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식품의약국(FDA)이 신약 승인 심사기간을 기존의 10% 수준으로 단축하는 '국가우선권바우처(CNPV)' 수혜 기업을 발표하며 프로그램의 가동을 알렸다. 전세계에서 가장 규제가 깐깐하기로 정평난 FDA 결정이라는데 이목이 쏠린다. FDA는 CNPV 주요 취지로 '국민 건강에 중대한 영향을 미칠 치료제를 더 빠르게 제공하는 것이 FDA의 존재 이유 중 하나'라고 설명했다.
제약·바이오 속도전에 성공한 대표 주자는 중국이다. 불과 수년 전까지 복제약과 방대한 내수 시장 중심으로 산업을 꾸려오던 중국은 대대적 육성 카드로 속도를 내세웠다. 임상 진입을 위한 규제를 대폭 완화해 실제 연구 단계에 발빠르게 진입하게 한 것이 핵심이다.
다소 무모해 보였던 중국의 시도는 글로벌 항암신약 차세대 모달리티로 꼽히는 항체-약물접합체(ADC) 분야에서 주도적 입지를 꿰차는 결과로 이어졌다. 결국 실패하더라도 발빠른 임상 진입과 허가 도전을 통해 경험치와 실적을 동시에 쌓겠다는 취지가 주효했다.
해당 흐름은 지난달 임상시험 변경 승인절차 간소화 정책 시범운영을 시작한 영국이나, 앞다퉈 제도 개선을 추진 중인 다수 유럽 국가들로 번지는 중이다.
국내 역시 연초 첨생법(첨단재생바이오법) 개정안 시행 등 시도가 뒤따르고 있지만, 실효성을 위해 '시간이 다소 필요'가 아닌 '보다 과감한 결단이 필요'하다는 것이 업계 주된 목소리다. 해외 사례가 없는 영역·기전에 대한 규제당국 태도는 여전히 조심스러워 임상 진입이 쉽지 않다는 입장이다.
기존 틀을 뒤집는 '혁신'을 위해선 내용 뿐만 아니라 그 속도 역시 중요하다. 특히 신약 개발은 최근 인공지능(AI) 도입으로 속도가 한층 빨라졌다. 기술의 속도감을 제도가 바라만 보고 있어선 안된다. 임상은 적극 권장하고, 허가 단계 신중함을 강화하는 것도 방법이 될 수 있다.
국내 바이오 벤처캐피탈(VC) 업계 1세대로 꼽히는 황만순 한국투자파트너스 대표는 최근 포럼에서 "방어적인 기업엔 투자하지 않는다"는 철학을 강조했다. 국내사가 목표하는 글로벌 시장의 눈높이 역시 다르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국민 건강을 방어할 핵심 산업인 바이오에 지금 필요한 것은 공격적 도전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