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심교의 내몸읽기]
'못 먹고 못 살던 시대의 병', 이른바 후진국병으로 알려진 병이 결핵이다. 뜻밖에도 의료 선진국으로 평가받는 대한민국에서 결핵으로 진료받은 환자가 최근 5년간 20만명에 달한 것으로 드러났다.
9일 가천대 길병원 감염내과 박윤선 교수는 "우리나라 역시 과거 '결핵왕국'이라 불릴 정도로 유병률이 높았고, 과거보다 줄어들었어도 여전히 결핵 발생률이 높은 수준"이라고 설명했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 따르면 2020~2024년 결핵으로 진료받은 환자는 19만5994명. 이 가운데 새롭게 진단받은 환자만 8만명에 달했다.
세계보건기구(WHO)에 따르면 결핵은 여전히 전 세계적으로 매년 수백만 명에게 나타나고, 200만명의 목숨을 앗아가는 감염병이다. 우리나라에선 과거 정부 주도의 결핵관리사업과 경제 수준의 향상으로 결핵 발병률이 줄어들기는 했지만, 여전히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가운데 높은 수준의 결핵 발생률을 보인다.
박 교수는 "지난 5년간(2020~2024년) 신규 환자가 8만명을 넘겼다는 건 결핵이 더 이상 과거의 질환이 아니라 현재도 우리 사회에서 지속해서 발생하고 있는 감염병이라는 것"이라고 말했다.

결핵은 결핵균이 침입해 발생하는 감염병이다. 결핵은 호흡기 분비물로 옮기는데, 결핵 환자와 접촉하는 가족 중에서 발생하는 경우가 많은 것도 이 때문이다. 결핵균이 침입했다고 해서 누구에게나 결핵이 발병하는 건 아니다. 결핵균이 침입한 후 체내의 저항력이 약해지면 결핵이 발병할 확률이 높아진다.
결핵 중에서도 가장 흔한 형태는 결핵균이 폐를 침범한 폐결핵이다. 그러나 결핵균은 혈류를 통해 전신으로 퍼질 수 있어 림프샘·뇌막·척추·복막 등 다양한 장기에 염증을 일으킬 수 있다. 따라서 림프샘 결핵, 결핵성 뇌막염, 척추결핵 등 다양한 형태로 나타날 수 있다. 결핵은 단순한 호흡기 질환을 넘어 전신 질환으로 이해해야 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결핵균에 감염됐다고 해서 모두에게 결핵이 발병하는 건 아니다. 일반적으로 감염자의 5~10%만 실제 활동성 결핵으로 진행하며, 나머지는 면역 체계에 억제된 잠복결핵 상태로 남는다. 그러나 '잠복 상태'라고 해서 완전히 안전한 건 아니다. 면역력이 떨어지는 상황에서는 언제든지 활동성 결핵으로 바뀔 수 있다. 당뇨병, 영양결핍, 만성질환, 과도한 음주, 고령 등 면역 기능이 떨어지는 조건에서는 결핵 발병 위험이 많이 증가한다.
박 교수는 "결핵은 공기를 통해 전파되는 전염성 질환이다. 치료받지 않은 활동성 결핵 환자가 기침·재채기를 할 때 공기 중으로 배출된 결핵균을 다른 사람이 호흡기를 통해 들이마실 때 감염된다"며 "다만 감염됐다고 해서 모두 전염성을 가지는 건 아니며, 적절한 치료를 시작하면 2주 이내에 전염력이 급감한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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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핵의 증상은 초기에는 매우 비특이적이거나 거의 나타나지 않는 경우가 많아 조기 진단을 어렵게 만든다. 대표적인 증상으로는 2주 이상 지속되는 기침이 있으며, 가래·객혈이 동반되기도 한다.
미열, 야간 발한, 피로감, 식욕부진, 체중 감소와 같은 전신 증상이 함께 나타날 수 있다. 특히 기관지 결핵의 경우 쌕쌕거리는 천명음이 나타나 천식으로 오인하는 경우가 적잖다. 이런 이유로 단순 감기, 기관지염으로 여겨 방치하다가 진단이 늦어지는 사례가 발생한다.
병·의원에선 결핵이 의심될 때 객담 검사, 영상 검사를 중심으로 진단한다. 객담에서 결핵균을 직접 확인하는 도말검사와 배양검사가 가장 중요한 확진 방법이다. 최근엔 결핵균 유전자 검사(PCR)를 통해 진단 속도·정확도가 개선됐다. 흉부 X선 검사는 폐 병변을 확인하는 데 유용하지만 과거 결핵 흔적과의 구분이 어려운 예도 있어 단독으로 활동성을 판단하는 데에는 한계가 있다. 필요에 따라 컴퓨터단층촬영(CT)을 추가로 시행한다.
결핵은 치료 기간이 길지만 적절한 약물치료를 통해 완치할 수 있다. 폐결핵의 표준 치료는 항결핵제를 최소 6개월간 먹는 방식이다. 결핵 치료가 장기간 필요한 이유는 결핵균이 매우 느리게 증식하는 특성이 있기 때문이다.
이를 성실히 따르면 치료 성공률은 98%에 이른다. 그러나 치료를 임의로 중단하거나 불규칙하게 약을 먹으면 결핵균이 약에 대한 내성을 획득하면서 '약제 내성 결핵'으로 진행할 수 있다. 내성 결핵은 치료 기간이 길어지고 치료 성공률도 낮아진다.
박 교수는 "결핵 치료가 장기간 필요한 이유는 결핵균이 매우 느리게 증식하는 특성이 있기 때문이다. 충분한 기간 약물을 유지하지 않으면 균이 완전히 제거되지 않아 치료가 끝나도 재발할 수 있다"며 "치료를 방치하면 기침, 호흡 곤란 같은 증상이 심해지고, 자칫 사망에도 이를 수 있다"고 경고했다.
항결핵제는 장기간 복용해야 하는데, 그만큼 부작용이 다양하게 나타날 수 있다. 리팜피신을 복용하면 소변 색이 붉게 변할 수 있으나 이는 정상 반응이며, 간 기능 이상이 발생하면 피로감·황달이 나타날 수 있다. 에탐부톨은 시력 저하, 피부 발진, 관절통이 나타나기도 한다.
박 교수는 "음주, 한약, 검증되지 않은 건강식품은 간 독성을 악화해 치료 기간엔 반드시 피해야 한다"며 "부작용이 나타났다고 해서 임의로 약을 중단하는 것은 매우 위험하며, 반드시 의료진과 상의해 조절해야 한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