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체적 대안부족' 지적…감염루트 장악 여부 장담 못해
보건당국이 서아프리카 3개국을 중심으로 확산되고 있는 에볼라출혈열 예방대책을 내놓으며 "치사율이 높은 위험한 질환이지만 한국으로 유입을 차단할 수 있다"고 자신감을 보였다.
하지만 정부 대책에는 에볼라바이러스의 한국 유입을 차단할 첫 번째 방어선인 검역강화에 대한 구체적 내용이 없다는 지적이다. 특히 현 수준의 검역으로는 에볼라바이러스 감염자가 인천공항이 아닌 다른 통로를 통해 입국하는 경우나 에볼라바이러스 발생국가에서 직접 한국으로 입국하지 않고 다양한 경유지를 거쳐 입국하는 경우는 통제권 밖에 내몰릴 수 있다. 국내 감염병 전문가들은 이와 관련 에볼라바이러스의 국내 유입차단을 위해 보다 치밀한 대책을 세워야 한다고 한 목소리를 냈다.

◇서아프리카에 의료진·중앙역학조사관 파견 검토 = 정부는 질병관리본부 에볼라출혈열대책반장을 현 감염병센터장에서 질병관리본부장으로 격상시켰다. 에볼라바이러스 관심단계임에도 불구 위기단계 상황을 적용, 적극적으로 대비하겠다는 의지다.
필요하다면 에볼라감염지역인 서아프리카에 의료진과 중앙역학조사관 파견을 검토하고 있다. 양병국 질병관리본부장은 "해당지역 외교공관에서 요청이 오거나, 환자의심사례가 발생해 우리 국민에 위협적이라는 판단이 된다면 의료진과 역학조사관을 파견을 검토하겠다"며 "시기나 규모는 상황을 예의주시하며 결정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한국 국민들을 보호하는데 충분한 숫자의 인력들을 파견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정부에 따르면 지난 7월 말 기준 서아프리카 3개국에 거주하는 한국 교민은 158명(기니 45명, 라이베리아 25명, 시에라리온 88명)이다. 지난 4월부터 이들 3개국에서 한국인 21명이 한국으로 입국했다. 이중 13명은 추적관찰 기한이 끝나 별 문제가 없는 것으로 드러났고, 8명은 현재까지 추적관찰을 계속하고 있다.
정부는 국내 환자 발생과 유입 상황에 대비, 국가지정 입원치료병원을 선정해 전국 17개 병원에 544개 병상도 준비했다. 지난 1일에는 국립인천공항검역소 등에서 에볼라출혈열 의심환자 유입을 가정한 모의훈련도 벌였다.
한국 입국자에 대한 검역도 강화했다. 서아프리카 지역 입국자를 대상으로 검역조사를 강화해 열감지 카메라를 통한 발열감시를 실시하고, 건강상태 질문서를 작성하도록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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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 1건만 발병해도 국가 대혼란…치밀한 대책 필요=그러나 검역만으로 바이러스 확산을 100% 막는 데는 한계가 있다는 목소리가 높다. 보건당국이 '바이러스를 차단할 수 있다'고 장담하는 것은 섣부른 자신감이라는 지적까지 나온다.
특히 정부의 검역활동이 인천공항과 서아프라카지역 방문자에 집중되는 것이 문제라는 지적이다. 여러 경유지를 거쳐 김포공항이나 다른 지방 공항으로 입국하는 경우나, 아프리카가 아닌 다른 국적의 감염자는 검역이 상대적으로 느슨하게 진행될 수 있어서다.
이 때문에 보건당국이 감염루트를 봉쇄하는데 더 많은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는 주장이다. 국립보건연구원 한 관계자는 "에볼라바이러스 감염자는 서아프리카 주변국 뿐 아니라 홍콩, 중국, 미국, 영국 등 어떤 나라에서도 한국으로 들어올 수 있다"며 "자체 검역도 중요하지만 해외 검역당국과 긴밀한 협조체계를 지금이라도 빨리 구축해야 한다"고 말했다.
'출혈열의 전 조짐이 없는 사람에게서는 감염되지 않는다'라는 전제조건도 재검토해야 한다는 의견도 나온다. 에볼라바이러스는 이미 동물에서 사람으로 감염돼 종(種)간 벽을 뚫는 변이를 보인 바 있다. 한림대병원 감염내과 이재갑 교수는 "에볼라바이러스가 스스로 치명률은 낮추고, 감염률을 높이는 쪽으로 충분히 진화할 수 있다"며 "추후 증상이 없는 형태에서도 감염이 나타나는 방향으로 진화할 수도 있어 모니터링을 철저히 해야 한다"고 말했다.
한국에서 에볼라바이러스 감염환자가 나왔을 때 좀 더 철저한 준비가 필요하다는 지적도 나왔다. 감염환자에 대한 초기 대응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으면 바이러스의 확산을 막을 수 없다. 한 감염병 전문가는 "검역당국이나 방역당국이 치료제가 없는 에볼라바이러스 환자를 치료해 본 적이 없기 때문에 실제 환자가 발생하면 어떻게 대처해야 하는지 혼란을 겪을 수 있다"며 "환자를 어떤 방식으로 치료할지 해외 사례를 검토해 정교한 치료 매뉴얼을 만들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실제 환자가 발생할 경우 이송대책을 마련하는 것도 시급하다. 이재갑 교수는 "해외에서 환자가 발생하면 이 환자를 한국으로 어떻게 이송할 것인지 해외 중증 감염질환 환자에 대한 대응 시스템을 갖춰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