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T 시평] 유커 600만시대 한국의 고민

[MT 시평] 유커 600만시대 한국의 고민

전병서 기자
2014.09.26 07:11
경희대 객원교수
경희대 객원교수

중국인 관광객, 유커(游客) 바람이 거세다. 서울의 명동, 강남의 가로수길, 제주도는 이제 '중국 유커 공화국'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유커들의 씀씀이도 대단하다. 지난해 한국에 온 일본인 관광객이 평균 990달러를 쓰고 갔는데 중국인 관광객은 일본의 2.3배인 2217달러를 썼다. 유커들은 지금 한국 관광업계의 VIP다. 유커의 숫자도 대단하다. 지난 한 해 중국인 관광객 432만명이 한국을 다녀갔다. 올 들어선 지난 7월까지 전년 대비 42%나 증가한 340만명이 다녀갔고 이런 추세면 연내 600만명 돌파도 가능할 전망이다.

한국의 3대 주식부자는 삼성전자 이건희 회장, 현대차 정몽구 회장, 아모레퍼시픽 서경배 회장이다. 그런데 아모레퍼시픽 서경배 회장의 주식부자 부상이 화제다. 지난해 말 이래 아모레퍼시픽의 시가총액이 2배 늘었다. 중국사업과 면세점 매출이 급증했기 때문이다. 중국의 소득수준 향상에 따른 화장품 수요와 급증하는 중국인 관광객의 화장품 수요가 한국의 3대 주식부자를 탄생시킨 것이다.

중국의 2013년 출국자 수는 9819만명으로 전년보다 18% 증가하고 중국 당국은 2014년에도 전년보다 16% 늘어난 1억1400만명이 해외여행에 나설 것이라고 예상한다. 프랑스가 '날아다니는 호텔'이라는 별명을 가진 최고급 비행기 A380을 처음 띄운 곳은 프랑의 드골공항도, 세계의 허브공항인 미국 뉴욕공항도 아니었다. 바로 중국 베이징의 서우두공항이었다. 연간 1억명이 해외여행을 가고, 한 번에 550명이 탈수 있는, 대당 4700억원 하는 고가 비행기를 한꺼번에 몇십 대 구매하는 나라는 지금 중국밖에 없기 때문이다.

지금 미군이 떠난 이태원은 썰렁하고 대신 중국인이 넘쳐나는 대림동은 불야성을 이룬다. 금융위기로 위축되었던 명동과 동대문이 다시 활기를 띠고 있다. 시끄럽고 예의없는 중국인 관광객, 유커의 힘이다. 78년 덩샤오핑이 능력 있는 자 먼저 부자되라고 하는 바람에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돈을 번 사람들이 중국의 1세대 부자들이다. 땅투기하고, 병아리 길러서 팔고, 넝마주의하다가도 때를 잘 만나 40~50층짜리 빌딩을 몇 채씩 올린 사람들이다. 공자의 후손, 중국인들은 1966년 문화대혁명 때 공자 묘와 사당을 훼손했다. 그래서 예의바른 공자는 그때 이미 중국에서 죽었다. 갑자기 떼돈 벌어 졸부가 되고 나니 천출의 태생에 대한 콤플렉스가 과시욕구와 함께 어우러져 명품에 집착하는 경향도 보이는 것이다.

지금 한국은 떼로 몰려들어오는 유커들 때문에 당황스럽다. 잘 못사는 짝퉁과 모방의 나라, 한국의 영원한 을(乙)이라고 생각하던 중국인들이 갑(甲)이 되어 나타난 때문이다. 우리 마음속에 중국인은 아편전쟁 전인 1840년까지는 잘 모셔야 할 '대인'(大人)이었지만 6·25전쟁 때는 인해전술로 한국의 통일을 방해한 '떼놈들'이었고, 92년 한·중수교 이후에는 하청생산하는 '중국인' 노동자였다. 그러나 금융위기를 겪으면서 중국이 돌연 우리 앞에 '유커님'으로 등장했고 이젠 여의도 금융가마저 좌지우지하는 큰손, '대인'으로 돌아오고 있다.

요즘 보신탕집이 예전 같지 않은 것은 '비아그라'라는 신상품 때문이다. '비아그라'는 단기 약효는 최고다. 그러나 잘 쓰면 약이지만 잘못 쓰면 독이다. 한국이 유커를 잘 다루면 대박이지만 잘못 다루면 생기는 것 없이 자존심만 상하고 뒤처리만 하다가 지친다. 한국에 오는 유커의 65%가 쇼핑이 목적이다. 한국에 오는 진짜 이유는 한국의 문화 때문이 아니다. 중국의 높은 세금 때문에 한국에 명품 싸게 사러 오는 것이다.

연간 1억명 가까운 중국의 해외출국 관광객 중 한국으로 오는 비중은 4%도 채 안 된다. 중국인의 해외관광 10대 선호국에 한국은 끼어 있지도 않다. 그런데도 한국은 432만명의 유커 때문에 관광, 유통, 패션, 음식료, 심지어 주식까지 영향을 받는다.

파리로 여행 가는 이들은 자고 나면 창가에 보이는 에펠탑을 바라보며 프랑스의 진한 문화의 향기를 맡을 수 있다는 기대로 여행을 간다. 우리도 중국 유커들에게 한국관광을 싼 맛의 쇼핑관광이 아니라 한국의 향기와 문화를 우아하게 파는 격조 높은 문화관광으로 빨리 격상해야 한다. 그렇지 못하면 한국의 유커 관광은 중국의 조세정책 변화 하나로 바로 대박이 쪽박으로 변해버릴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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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상희 기자

안녕하세요. 편집국 천상희 기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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