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불속은 안전해? 천만에…"1마리→1만3316마리" 빈대에 전국 뚫렸다

이불속은 안전해? 천만에…"1마리→1만3316마리" 빈대에 전국 뚫렸다

박정렬 기자
2024.11.27 14:11
전국에 퍼진 빈대/그래픽=이지혜
전국에 퍼진 빈대/그래픽=이지혜

지난해 말부터 올해 초까지 전국 17개 중 15개 시도에서 빈대가 발견된 것으로 확인됐다. 주택가, 고시원, 기숙사, 호텔부터 사우나, 비행기, 선박까지 전국이 뚫렸다. 빈대는 생존력과 번식력이 모두 강해 주기적으로 건조·청소·세탁 등 방제활동에 나서야 한다. 따뜻한 실내가 최상의 서식지인 만큼 추운 날씨에도 안심해선 안 된다.

질병관리청은 27일 '2023~2024년 국내에서 발생한 빈대의 분포 조사'를 발표했다. 2023년 11월부터 2024년 4월까지 보건소, 보건기관, 방역 업체 등이 수집한 빈대를 분석해 서식 지역과 유전형에 따른 유입 경로를 파악했다. 사람을 물어 피를 빠는 일반 빈대(Cimex lectularius)와 반날개빈대(Cimex hemipterus)를 분석 대상으로 삼았다.

유튜버 '다흑'이 지난해 한 찜질방에서 발견한 빈대. /사진=유튜브 캡처
유튜버 '다흑'이 지난해 한 찜질방에서 발견한 빈대. /사진=유튜브 캡처

빈대는 야외가 아닌 실내에서 서식하는 곤충이다. 침대나 소파 등에 몸을 숨겼다가 새벽 시간대 사람의 피를 빨아먹고 다시 숨어들어 가 '베드버그'(bed bug)라고 불린다. 흡혈하지 않고도 70~150일은 생존할 수 있고 살충제 저항성을 가져 완전히 퇴치하기 어렵다. 추운 겨울과 봄에도 안심할 수 없다. 한 방역 전문가는 "빈대는 10도 이하에서도 성장과 부화에 어려움만 있을 뿐 쉽게 사라지지 않는다"며 "추운 날씨에 난방을 가동해 실내 온도를 20도 이상으로 유지하는 곳이 많은데 이는 빈대가 서식하기 가장 좋은 환경"이라 말했다.

전국 52개 지역 '빈대 대공습'

지난해 찜질방, 기숙사, 학교, 단독주택 등 전국 각지에서 빈대가 출몰한다는 신고가 잇따르며 '빈대 포비아(공포증)'가 확산했다. 50여 년 전 완전히 사라졌던 빈대가 다시 출몰하면서 국민들은 '피 빨리는 공포'에 떨어야 했다. 빈대는 생존력만큼 번식력도 강하다. 방업계에 따르면 빈대 암컷 한 마리당 하루 1∼12개, 평생 500개 이상의 알을 낳는다. 교미한 암컷 빈대 한 마리는 산란과 번식을 반복해 120일 만에 421마리, 6개월(180일)이 지나면 1만3316마리까지 급증한다.

실제로 빈대는 이미 전국으로 확산한 상태로 파악됐다. 질병청에 따르면 이번 연구에서 반년 새 전국 15개 시·도, 총 52개 지역에서 243마리의 빈대가 채집됐다. 반날개빈대가 48개 지역, 총 226개 개체가 채집돼 일반 빈대(4개 지역, 17개 개체)보다 더 많았다. 빈대의 주요 서식지는 주택가가 33.3%로 가장 많았고 이어 기숙사(29.3%), 고시텔(25.3%) 순으로 조사됐다.

빈대(Cimex lectularius, 사진 왼쪽)와  반날개빈대(Cimex hemipterus)의 형태적 특징./사진=질병관리청
빈대(Cimex lectularius, 사진 왼쪽)와 반날개빈대(Cimex hemipterus)의 형태적 특징./사진=질병관리청

특히, 반날개빈대는 고시원, 주택, 기숙사, 호텔은 물론 사우나, 여객선, 비행기, 사무실까지 장소를 가리지 않고 발견됐다. 서울과 인천 등 수도권을 비롯해 대전, 광주, 부산, 제주 등 빈대가 채집되지 않은 지역 찾기가 더 어려울 정도다. 일반 빈대는 서울, 경기(안양), 전남(신안)에서 채집됐는데 이전 연구에서 경상도, 전라도에 주로 서식하는 것으로 보고된 것으로 볼 때 서식 반경이 더 넓어진 것으로 보인다.

빈대 확산은 기후 변화와 운송 수단의 발달, 해외 교류 활성화 등이 영향을 미친다. 국내에서 발견되는 빈대도 일부는 해외에서 유입된 것으로 추정된다. 질병청에 따르면 일반 빈대는 크게 3개 유전형으로 분류됐는데 '서울형'은 미국과 체코, '안양형'은 캐나다, 영국, 핀란드, 미국에서 등록된 유전형과 유사하다. '신안형'은 해외에 비슷한 유전형이 없어 국내 토착종으로 추정된다. 반날개빈대는 말레이시아, 케냐, 이란 등과 유전형이 동일하다. 하지만 근친 교배하는 특성상 세계적으로도 대부분 이 유전형만 발견돼 어느 나라에서 유입됐는지는 명확하지 않다.

지난해 11월 서울 용산구 서울역 인근 쪽방촌 일대에 빈대퇴치 방역 안내문이 부착돼 있다. /사진=머니S 장동규 기자
지난해 11월 서울 용산구 서울역 인근 쪽방촌 일대에 빈대퇴치 방역 안내문이 부착돼 있다. /사진=머니S 장동규 기자

빈대에 물렸다고 감염병이 옮는 건 아니다. 다만, 물린 피부가 빨갛게 부어오르면서 심하게 가려운데 이에 따라 수면장애를 겪거나 피부를 과도하게 긁어 2차 감염으로 이어질 수 있다. 냉찜질이나 국소 스테로이드 도포, 항히스타민제 복용 등이 도움이 된다. 빈대를 발견했다면 스팀 고열, 진공 청소를 하고 오염된 직물을 70도 이상의 뜨거운 물로 세탁하거나 건조기의 뜨거운 열풍을 두 시간 이상 쬐어주면 박멸이 가능하다. 이희일 질병청 매개체분석과장은 "이번 연구를 빈대 감시와 방제 등의 기초 자료로 활용할 것"이라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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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정렬 기자

머니투데이에서 의학 제약 바이오 분야 기사를 쓰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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