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 전문의 자격시험 응시자 2155명, 올초 시험 응시자의 약 4배
심장혈관흉부외과·소청과 등 필수과 지원은 저조
방어진료 부추기는 현실…"법적책임 경감과 보상책 강구해야"

전공의 대거 복귀 이후 치러지는 내년 전문의 시험에서 외과나 소아청소년과 등 이른바 필수과의 지원자가 의정갈등 사태 이전인 2024년의 60% 수준에 불과했다. 내년 전문의 시험 응시자 수는 올해 시험 대비 4배 가량 늘어나는 등 전체 시험응시자 규모는 회복세를 보였지만 필수과 기피는 해소되지 않은 모양새다. 그간 누적된 의료소송 부담과 저수가 등 의료계에서 우려해 온 문제가 해소되지 않았기 때문이란 분석이 나온다.
24일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대한의학회가 지난 19일 마감한 내년 2월 '2026년도 제69차 전문의 자격시험' 원서접수 결과 외과 응시자 수는 93명으로 2024년(149명)의 62.4%에 불과했다. 소아청소년과와 응급의학과 역시 각각 2024년 응시자의 60.6%, 63.3% 수준으로 집계됐다. 심장혈관흉부외과는 2024년 30명에서 내년 14명으로 절반 밑으로 떨어졌다.
내년 전문의 시험 전체 응시자 수는 2155명으로 올해 2월 의정 갈등 도중 시행된 제68차 시험 응시자(557명)의 3.9배에 달한다. 의정갈등 사태 이전인 2024년 시험 응시자(2782명)와 비교해도 응시자수는 회복세를 보이고 있다.
의료계는 필수과 지원 저조 현상의 근본적 원인으로 소송 부담을 꼽는다. 실제 앞서 2018년 신생아가 출생 직후 뇌성마비 진단을 받은 사건 관련 당시 분만을 담당한 산부인과 의사 2명이 올해 8월 불구속 기소되자 산과 이탈이 가속화될 것이란 우려가 나온 바 있다. 소아 진료와 관련해서도 2023년 장이 꼬여 구토 증세를 보인 신생아가 응급수술을 받은 뒤 장기 손상을 보이면서 당시 수술을 진행한 외과 의사 등이 10억원 배상 판결을 받은 사례가 있다. 당시 병원엔 소아외과 세부 전문의가 없었고 지체 시 신생아 목숨이 위험할 것으로 판단한 일반외과 의사가 수술을 진행한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의사들은 '응급실 뺑뺑이' 방지법 등 국회가 최근 마련한 대안이 필수의료 현장의 의견과 배치된다고 본다. 앞서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소속 김윤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구급대원이 전화로 응급실 수용 능력을 확인하는 규정을 삭제하되, 응급의료기관이 수용 불가한 경우 중앙응급의료상황센터에 사전 고지하는 '수용불가 사전고지 제도'를 도입하는 등의 응급의료법 개정안을 대표 발의한 바 있다.
강상범 가톨릭대학교 대전성모병원 소화기내과 교수는 최근 자신의 페이스북 게시물에서 '부산 고교생 뺑뺑이 사망' 사건을 언급, "이 사건 뒤엔 '필수의료 인력과 인프라는 방치한 채 판결과 법으로만 무조건 책임지고 받으라'고 몰아붙인 누적된 구조가 있다"며 "필수의료 분야에 인력과 배후진료 체계를 먼저 깔고 그 위에서 표준 치료를 요구해야 한다. 응급환자 강제 배정과 필수 수용이 필요하다면 그에 상응한 민·형사상 책임 경감과 보상, 병상·장비·인력 지원이 반드시 함께 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찬규 대한응급의학의사회 대변인도 본지에 "자신의 전문 진료과목이 아닌 환자를 손댔다가 큰 배상을 할 것이란 두려움이 방어 진료를 부추기는 건 명백한 사실"이라며 "뺑뺑이를 막으려면 법적 부담 완화가 꼭 필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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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각에선 필수의료 개념 자체를 명확히 해야 한단 목소리도 나온다. 아직 필수의료의 이론적·학술적 정의가 모호하고 임상적으로도 합의된 개념이나 범위가 뚜렷하지 않아 정책 추진 과정에서 혼란이 야기된단 것이다.
배재용 한국보건사회연구원 보건의료정책연구실 연구위원은 이날 '필수의료에 대한 국민 인식 및 정책 추진을 위한 시사점'이란 제목의 보고서를 통해 "사회적 합의를 통한 개념 정의가 어려운 용어를 주요 정책 어젠다(의제)로 사용하면 이해당사자 간 갈등이 심화할 가능성이 크다"며 "국내 상황을 고려한 정책적 측면의 필수의료 분야·범위를 설정하고 정책 우선순위 관련 공감대 형성이 선행돼야 한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