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도 필수의료…CT 중복 촬영 막는 시스템 갖춰야" 영상의학회 제언

"우리도 필수의료…CT 중복 촬영 막는 시스템 갖춰야" 영상의학회 제언

정심교 기자
2025.09.24 16:35
24일 코엑스에서 열린 대한영상의학회 기자간담회에서 정승은 회장(은평성모병원 영상의학과 교수)이 영상의학과를 필수의료 과목으로 지정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사진=정심교 기자
24일 코엑스에서 열린 대한영상의학회 기자간담회에서 정승은 회장(은평성모병원 영상의학과 교수)이 영상의학과를 필수의료 과목으로 지정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사진=정심교 기자

CT(컴퓨터단층촬영), MRI(자기공명영상) 검사 후 '판독'은 영상의학과에서 담당한다. 그런데 우리나라에선 정부가 책정한 영상검사 수가(의료행위 급여 가격)가 계속 낮아진 데다 최신의 영상 장비를 들여놔도 구형 장비와 수가가 같다. 여기에 정부가 지정한 '필수의료'에 영상의학과가 빠지면서 '이러다 한국 영상의학이 퇴보하는 것 아니냐'는 전문의들의 고충이 나왔다.

24일 대한영상의학회가 서울 코엑스에서 개최한 기자간담회에서 최준일 서울성모병원 영상의학과 교수(학회 정책연구이사)는 "영상검사 장비를 많이 돌릴수록 원가를 보존할 수 있는데, 장비 가동률이 올라가면 원가가 내려가고, 그러면 정부가 영상검사 수가를 내린다"며 "이런 악순환을 지난 10년간 3~4번은 겪는 과정에서 수가는 절반 수준으로 떨어졌다"고 비판했다.

실제 우리나라의 CT·MRI 같은 영상검사 수가는 미국의 4분의 1, 일본·독일·호주의 2분의 1 수준이다. 2012년 CT 수가는 15.5%, MRI 수가는 24% 인하됐으며 2017년 상대가치개편을 통해 5% 더 낮아졌다. 2024년 3차 상대가치개편에서는 검체·영상 행위에 대해(종별 가산 폐지 방식) 수가가 추가 인하됐는데, 상급종합병원의 경우 15%의 수가 인하가 발생하면서 의원과 병원 간 환산지수 차이로 동일한 검사를 했을 때 의원보다 병원이 더 비싼 상황이 발생했다.

예를 들어 조영제를 사용하는 복부CT의 경우 의원 수가는 14만원대 후반이지만, 상급종합병원의 수가는 12만원대 후반이다. 최준일 교수는 "수가가 내려가면 병원에선 행위를 더 많이 할 수밖에 없다. 환자에게 필요하지도 않은 영상검사를 계속하게 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낡은 영상장비 문제도 심각하다는 지적이다. 국내에선 노후화한 영상장비 비율이 선진국보다 높아 고장률도 높고, 영상 품질이 떨어지며, 오진 가능성과 방사선 피폭량이 증가할 수 있다는 게 학회 우려다. 최 교수는 "우리나라에선 15년 된 CT이든 최신의 CT이든 병원이 받는 수가가 똑같다"며 "최신의 고급 장비를 갖춰 의료 질을 높이기보다 값 싼 장비로 검사하는 게 병원 경영진 입장에서 더 유리하다"고 비판했다. 이에 학회는 영상장비의 연식, 품질관리, 운영 인력 교육 현황 등을 토대로 수가 차등제를 시행해야 한다고 정부에 제언한다는 방침이다.

