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 나가면 OO 싹쓸어 와"…잠 못 자는 한국인, 코리아 패싱에 '한숨'

"해외 나가면 OO 싹쓸어 와"…잠 못 자는 한국인, 코리아 패싱에 '한숨'

정심교 기자
2025.03.04 18:04

우리나라는 세계적으로 국가가 지원하는 의료보험 강국으로 꼽힌다. 하지만 유독 수면장애와 관련해선 인색하다는 주장이 수면의학 전문의 사이에서 제기됐다. 국내 성인의 20~30%가 만성 불면증을 경험하는 상황에서 설상가상 수면장애 약값에 대한 부담도 커, 국가 차원의 관리·지원이 시급하다는 지적이다.

대한수면연구학회가 4일 '2025 세계 수면의 날'을 기념해 서울 올림픽파크텔에서 진행한 기자간담회에서 신원철 대한수면연구학회 회장(강동경희대병원 신경과)은 "의료기관·공공기관, 운송업, 생산직 근무자나 교대근무자 같은 수면 취약계층에 대해 정부가 주기적으로 수면 실태를 조사·관리 지원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날 학회가 발표한 '2024년 한국인의 수면 실태' 조사 결과에 따르면 한국인의 평균 수면 시간은 6시간58분으로 OECD(경제협력개발기구) 회원국 평균보다 18% 더 적었다. 수면의 질·양에 만족하는 비율도 글로벌 평균의 75% 수준에 그쳤다. 특히 매일 잠을 깊이 자는 비율은 7%로 세계 평균(13%)의 절반 수준이었고, 응답자의 60%가 수면 문제를 경험했다고 답했다. 이는 국민건강보험공단의 자료와도 일치하는 결과다. 수면 장애 및 불면증으로 진료받는 환자는 2010년 약 27만8000명에서 최근 약 67만8000명으로 약 140% 증가했다.

4일 대한수면연구학회가 개최한 기자간담회에서 주은연 부회장이 수면 실태 조사 결과를 발표하고 있다. /사진=정심교 기자
4일 대한수면연구학회가 개최한 기자간담회에서 주은연 부회장이 수면 실태 조사 결과를 발표하고 있다. /사진=정심교 기자

수면 부족과 장애 양상은 성별·연령별로 달랐는데 남성은 '수면 시간 부족'을, 여성은 '수면 장애'를 더 많이 호소했다. 젊은 층은 (스마트폰 사용으로 인한) 수면 부족, 고령층은 수면 장애를 더 많이 겪는 것으로 나타났다. 숙면을 방해하는 주요 요인은 '심리적 스트레스'(62.5%)가 가장 높았고, 신체적 피로(49.8%), 불완전한 신진대사(29.7%), 층간·외부 소음(19.4%), 신체적 통증(19.2%) 등이 뒤를 이었다.

이렇게 잠을 충분히 못 자면 우리 몸에 빚이 쌓인다. 이를 '수면부채(잠 빚)'이라고 한다. 이런 수면부채가 사람의 건강에 미치는 악영향은 심각하다. 7시간 미만의 수면은 감기 발병 위험을 3배, 6시간 이하의 수면은 관상동맥 질환과 뇌졸중 발생 위험을 각각 48%, 15%씩 높이다. 또 근력, 지구력, 인지기능, 반응 시간을 떨어뜨리고 짜증·불안·우울증 등같은 기분 장애가 증가한다.

이런 수면부채는 사람의 건강뿐 아니라 사회·경제에 미치는 손실도 상당하다. 수면부채가 쌓이면 직원의 생산성이 50% 이상 떨어지고, 미국·일본·영국은 각각 연간 4110억 달러(GDP의 2.28%), 1380억 달러(GDP의 2.92%), 500억 달러(GDP의 1.86%)의 경제적 손실을 기록했다는 보고가 있다. 또 폐쇄성 수면무호흡증(OSA)은 미국에서 남성의 33.9%, 여성의 17.4%, 한국에선 남성의 4.5%, 여성의 3.2%에서 나타나는데, 이는 미국에서 연간 약 1650억 달러, 한국에선 약 11조원의 경제적 손실을 초래하는 것으로 분석됐다.

