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생제 약효 없어도…암환자 10명 중 8명, 임종 직전까지 투약, 왜?

항생제 약효 없어도…암환자 10명 중 8명, 임종 직전까지 투약, 왜?

박정렬 기자
2024.01.17 14:15

암 환자 10명 중 8명은 사망 당일까지 항생제를 투여받는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의료계에서는 곧 사망할 것이 예상되는 임종기에 항생제 사용이 환자 안위 등에 도움이 되는지에 대해 사회적 논의가 필요하다는 주장도 제기된다.

의정부을지대병원은 17일 손효주 감염내과 교수가 최근 '임종기 암 환자의 항생제에 대한 의료진 인식'이란 제목의 연구로 대한내과학회 2023 하반기 우수 논문상을 받았다고 밝혔다.

손 교수는 이번 논문에서 임종기 암 환자를 대상으로 항생제 사용이 주는 이익과 부작용, 환자의 자기 결정권을 고려한 신중한 접근과 의료진의 '항생제 사용관리 프로그램'(ASP) 에 대한 인식을 조사했다. ASP는 의료기관의 체계적인 항생제 사용을 지원하고 관리하기 위해 개발된 체계로 항생제의 적정한 사용 및 내성균 확산 방지를 목표로 한다.

구체적으로 손 교수는 암 환자 149명의 전자의무기록(EMR)을 토대로 항생제 사용 횟수, 사용 기간과 변경 사항 등을 분석하고 60명의 의료진을 대상으로 '항생제의 의료진 인식'에 대한 설문조사를 실시했다.

우선 암 환자를 대상으로 한 분석에서는 조사 인원의 98%인 146명이 연명의료계획서(POLST) 작성에 따른 연명치료 중단을 선택했고, 96%(143명)에게 항생제가 처방됐다. 두 종류 이상의 항생제 처방 비율은 77%(110명), 사망 당일까지 항생제가 투여된 사례도 10명 중 8명(81.1%, 116명)에 달했다.

= 서울의 한 대형병원 완화의료병동에서 보호자가 복도를 오가고 있다. 2018.2.4/뉴스1
= 서울의 한 대형병원 완화의료병동에서 보호자가 복도를 오가고 있다. 2018.2.4/뉴스1

의료진을 대상으로 한 인식 조사 결과 70%(42명)는 ASP에 대해 전혀 알지 못했고 ASP가 임종기 항생제 치료에서 중요하다는 물음에는 40%(24명)만이 중요하게 생각한다고 답했다. 연명의료계획서 작성 시 환자나 보호자와 항생제 사용 또는 중단을 논의한 적 있는지에 대한 질문에는 31.7%만 "그렇다"고 응답했다.

손 교수는 이번 연구에서 "사망 당일 또는 하루 전까지 항생제를 사용하는 것이 임종기 암 환자에게 적절한지 논의가 필요하다"고 했다. 임종기에 다다른 암 환자는 항생제 사용이 열과 염증 수치 개선에 큰 효과가 없는 것으로 나타났고, 이들의 진료 목표는 '치유(cure)'가 아닌 '편안(comfort)'이라는 점에서다. 손 교수는 "이번 연구가 국내 임종기 암 환자에서 적절한 항생제가 처방되고, 항생제 처방에 대한 의료진의 인식을 개선하는 계기가 되길 기대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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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정렬 기자

머니투데이에서 의학 제약 바이오 분야 기사를 쓰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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