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 되는 거 먼저" 발버둥 쳐도…또 상폐 위기? 바이오 유독 불안한 이유

"돈 되는 거 먼저" 발버둥 쳐도…또 상폐 위기? 바이오 유독 불안한 이유

김도윤 기자, 정기종 기자, 김선아 기자
2025.04.16 08:00

[MT리포트]바이오 발목 잡는 상폐 리스크, 해법은 (上)

[편집자주] 해마다 여러 바이오 기업이 주식시장에서 사라진다. 매년 관리종목에 지정되거나 상장폐지(상폐) 사유가 발생하는 바이오가 한둘이 아니다. 상장폐지 우려는 자본시장에서 바이오 기업에 대한 신뢰를 갉아먹는 대표적 과제 중 하나다. 미래성장산업이라는데, 왜 유독 투자자를 울리는 바이오가 많을까. 매년 반복되는 K-바이오의 상장폐지 리스크(위험)를 점검하고, 적절한 해법을 모색할 때다.

바이오가 빵집·농장을 왜 샀지…"상폐는 막아야" 억지매출 꼼수?

바이오 기업이 빵 공장이나 버섯농장, 기숙학원을 인수하는 일이 벌어지고 있다. 미래성장산업으로 꼽히는 바이오업계에서 본업과 무관한 M&A(인수합병)가 늘어나는 것은 억지로 매출을 늘려 상장폐지(상폐)를 면하려는 꼼수로 평가되고 있다. 최근 바이오 업계에선 우리 주식시장의 상장폐지 조건이 신약 개발 기업에 적합한지를 두고 갑론을박이 한창이다.

◇"바이오래서 믿었는데" 지난해 8개·올해 10개 관리종목 수모…'투자자 패닉'

올해 브릿지바이오테라퓨틱스(488원 ▲55 +12.7%)앱클론(60,200원 ▲3,500 +6.17%) 등 10개 바이오 기업이 관리종목으로 새로 지정됐다. 지난해 8개보다 더 많다. 이 중 이오플로우 등 일부 기업은 상장폐지 사유가 발생하며 투자자 불안을 키웠다. 2020~2021년 바이오 호황기에 기술특례로 상장한 기업이 많은데, 이들의 관리종목 지정 유예기간이 끝나면서 상장폐지 위기가 불거지고 있다.

실제 올해 관리종목으로 지정된 앱클론과 피씨엘, 브릿지바이오테라퓨틱스, 셀루메드(1,009원 0%), 애니젠(7,150원 ▲260 +3.77%), 에스씨엠생명과학(802원 ▲11 +1.39%), DXVX(5,030원 ▲130 +2.65%)는 매출액 또는 법인세비용차감전계속사업손실(법차손) 요건에 따른 관리종목 지정 유예기간이 만료되면서 직격탄을 맞았다.

코스닥 기업은 연간 매출액 30억원 미만, 자기자본 대비 법차손 비율 50% 초과가 3년간 2회 이상이면 관리종목으로 지정받는다. 기술특례상장 기업은 매출액 요건은 5년, 법차손 요건은 3년간 관리종목 지정을 유예한다. 관리종목 기업은 지정 사유를 해소하지 못하면 이후 상장폐지로 이어질 수 있어 위험하다.

신약 개발에 집중하는 바이오 중에선 마땅한 매출 기반을 확보하지 못한 기업이 적지 않다. 일부 바이오 기업은 주식시장에서 관리종목 지정 가능성이 있단 소문만으로 주가가 폭락하면서 유동성 위기를 맞닥뜨리기도 한다.

한 바이오 기업 CFO(최고재무책임자)는 "기술특례로 상장한 바이오가 5년이 지나면 당장 매출액 30억원을 맞추기 위해 이런저런 고민을 할 수밖에 없다"며 "그나마 건강기능식품이나 화장품 등 본업과 조금이라도 연관이 있는 분야로 진출하거나 아니면 매출 실적이 있는 외부 업체를 인수하는 방식이 쉬운 접근 방법"이라고 말했다.

◇섣부른 인수합병, 성공하면 다행이지만…

실제 국내 바이오 기업의 인수합병을 보면 의아한 사례가 종종 눈에 띈다. 앞서 셀리드(2,590원 ▲120 +4.86%)는 베이커리 공장을 인수했고, 미코바이오메드(2,290원 0%)(더바이오메드)는 기숙학원 지분 100%를 매입했다. 올리패스(1,651원 0%)는 민간 임대 아파트를 인수해 부동산 임대업을 하려 했다가 자금 문제로 철회했다.

