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면역항암제(키트루다·옵디보)' 건강보험 적용이 이르면 다음달부터 적용된다. 이는 많은 암 환자들이 간절히 기다려온 소식이지만, 폐암·흑색종을 제외한 다른 암종 환자들은 이 소식이 마냥 달갑지만은 않다. 키트루다와 옵디보가 폐암환자 대상으로 보험급여 적용이 되면, 오프라벨(허가외사용)로 처방받던 위암, 다발성골수종 환자들은 비급여 처방도 사실상 어려워지기 때문이다.
현행 의료법상 환자에게 쓸 의약품이 없거나, 보건당국으로부터 적응증을 허가받지 못했지만 효과가 있을 것으로 판단되는 의약품 등을 의사 판단하에 사용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다. 이를 근거로 키트루다와 옵디보는 국내 보건당국으로부터 허가받은 폐암과 흑색종 이외 일부 위암, 다발성골수종 환자들에게도 처방이 이뤄져 왔다.
그러나 면역항암제가 건강보험 제도권으로 들어오면 절차가 복잡해진다. 급여 의약품을 오프라벨로 처방하기 위해서는 병원 내 다학제적위원회 심의 후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이 이를 최종 승인해야 한다.
문제는 오프라벨 처방이 이뤄지고 있는 대다수 병원은 위원회가 없는 요양병원이라는 점이다. 위원회가 있는 병원을 다녀도 심의를 위한 근거자료 확보와 최소 60~90일 소요되는 심사기간 동안 약을 처방 받을 수 없는 것은 마찬가지다.
이들 대다수는 기존 항암제로 치료가 어려운 말기암 환자여서 면역항암제 치료 중단은 사형선고나 다름없다. 오프라벨 처방에 대한 적절한 규제는 반드시 필요하지만, 규제가 환자들의 희망을 빼앗으면 안 된다. 미국, 유럽 등 의료선진국에서도 '오프라벨'은 처방의사 결정을 존중하고 있으며, 제도적인 규제를 가하는 경우는 찾기 어렵다.
보건당국도 고심에 빠졌다. 면역항암제로 생명을 연장하고 있는 오프라벨 환자들을 구제할 방법을 찾고 있지만 오프라벨 처방을 전면 허용하는 것은 현행법상 쉽지 않아서다.
의료법 제1장 1조에는 '모든 국민이 수준 높은 의료 혜택을 받을 수 있도록 국민의료에 필요한 사항을 규정함으로써 국민의 건강을 보호하고 증진하는 데에 목적이 있다'고 명시돼 있다. 의료제도의 최우선 가치는 국민건강 보호다. 지금은 원칙에 얽매이기보다 융통성을 발휘해야 할 때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