이러스 감염이 확정된다면 연쇄감염은 얼마든지 나올 수 있다.
에볼라바이러스의 잠복기간이 애매한 것도 감염확산의 급소로 꼽힌다. 에볼라바이러스는 오한이나 설사, 구토, 발열 등의 증상이 나타나야 다른 사람에게 감염된다. 만약 인천공항 입국장의 열감시카메라를 통해 발열여부가 감시되거나 의심증상이 나타났다고 본인이 신고할 경우 즉각 격리조치된다.
하지만 증상이 나타나는 정확한 발현시기를 환자 스스로 알기 어렵다는 게 문제다. 환자가 발열 등의 증상이 나타났지만 이를 에볼라바이러스 때문이라고 인지하지 못한 채 입국장을 통과하고 이후 에볼라바이러스에 감염된 것으로 확정된다면 이 사람이 한국에서 접촉한 사람들을 통해 바이러스가 크게 번질 수 있다. 질병관리본부 관계자들도 이 같은 지적에 대해 "소설 같은 이야기지만 가능성이 전혀 없는 것은 아니다"라고 밝힐 정도다.
◇안전불감증도 문제, 에볼라 발생국 입국 자제해야=한국인들이 에볼라바이러스 발생국가 방문에 의외로 민감해 하지 않는 것도 주의가 요구된다. 실제 국내 한 의료봉사단체는 서아프리카 국가들로 의료봉사를 떠나려다가 최근 이를 취소했다. 복지부는 종교활동이나 의료봉사 등을 목적으로 해당 국가를 방문하는 것은 절대 금물이라고 지적했다.
권준욱 공공보건정책관은 "종교단체나 의료봉사단체는 우회경로를 통해 감염병 발생국에 입국할 경우 이를 막을 수 없고, 이후 통제가 불가능해진다"며 "에볼라바이러스 감염 국가는 물론 인근 국가를 방문하는 것은 삼가야 한다"고 말했다.
외교부는 이미 기니(7월31일)와 라이베리아와 시에라리온(이상 8월1일) 국가에 대해 '특별 여행 경보'를 발령한 상태다. 특별여행경보는 '해당 지역에서 즉시 대피하라'는 뜻인데 강제성이 없다보니 한국인의 해당 국가나 인접국가 방문을 법적으로 막을 수 없다. 외교부 관계자는 "외교부가 에볼라바이러스 발생국에 대해 자체적으로 결정할 수 있는 것은 위험국가에 대한 여행 경보 발령 수준"이라며 "여행객들은 이 같은 경보를 무시하지 말고 해당국가 방문을 절대 자제해야 한다"고 밝혔다.
전문가들은 "만약 에볼라바이러스가 한국으로 유입된다면 국민 건강은 물론 국내 경제에도 치명타를 줄 수 있다"며 "범정부 차원에서 전 국민에게 이 바이러스 예방을 위한 행동요령도 알려줘야 한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