바이오 기업의 선뜻 이해하기 어려운 인수합병은 대체로 매출액 요건 등 상장 유지 조건을 충족하기 위해 이뤄진다. 하지만 이 같은 선택이 항상 좋은 결과로 이어지진 않는다. 일부 기업은 투자 과정에서 꼼꼼하게 점검하지 못하고 외부 기업을 인수했다가 기대한 효과를 보지 못하기도 한다. 자금만 허비한 꼴이다.

진단 회사 셀레스트라(350원 0%)(옛 클리노믹스)는 지난해 매출 기반을 확보하기 위해 약 185억원을 투입해 뉴오리엔탈호텔을 인수했다. 또 버섯재배 자동화시스템을 보유한 가금농산 지분 40%를 매입했다. 외부 투자를 늘리는 과정에서 공격적으로 전환사채(CB)를 발행하며 자금을 모았다. 하지만 결국 감사 범위 제한 및 계속기업 불확실성으로 인한 감사의견 '거절'로 상장폐지 위기에 빠졌다. 현재 거래 정지 상태다.

앞서 올리패스는 화장품으로 사업 영역을 확장하며 매출 증대에 나섰지만, 2023년 허위 광고에 따른 행정처분을 받았다. 이 때문에 화장품 사업을 접어야 했고, 이후 상장 유지 조건을 충족하는 데 애를 먹었다. 결국 감사의견 '한정'으로 상장폐지 사유가 발생해 관련 절차가 진행될 예정이다.

이승규 한국바이오협회 부회장은 "바이오 산업을 육성하고 혁신 기술의 탄생을 촉진하기 위해 전 세계에 없는 기술특례상장 제도를 도입했는데, 매출액이나 법차손 요건 때문에 신약 개발에 집중하지 못하는 현실은 문제가 있다"며 "최근 글로벌 제약·바이오 시장의 경쟁이 치열한 가운데 에이비엘바이오처럼 우수한 토종 혁신 신약 파이프라인이나 플랫폼 기술이 더 많이 나오려면 상장 유지 제도를 완화하는 등 산업 육성에 초점을 맞춘 제도 개선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신약 개발 멈추고 '화장품' 집중…안타까운 상황 속출하는 이유

#에스씨엠생명과학(802원 ▲11 +1.39%)은 줄기세포 원천기술(층분리배양법)을 앞세워 2020년 6월 기술성장특례로 코스닥 시장에 상장했다. 이후 줄기세포 치료제 연구에 집중했다. 국내에서 임상 2상 단계의 신약 파이프라인 3개를 보유한 바이오 벤처는 많지 않다. 여기서 그치지 않고 주요 임상 연구 데이터를 공신력을 인정받는 국제학술지에 게재하는 등 성과를 올렸다.

◇줄기세포 원천기술로 3개 신약 임상 2상 갔지만…사실상 연구 멈춰

하지만 에스씨엠생명과학의 신약 개발 도전은 현실의 벽에 부딪혔다. 상장 유지 조건 중 법인세비용차감전계속사업손실(법차손) 요건을 충족하지 못해 올해 관리종목으로 지정받았다.

에스씨엠생명과학은 최근 재무 건전성을 개선하고 경영 안전성을 높이기 위해 직원들과 고통 분담에 나섰다. 회사를 살리기 위해 직원 약 30명이 무급휴가에 동의했다. 일부 직원은 아예 퇴사했다. 비용 절감 차원에서 신약 임상도 사실상 중단했다. 반면 매출 요건을 갖추기 위해 화장품 사업에 집중하고 있다.

에스씨엠생명과학 고위 관계자는 "중등증-중증 아토피 피부염 치료제는 임상 2상까지 완료했고 좋은 결과를 토대로 3상에 들어가야 하는데 비용 때문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며 "매출액이나 법차손 등 상장 유지 조건을 충족하기 위해 신약 개발에 집중하지 못하는 안타까운 상황"이라고 말했다.

