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녀·부모 살해 후 자살…'샌드위치 세대' 유서에는 이 단어 유독 많았다

자녀·부모 살해 후 자살…'샌드위치 세대' 유서에는 이 단어 유독 많았다

박정렬 기자
2025.10.09 11:29
유서 작성자 중 살해 후 자살 사망자 최다 빈도 단어 워드 클라우드(명사, 사진 왼쪽)과 그 외 자살 사망자의 최다 빈도 단어 비교./사진=한국생명존중희망재단, 한국과학기술원(KAIST) 뇌인지과학과
유서 작성자 중 살해 후 자살 사망자 최다 빈도 단어 워드 클라우드(명사, 사진 왼쪽)과 그 외 자살 사망자의 최다 빈도 단어 비교./사진=한국생명존중희망재단, 한국과학기술원(KAIST) 뇌인지과학과

돈 때문에 자살로 생을 마감하는 사망자가 늘고 있다. 가족을 살해한 후 자살하는 사람은 특히 유서에 돈과 관련된 표현을 많이 쓰는 등 이와 관련한 고민이 심각한 것으로 밝혀졌다. 40대 자살이 암을 제치고 사망원인 1위 오른 가운데 '샌드위치 세대'를 위한 상담과 병간호 서비스 확대 등 심리적·경제적 부담 완화 정책이 필요하다는 의견이 제기된다.

9일 한국생명존중희망재단과 한국과학기술원(KAIST) 연구팀은 2013~2020년 전체 자살 사망 10만2538건을 대상으로 자녀, 부모, 배우자 등을 살해한 뒤 자살한 사망자와 그 외 자살 사망자의 특성을 분석한 '유서 분석을 통한 살해 후 자살의 특성 연구' 보고서를 최근 공개했다.

살해 후 자살은 사람이 특정인을 살해한 뒤 자살하는 행위로 동반자살과 다르다. 자녀, 부모, 배우자, 애인을 대상으로 하는 살해 후 자살 사건은 '간병살인' 등 다양한 형태로 발생하고 있다.

연구팀은 자살 사망자의 심리와 행동을 심층적으로 이해하는 차원에서 살해 후 자살 사망자 유서 215건, 그 외 자살 사망자 유서 3만7735건 가운데 각각 209건, 418건을 추출해 자연어 처리로 분석했다.

(서울=뉴스1) 안은나 기자 = 25일 서울 마포대교에 SOS 생명의 전화가 놓여 있다.  이날 통계청이 발표한 '2025년 사망원인통계'에 따르면, 지난해 자살 사망자는 1만 4872명으로 전년(1만 3978명)보다 894명(6.4%) 증가했다. 이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중 가장 높은 자살률이다.  인구 10만 명당 자살자 수를 나타내는 자살 사망률은 29.1명으로 전년 대비 1.8명(6.6%) 늘며, 2011년(31.7명) 이후 가장 높은 수치를 기록했다.   ※우울감 등 말하기 어려운 고민이 있거나 주변에 이런 어려움을 겪는 가족·지인이 있을 경우 자살 예방 상담 전화 ☎109 또는 자살 예방 SNS 상담 '마들랜'에서 24시간 전문가의 상담을 받을 수 있습니다. 2025.9.25/뉴스1  Copyright © 뉴스1.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AI학습 이용 금지. /사진=(서울=뉴스1) 안은나 기자
(서울=뉴스1) 안은나 기자 = 25일 서울 마포대교에 SOS 생명의 전화가 놓여 있다. 이날 통계청이 발표한 '2025년 사망원인통계'에 따르면, 지난해 자살 사망자는 1만 4872명으로 전년(1만 3978명)보다 894명(6.4%) 증가했다. 이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중 가장 높은 자살률이다. 인구 10만 명당 자살자 수를 나타내는 자살 사망률은 29.1명으로 전년 대비 1.8명(6.6%) 늘며, 2011년(31.7명) 이후 가장 높은 수치를 기록했다. ※우울감 등 말하기 어려운 고민이 있거나 주변에 이런 어려움을 겪는 가족·지인이 있을 경우 자살 예방 상담 전화 ☎109 또는 자살 예방 SNS 상담 '마들랜'에서 24시간 전문가의 상담을 받을 수 있습니다. 2025.9.25/뉴스1 Copyright © 뉴스1.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AI학습 이용 금지. /사진=(서울=뉴스1) 안은나 기자