24일 서울 강남구 코엑스에서 열린 대한영상의학회 기자간담회에서 학회 임원진이 24~27일 열리는 'KCR 2025' 학술대회 취지와 의의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이번 학술대회에는 사전 등록 기준으로 일본·중국·인도·태국·싱가포르·호주 등 38개국에서 총 3258명(국내 2633명, 해외 625명)이 참가할 예정이다. /사진=정심교 기자
24일 서울 강남구 코엑스에서 열린 대한영상의학회 기자간담회에서 학회 임원진이 24~27일 열리는 'KCR 2025' 학술대회 취지와 의의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이번 학술대회에는 사전 등록 기준으로 일본·중국·인도·태국·싱가포르·호주 등 38개국에서 총 3258명(국내 2633명, 해외 625명)이 참가할 예정이다. /사진=정심교 기자

이날 학회는 "영상의학과를 필수의료로 포함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앞서 지난 11일 보건복지부는 '필수의료'로 △내과 △외과 △산부인과 △소아청소년과 △응급의학과 △심장혈관흉부외과 △신경과 △신경외과 등 8개 과목을 지정하고, 이런 필수의료를 강화하고 전공의 수련환경을 지원하겠다는 방침을 내놨다. 여기에 영상의학과는 포함되지 않았다.

학회 정승은 회장(은평성모병원 영상의학과 교수)은 "영상의학과는 정부가 지정한 필수의료 과목(8개)에 포함되지 않았는데, 영상의학과가 인기과이므로 필수과가 아니라는 접근 방식은 맞지 않는다"며 "영상의학과를 빼놓고 과연 필수의료가 돌아갈 수 있는가? 영상의학과 없이 어떻게 중증질환을 진단해 치료계획을 세우고 모니터링하겠는가? 모두 불가능하다"고 말했다. 이에 정부가 필수의료에 대한 정의부터 다시 세워야 한다는 게 학회 입장이다.

국내 의료기관에서 이뤄지는 전체 영상검사의 30~50%가 임상적으로 불필요할 수 있다는 연구 결과가 있다. 이는 △검사 적응증에 맞지 않는데도 병원이 수익을 내기 위해 영상검사를 일부러 더 많이 진행하는 경우 △의료기관 전원 시 기존 영상검사물을 CT를 별도 요청하지 않는 한 중복 촬영이 적잖다는 점 등이 주요 원인으로 꼽힌다.

예컨대 암 환자가 암세포를 추적하기 위해 3개월에 한 번만 CT검사를 받으면 되는데도 2개월에 한 번씩 영상검사를 진행하는 경우다. 이는 건강보험 재정을 낭비할 뿐 아니라 방사선에 불필요하게 노출될 수 있다는 지적이다.

불필요한 중복 영상검사를 막기 위해 학회는 '영상센터 설립'을 정부에 제언할 예정이다. 현재 대형병원에서 이뤄지는 영상검사의 약 70%는 외래환자가, 약 30%는 입원환자가 받는다. 서울 상급종합병원에선 환자가 영상검사를 받기 위해 지방에서 서울로 먼 길 올라오거나, 검사 대기에만 수 주~수 개월 기다리는 일도 부지기수다. 현재 국내에선 병원 간 영상검사 공유 시스템이 불가능해서다.

박성호 서울아산병원 영상의학과 교수(학회 편집이사)는 "미국에선 현재 영상센터 수백 곳이 설립돼 불필요한 중복 촬영을 크게 줄이는 효과로 이어졌다"면서 "우리도 지역 곳곳에 CT·MRI 같은 영상장비를 갖춘 영상센터를 설립하고, 이곳에서 찍은 영상이 의료기관에 공유된다면 중복 촬영 같은 불필요한 검사가 사라질 것"이라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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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심교 기자

안녕하세요. 머니투데이 바이오부 의료헬스팀장 정심교입니다. 차별화한 건강·의학 뉴스 보도에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 現 머니투데이 바이오부 차장(의료헬스팀장) - 서울시의사회-한독 공동 선정 '사랑의 금십자상(제56회)' 수상(2025) - 대한의사협회-GC녹십자 공동 선정 'GC녹십자언론문화상(제46회)' 수상(2024) - 대한아동병원협회 '특별 언론사상'(2024) - 한국과학기자협회 '머크의학기사상' 수상(2023) - 대한이과학회 '귀의 날 언론인상' 수상(20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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