또 "특히 신약, 더구나 중등증-중증 급성 췌장염 같은 치료제는 질병 특성상 임상 환자를 모집하는 데만 7~8년 이상 걸리는 경우도 있다"며 "인구가 많은 중국이나 미국은 몰라도, 우리나라 의료 시장 환경과 특성을 고려하면 신약 개발 기업이 기술특례상장 뒤 (관리종목 지정 유예기간인) 5년 안에 그럴듯한 연구 성과를 내기 쉽지 않다"고 토로했다.

◇결국 상폐까지…"바이오가 신약 개발 못 하는 환경 고쳐야" 주장도

2018년 코스닥 성장성특례 1호 기업으로 상장한 셀리버리는 올해 증시에서 퇴출당했다. 자본잠식과 현금성 자산 부족 문제가 발목을 잡았다. 셀리버리는 상장폐지(상폐) 전에도 비용 절감과 경영 효율화를 목적으로 6개 파이프라인의 개발을 중단했다. 셀리버리 상장폐지는 신약 개발 바이오에 대한 투자가 얼마나 위험한지 보여준 사례로 남았다.

비용이나 회계 문제로 주요 신약 파이프라인의 임상을 중단한 바이오는 한둘이 아니다. 임상개발특화(NRDO, No Research Development Only) 바이오를 표방한 브릿지바이오테라퓨틱스(488원 ▲55 +12.7%) 역시 법차손 요건을 충족하지 못해 관리종목에 지정됐다. 재무 건전성이 악화하면서 2023년 비소세포폐암 치료제(BBT-176)와 안저질환 치료제(BBT-212) 임상을 중단했다. 최근 특발성 폐섬유증 치료제(BBT-877) 임상 2상 결과를 발표했는데, 통계적 유의성 확보에 실패하며 시장가치가 급락하고 있다.

바이오 산업 현장에선 신약 개발이란 고유한 영역의 특수성을 고려한 맞춤형 상장 유지 제도가 필요하단 목소리가 나온다. 신약 개발은 길면 10년 이상 시간이 필요하고 성공할 경우 파급력이 상당한 만큼 더 많은 바이오 기업이 자유롭게 연구에 집중할 수 있는 환경을 마련해야 한단 주장이다.

코스닥 신약 개발 기업의 한 임원은 "신약 개발 기업은 연구 과정에서 다양한 변수가 발생할 수 있어 상장 뒤 5년 안에 매출액이나 법차손 요건 등 상장 유지 조건을 충족하기 쉽지 않다"며 "잠재력이 뛰어난 신약 파이프라인을 상장 유지 조건을 맞추기 위해 연구 초기 단계에서 싼값에 기술이전하는 바이오 기업도 많다"고 말했다.

또 "여러 바이오 기업이 상장 유지 조건을 맞추기 위해 본업과 무관한 분야로 사업 영역을 확장하는데, 바이오는 결국 돈을 써서 임상에 집중하고 좋은 신약을 개발해 산업적 가치를 키우고 환자에 희망을 줘야 하는 거 아니냐"며 "매년 매출액이나 법차손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애쓰는 바이오가 많은데 혁신 기술 연구에 도움이 되는 환경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반면 일부 무책임한 신약 개발 기업이 바이오 전반의 투자가치를 갉아먹는단 평가도 나온다. 기술특례 기업공개(IPO)로 상장한 뒤 좀처럼 기술이전 등 상업화 성과를 내지 못하면서 주주배정 유상증자로 연명하는 '좀비기업'이 바이오에 대한 신뢰를 떨어트린단 지적이다. 자본시장에서 좀비기업을 적시에 걸러내지 못하고 투자자 쌈짓돈으로 버티다 결국 상장폐지로 이어진다면 소액주주의 피해가 더 커질 수 있단 우려도 적지 않다.

다른 신약 개발 바이오 기업 임원은 "정말 좋은 신약 후보물질이라면 글로벌 기업에서 관심을 보이거나 아니면 자본시장을 통해 어떻게든 투자 유치가 가능할 것이라 본다"며 "몇 년씩 주주들 돈으로 임직원 월급만 받아 가면서 성과를 내지 못하는 기업이라면 책임을 물을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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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도윤 기자

미래 먹거리 바이오 산업을 취재합니다.

정기종 기자

안녕하세요. 바이오부 정기종 기자입니다.

김선아 기자

안녕하세요. 바이오부 김선아 기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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