그 결과 살해 후 자살 사망자 유서에서는 전체 7015개의 명사 중 '엄마, 어머니, 어머님'이 246회(3.5%)로 가장 많았고 '아빠, 아버지' 149회(2.1%), '돈' 117회(1.7%), '사람' 116회(1.7%)가 뒤를 이었다.

그 외 자살 사망자 유서엔 1만3673개의 명사가 확인됐으며 역시 '엄마, 어머니, 어머님'(522회·3.8%), '아빠, 아버지'(414회·3%)가 가장 높은 비율로 나타났다. 이어 '사람'(237회·1.7%), '아들'(220회·1.6%)이 뒤따랐다.

살해 후 자살 사망자는 남성 비율이 높았고, 주로 30~50대의 연령층에서 발생했다. 자녀를 대상으로 한 경우는 30~40대의 부모가 경제적 부담이나 자녀의 건강 문제를 주된 이유로 들었다. 부모를 대상으로 한 경우는 50대 이상에서 돌봄 부담과 경제적 어려움이 원인으로 작용한 것으로 분석됐다. 배우자 또는 애인을 살해한 후 자살하는 경우는 50대 이상에서 주로 발생하며 관계 갈등이 주요 요인으로 작용했다.

살해 후 자살 사망자 유서에서 세 번째로 높은 빈도로 나타난 '돈'이라는 명사는 그 외 자살 사망자의 유서에서 170회(1.2%)로 상대적으로 낮은 빈도로 사용됐다. 구체적으로 갚아야 할 돈이 너무 많다는 '부채'의 의미, 남은 돈은 이 정도라는 '재산'에 대한 의미, 사후 처리를 부탁하는 수단 등으로 쓰인 것으로 파악됐다.

연구팀은 "부모 세대와 자녀 세대를 동시에 부양하며 이중 부담을 지닌 '샌드위치 세대'를 위한 포괄적 지원 체계를 구축해야 한다"며 "돌봄 부담과 경제적 어려움을 경감하고 사회적 안전망을 강화하기 위한 정책적 개입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어 "자살 고위험군 부모가 자녀를 살해하는 극단적 선택을 예방할 수 있는 실질적 보호망을 제공해야 한다"며 "가족 전체를 대상으로 한 상담과 지지 프로그램을 가동하고 경제적 지원뿐만 아니라 심리적인 지원을 함께 받을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앞서 한국생명존중희망재단이 유족 1420명의 면담을 바탕으로 자살사망자 1250명의 심리 부검(면담과 기록 등으로 자살 사망자의 심리·행동 변화와 생애 스트레스를 확인하고 자살 원인을 추정하는 조사 방법)을 진행한 결과 최근 3년간(2022~204년) 부채 보유자가 10명 중 6명(61.7%)에 달했다. 과거 10개년(2015~2024년)간 53.3%보다 눈에 띄게 증가한 것이다.

최근 3개간 자살사망자의 61.3%는 사망 전 경제 관련 스트레스를 경험했던 것으로 나타났으며 세부적으로 부채(55.7%)가 가장 많았고 다음은 수입 감소(19.3%)였다. 부채 원인은 주택 임차 및 구입 관련이 26.5%로 가장 높은 비율을 보였다. 재테크, 투자의 비율은 최근 3년 23.5%로 과거 10년 13.9%의 2배에 육박했다.

※ 우울감 등 말하기 어려운 고민이 있거나 주변에 이런 어려움을 겪는 가족·지인이 있을 경우 자살예방 상담전화 ☎109 또는 자살예방SNS상담 '마들랜'에서 24시간 전문가의 상담을 받을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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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정렬 기자

머니투데이에서 의학 제약 바이오 분야 기사를 쓰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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