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자단체 "의료사고 시 의료진 설명 의무 법제화해야"
'의료사고 피해 호소' 류선씨 "17살 딸, 무리한 기관삽관으로 뇌손상" 주장
안기종 환자 대표 "정은경 복지부 장관과 공개면담 요청"

전공의들이 복귀 요건 중 하나로 의료사고 법적 부담 완화를 요구 중인 가운데, 환자단체가 '환자 중심 의료체계'가 우선이란 입장을 재차 밝혔다. 안기종 한국환자단체연합회(이하 환단연) 대표는 20일 서울 영등포구 사무실에서 열린 '제26회 환자 샤우팅 카페'에서 "의료사고 피해자 측이 형사고소를 하지 않거나 최소화할 제도적·입법적 환경부터 조성해야 한다"며 "정은경 보건복지부 장관이 의료사고 피해자 목소리를 공개적으로 경청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이날 현장엔 10대 딸이 의료사고 피해를 당했다고 주장하는 류선씨가 참석했다. 류씨에 따르면 그의 딸 김주희양(17)은 지난해 11월26일 서울의 한 대학병원 정형외과에서 척추측만증 교정 수술을 받았다. 김양은 수술 후 회복 과정에서 심한 폐렴이 발생해 같은 달 30일 중환자실로 이송됐고, 기관삽관 상태에서 치료받던 중 12월10일 잠에서 깨 스스로 삽관 튜브를 뽑는 '자가발관' 사고가 발생했다.
류씨는 "자가발관 방지를 위해 손목 보호대를 착용 중이었지만 아이가 직접 튜브를 뽑을 수 있었다"며 "당직 중이던 호흡기내과 교수, 마취과 교수, 기도 확보팀이 50분간 16차례에 걸쳐 기관삽관을 시도했고 아이는 심정지에 이르렀다. 17분간 심정지 상태를 겪은 뒤 기관절개로 기도를 확보했는데 이로 인해 광범위한 뇌 손상이 발생했다"고 주장했다. 의무기록지엔 기관삽관 재시도를 9차례 했다고 적혀 있었지만 폐쇄회로(CC)TV 영상엔 16차례 시도한 것으로 확인됐단 게 류씨 측 설명이다.
류씨는 "주희는 선천적으로 척추측만으로 기도가 길고 좁고 휘어진 특이 구조를 갖고 있고 의료진은 이를 수술 전부터 알고 있었다"며 "척추측만증 교정 수술 전 마취과 담당의는 '삽관이 매우 어렵지만 시도해 보겠다'고 설명했다. 폐렴으로 중환자실 이송 시에도 세 번의 시도 끝에 간신히 삽관이 이뤄졌다"고 말했다. 이어 "이러한 특이 구조 때문에 사고 발생 5일 전 이미 이비인후과에 기관절개 협진이 요청된 상태였다"며 "중환자실 사고 당시 의료진은 무리하게 기관삽관만을 반복 시도했고 아이의 기도 특성을 확인·공유하는 과정은 이뤄지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류씨는 "병원은 사고 당시 아이의 처치에 대한 보호자의 질문이나 병원장 정식면담에 응답도 없이 오직 '폐렴이 가라앉으면 요양병원으로 전원하라'는 말만 반복했다"며 "아이는 항생제 내성균을 보유한 격리 치료가 요구되는 산소호흡기 의존 환자다. 서울·수도권 내 30여곳 병원에 전원을 문의했지만 몇몇 요양병원을 빼면 갈 곳이 없다"고 말했다. 류씨 측은 지난 4월8일 해당 사고 관련 민사소송을 제기한 상태다.
자문단으로 참석한 권용진 서울대병원 공공진료센터 교수는 △협진 요청 뒤에도 설명 없이 기관절개가 5일간 미뤄진 점 △주치의의 사전 정보 전달에도 응급상황 시 절개 대신 삽관을 장시간 시도한 점 △자가발관 방지용 억제장갑 등을 사용하지 않은 점 등에 의문을 제기했다. 권 교수는 "환자 상태를 기준으로 전체 과정을 따져봤을 때 의료진 간 정확한 정보 교류가 되지 않았고 협진 요청에 대한 대응이 느렸던 건 문제가 있다"며 "(김양의 경우) 튜브가 절대 빠지면 안 되는 환자인 만큼 충분한 관리가 필요했는데 이에 대한 부분도 다툼의 여지가 있다"고 말했다.
이날 현장에선 의료사고 피해자를 우선으로 둔 제도적 개선이 필요하단 목소리가 나왔다. 현재 의료계는 대한전공의협의회(대전협)가 3대 대정부 요구안에 '의료사고 법적부담 완화 논의기구 설치'를 포함하는 등 의료진이 겪는 과도한 사법적 부담을 낮춰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반면 환자단체 측은 "필수의료 진료과 의사들이 과도한 사법부담 떼문에 해당 분야를 기피한단 주장은 과학적 근거가 부족하다고 견해 차를 보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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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기종 대표는 "의료사고 시 의료진의 설명 의무를 법제화해야 한다"며 "의료진 유감 표시에 대한 증거능력 배제로 의료진이 사과를 꺼리는 것을 막고, 의료사고 트라우마센터 설치 등 논의가 이어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안 대표는 "의료사고 피해자가 형사고소하지 않도록 하는 게 근본적인 해결책"이라며 "정은경 복지부 장관이 의료사고 피해자들의 이야기를 공개적으로 들을 수 있는 자리가 우선적으로 필요하다"고 촉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