문제는 불면증·기면병 같은 수면장애 환자의 의료비 부담이 갈수록 커지면서 치료 시기를 놓치는 환자가 많아지고 있다는 것. 몇 개 글로벌 제약사가 약을 가져오려 하다가 한국에선 약값을 매우 싸게 쳐, 글로벌 제약사들이 한국에 약을 공급하다가 철수하거나 진입 자체를 꺼린다는 게 큰 이유다. 그 예로 불면증 치료제 '졸피뎀'의 경우 약가가 한 알에 100원대(116~173원, 환자 부담률은 23~52원)인데 세계 시장에선 3~5달러선에 형성돼있다.

대한수면연구학회 신원철 회장(맨 왼쪽·발언자)과 임원진이 4일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수면장애 약에 대한 급여화 확대, 약가 현실화 필요성을 제언하고 있다./사진=정심교 기자
대한수면연구학회 신원철 회장(맨 왼쪽·발언자)과 임원진이 4일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수면장애 약에 대한 급여화 확대, 약가 현실화 필요성을 제언하고 있다./사진=정심교 기자

또 우리나라에선 '멜라토닌' 제제에 대해 급여화되지 않아, 약값(오리지널 1000원대, 제네릭 의약품 600원대)을 비급여로 환자가 부담해야 하는데, 수면장애의 경우 3개월 이상 장기적으로 복용하는 경우가 많아 환자의 부담이 만만치 않다. 주은연 학회 부회장(삼성서울병원 신경과)은 "한국에선 멜라토닌 제제가 병원에서 처방받는 비급여 항목(전문의약품)으로만 나와 있는 실정"이라며 "이에 요즘 한국인들이 해외에 가면 슈퍼에서 멜라토닌을 넣은 건강기능식품을 싹 휩쓸어온다고 한다"고 지적했다. 멜라토닌 제제에 대한 접근성이 떨어지고 비용 부담이 크다는 이유에서다.

이처럼 수면장애 치료제의 국민건강보험 적용이 잘 안되고 있고, 글로벌 제약사의 '코리아 패싱' 현상이 이어지면서 환자들이 적절한 치료를 받지 못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 신원철 회장은 "글로벌 제약사들이 한국 시장의 낮은 의약품 가격을 이유로 공급을 중단하는 결정을 내리고 있으며, 동시에 국내에서 보험 적용이 되지 않아 사용이 제한된 약물들도 늘고 있다"고 지적했다.

전진선 학회 홍보이사(한림대 강남성심병원)는 "특히 렘수면행동장애는 낫는 병이 아니므로, 오랜 기간 약을 먹어야 해 환자의 경제적 부담이 크다"며 급여화하면 환자가 외래에서 20%, 입원 시 30% 정도만 약값을 부담하면 돼 보험 급여 책정이 절실하다"고 강조했다.

한편 이날 학회가 발표한 '2024년 한국인의 수면 실태' 조사는 글로벌 수면 인식 설문조사, 2024 가민 컨넥트(Garmin Connect) 데이터, 2024 한국 웰니스 보고서, 2025 이케아 수면 보고서의 자료를 종합해 도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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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심교 기자

안녕하세요. 머니투데이 바이오부 의료헬스팀장 정심교입니다. 차별화한 건강·의학 뉴스 보도에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 現 머니투데이 바이오부 차장(의료헬스팀장) - 서울시의사회-한독 공동 선정 '사랑의 금십자상(제56회)' 수상(2025) - 대한의사협회-GC녹십자 공동 선정 'GC녹십자언론문화상(제46회)' 수상(2024) - 대한아동병원협회 '특별 언론사상'(2024) - 한국과학기자협회 '머크의학기사상' 수상(2023) - 대한이과학회 '귀의 날 언론인상' 수상(20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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