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재명 대통령의 주요 공약인 '전국민 주치의제'가 국정과제에 포함되면서 시동을 건 가운데, 의사들의 반감이 커졌다. 제도 설계가 아직 미비한 데다, 환자의 의사 선택권이 제한될 것이란 게 큰 이유다. 의사들 사이에선 '악법'이라는 표현까지 나오며 저지하겠단 분위기까지 형성돼, '제2의 의정갈등'이 시작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까지 나온다.
앞서 16일 정부가 발표한 '이재명 정부 123대 국정과제'에 따르면 사는 곳 중심의 일차의료체계를 구축해 지역사회 주치의 모델을 단계적 확대한다. 이에 다음 달 제주도가 '제주형 건강주치의 시범사업'(내달부터 2027년 12월까지)을 시작한다. 정부는 내년에 건강주치의 시범사업에 참여할 30개 의료기관을 선정해 운영한다는 계획이다. 주치의제를 통해 1차 의료(개원가)를 강화하고 의료자원의 불균형을 개선하며, 예방·치료·관리를 포괄하는 건강관리 체계를 확립하겠다는 게 정부의 의지다.
하지만 상당수 의사는 주치의제 실효성에 의문을 갖는다. 김성근 대한의사협회(의협) 대변인은 25일 기자와의 통화에서 "주치의제가 시행된 영국 등 선진국에선 일반의(GP)가 주치의를 맡으며, 2차 진료 전 게이트 키퍼 역할을 맡고 있지만 우리나라는 개원의 대다수가 이미 전문의"라면서 "이미 전문의에게 진료받는 게 보편화한 상황에서 주치의제를 도입하는 게 의미 있는지 신중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주치의제의 강제성에 대한 우려도 나온다. 대한이비인후과의사회 김병철 회장은 "'주치의제'라는 환상 뒤엔 건강보다 의료서비스의 제한·통제를 우선시하는 구조가 숨어 있다"며 "주치의제는 '특정 의사'를 거쳐야만 진료받을 수 있는 게이트 키핑(gatekeeping) 기능을 내포한다는 점에서, 국민의 자유로운 의료기관 선택권을 침해할 수밖에 없다"고 주장했다.
조승열 광주광역시의사회 의장은 지난 1일 열린 광주광역시 서구의사회 월례회에서 "우리를 괴롭히는 악법들만 쏟아지는 상황"이라고 날을 세웠다. 이날 그는 주치의제를 비롯해 비대면진료 개정, 문신사법, 전자처방 개선법, 대체조제 활성화 등을 '의료 악법'이라고 규정했다. "이런 의료 악법을 제지하기 위해 우리는 똘똘 뭉쳐 단결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광주=뉴시스] 28일 광주 북구 문화센터 공연장에서 열린 ‘전국민 주치의’ 시범사업 실행 방안 용역 중간 보고회에서 임종한 인하대 교수, 오주환 서울대 교수 등 각계 전문가들의 토론이 진행되고 있다. (사진 = 광주 북구 제공) 2025.08.28. photo@newsis.com /사진=이영주](https://thumb.mt.co.kr/cdn-cgi/image/f=avif/21/2025/09/2025092509503630659_2.jpg)
대한의사협회(의협)는 주치의제 도입에 대응하게 위해 지난 7월30일 상임이사회에서 '주치의제 대응TFT'(위원장 좌훈정 의협 부회장)를 가동했다. 의료계에서 '반대' 입장을 표시해 온 사안인 만큼 의사들의 목소리를 듣고 대응책을 찾는다는 계산이다. 의협 관계자는 "주치의제는 환자 한 명이 특정 의료기관이나 의사에게 등록돼 건강 전반을 포괄·지속적으로 관리받는 제도로 높은 의료 접근성, 의료기관 선택의 자유, 1차의료 인프라의 지역 격차 등을 고려할 때 '신중 도입'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정부는 한의계에도 주치의를 배정한다는 계획이다. 국정과제에선 "한의계의 강점 질환을 중심으로 어르신 한의주치의 시범사업을 신설하고, 거동이 불편한 환자를 위한 방문진료 시범사업도 확대할 것"이라고 명시됐다. 정부는 한의주치의 시범사업의 주요 대상으로 '노쇠' 예방 ·관리에 대해 한의학적 개입이 효과를 볼 것으로 본다. 대한한의사협회 김석희 홍보이사는 "관절염, 척추 근골격계 질환, 소화기계 질환, 감기 등은 한의계의 강점 질환으로 꼽히므로 주치의로서 한의사의 활약 범위는 넓을 것"이라고 기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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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의협 한방대책특별위원회(한특위)는 24일 입장문을 내고 "주치의 제도는 고혈압·당뇨병 등 만성질환 관리와 예방 접종을 포함한 포괄적 건강 관리를 목표로 하지만, 한의사의 업무 범위는 이에 한정적"이라고 날을 세웠다. 한특위는 "현재까지 노쇠 예방·치료와 관련한 대규모 무작위대조 임상시험(RCT)이나 체계적 분석에서 한의학적 개입의 효과가 입증됐다는 보고는 찾기 어렵다"면서 "이는 객관적이고 신뢰할 만한 과학적 근거가 부족하다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이런 가운데 이재명 대통령이 지난 10일 한의사 주치의로 윤성찬 대한한의사협회 회장을 위촉하면서 의사들의 반감은 더 커졌다. '직역 이익 위해 일하는 현직 단체장을 대통령 한방 주치의로 앉혔다'는 점에서다. 한방병원장이나 대학교수 중에서 대통령 한의사 주치의로 위촉되던 관례가 깨진 이례적 사례로 주목받는다.
이에 대해 이재만 의협 정책이사(의협 한방대책특별위원회 부위원장)는 "현직 한의협 회장을 한방 주치의로 위촉한 건 직역 대표성을 고려한 정치적 선택으로 비칠 소지가 있어 심각하게 우려한다"면서 "국가 원수의 건강관리를 과학적·객관적 근거에 기반하지 않은 한방의료에 맡기는 건 대통령의 건강뿐 아니라 국민 건강과 의료정책 전반에 잘못된 영향을 줄 수 있다"고 비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