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시스] 정병혁 기자 = 20일 서울 중구 세종대로에서 열린 의료정상화를 위한 전국의사궐기대회에 참가한 의대생과 대한의사협회 관계자들이 피켓을 들고 있다. 2025.04.20. jhope@newsis.com /사진=정병혁](https://thumb.mt.co.kr/cdn-cgi/image/f=avif/21/2025/04/2025042114414790626_1.jpg)
1년 2개월째 이어져 온 의정 대치 국면에서 정부가 '내년 의대 모집인원 증원 0명'이라는 카드를 내밀며 사실상 백기를 들었지만, 여전히 전공의·의대생들은 돌아오지 않고 있다. 이는 단지 '의대증원 백지화' 외에도 의정갈등을 풀기 위해 넘어야 할 산이 많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조기 대선 정국 속에서 의정 간 '절충안'을 찾지 못하면 결국 차기 정부로 '공'이 넘어가, 의정갈등은 새 국면으로 접어들 것으로 보인다.
21일 한국의과대학·의학전문대학원협회(KAMC)에 따르면 의대생들의 수업 불출석 일수가 쌓이면서 이날 가천대, 가톨릭관동대, 을지대, 원광대, 인제대 의대의 의학과 4학년 유급 여부가 결정된다. 이어 22일에는 한림대와 한양대 의대, 26일에는 가톨릭대 의대, 28일에는 경북대와 계명대, 영남대 의대, 29일에는 충북대 의대, 30일에는 동국대 의대가 유급 여부 결정을 앞두고 있다. 이미 고려대와 서울대, 연세대 의대 등 19개 의대는 지난 18일까지 유급 여부가 결정이 났다. 고려대와 연세대 의대는 학생들에게 유급 예정 통보서를 발송하기도 했다.
정부가 내년 의대 모집인원을 기존(3058명)과 동결하겠다고까지 약속했지만, 의대생 복귀로 이어지지 않자 '의대증원 백지화 약속만으로는 의정갈등을 풀기엔 역부족 아니냐'는 해석이 나온다. 의대생과 전공의들은 △필수의료 정책 패키지 철회 △24·25학번 동시 교육 정상화 방안 △윤석열표 의료 정책 즉각 중단 등 요구사항을 정부가 수용·해결해야 비로소 수업에 참여하겠다는 입장이다.
전날(20일) 대한의사협회가 서울 중구 숭례문 인근에서 개최한 '의료정상화를 위한 전국의사궐기대회'에서도 이들의 '한(恨)' 서린 요구사항이 피켓·함성으로 쏟아져 나왔다. 주최 측 추산 2만5000명(경찰 추산 1만명) 가운데 상당수를 차지한 의대생들(6000여명 추산)은 흰색 티셔츠를 입고 '의료 정상화', '의대 교육 정상화' 등의 구호가 적힌 손팻말을 들었고, '국민 건강 수호'라는 띠를 두른 채 대정부 메시지를 냈다.

이날 이선우 대한의과대학·의학전문대학원 학생협회 비상대책위원장은 "정부는 윤석열 전 대통령 파면 이후 2026학년도 모집 인원을 기존 수준으로 조정하겠다고 발표하면서도 27년도부터는 추계비를 통해 증원하겠다고 말하고 있다"면서 "의대정원은 과학적 추계에 따라, 그리고 교육 현장이 견딜 수 있는 범위 내에서 결정돼야 한다"고 언급했다. 그러면서 "그릇된 정책으로 오히려 수련을 못 하겠다는 학생들만 늘고 있다"며 "소위 (전공의가) 부족하다고 알려진 외과·내과·산부인과·소아청소년과·응급의학과를 진학한 학생들마저도 왜 뛰쳐나왔는지를 돌아봐 주시길 간곡히 부탁드린다"고 호소했다.
이들의 요구대로 '의학 교육이 정상화'하려면 이번 학기 등록한 의대생들이 수업에도 실제로 참여해야 한다. 내년에 24·25·26학번이 모두 1학년이 돼 1만명이 한꺼번에 수업을 듣는 초유의 '트리플링(tripling)'이 벌어지면 의학 교육이 아예 불가능할 게 뻔하고, 장기적으로는 실력을 제대로 갖춘 의사를 배출할 수 없게 돼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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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무너진 필수의료를 살리려면 일정 비율 이상의 전공의가 수련병원으로 돌아와야 한다. 정부가 전국 상급종합병원들을 대상으로 진료지원(PA)간호사 중심의 중증 진료 체계로의 구조 전환을 추진하면서 PA간호사들이 전공의 업무를 상당 부분 수행하고 있지만 의사의 역할을 완전히 대체하긴 힘든 실정이다.
![[서울=뉴시스] 정병혁 기자 = 박단 대한전공의협의회 비상대책위원장이 20일 서울 중구 세종대로에서 열린 의료정상화를 위한 전국의사궐기대회에서 연대사를 하고 있다. 2025.04.20. jhope@newsis.com /사진=정병혁](https://thumb.mt.co.kr/cdn-cgi/image/f=avif/21/2025/04/2025042114414790626_3.jpg)
전공의 복귀도 의정 간 입장차를 좁히지 않는 한 쉽지 않을 전망이다. 대한전공의협의회(대전협) 비상대책위원회는 "갈등과 대립을 원하지 않는다"면서도 "윤 전 대통령 독단으로 실행된 모든 의료 정책을 즉각 중단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박단 대전협 비대위원장은 20일 궐기대회에서 "괴랄한 정부 정책이 모든 것을 망가뜨렸다. 저는 병원을 떠났다. 내일의 의료를 지키고 싶었다"며 "일방적으로 정책을 결정하고 법을 어긴 것은 정부다. 우리가 뭘 그렇게 잘못했나"고 주장했다.
보건복지부는 20일 궐기대회와 관련해 별도 입장을 내지 않았지만, '의료개혁 과제들을 계획대로 추진하겠다'는 기존 입장을 유지하겠단 방침이다. 박민수 복지부 2차관은 앞서 의대생·전공의들의 요구에 대해 "(논의) 참여 없이, 구체적 내용에 대한 제시 없이 무조건 (의대증원) 백지화와 (의료개혁) 중단 요구는 타당하지 않다"면서 "의료 전문가로서 현장에 꼭 필요한 구체적이고 실효적인 대안을 제시해 주시길 바란다"고 반박한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