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비만을 막기 위해 설탕이 들어간 제품에 경제적 부담을 가하겠다는 설탕부담금 도입을 두고 정치권에서 공방이 뜨거운 가운데, 설탕부담금을 부과하면 성장기 비만율을 크게 떨어뜨릴 것이란 의료계의 분석이 나왔다. 음료 속 당류의 함량에 따라 설탕 부과금을 단계별 적용하면 1년에 약 2000억원의 세금이 걷힐 것이란 구체적인 전망도 제시됐다.
5일 대한예방의학회가 서울 고려대 백주년기념삼성관 국제원격회의실에서 연 '설탕 부담금 도입 관련 정책 토론회'에서 박은철 연세대 보건정책 및 관리연구소 교수는 "영국처럼 가당음료의 당 함량에 따라 설탕부담금을 세 등급으로 나눠 책정하는 게 맞다고 본다"며 "영국이 걷은 설탕부담금이 연간 GDP(국내총생산)의 0.01%라는 점에서 우리나라도 GDP(약 2000조)의 0.01%인 2000억원을 설탕부담금으로 모을 수 있을 것"이라고 추정했다.
실제 2018년 설탕세를 도입한 영국은 가당음료 100㎖당 당류 함량이 △5g 미만이면 세금 면제를 △5g 이상 8g 미만이면 0.18유로(한화 약 332원)를 △8g 이상이면 0.24유로(약 443원)를 설탕부담금으로 매긴다. 박 교수는 "2022년 7월 기준, 세계 108개국에서 가당음료에 대해 설탕부담금을 부과한다"며 "설탕부담금을 도입한 나라들에서 설탕 소비가 줄고 있다"고 설명했다.

액상 형태의 첨가당은 고형 식품보다 대사증후군 같은 건강 위해 요인을 더 쉽게 유발한다. 이런 당이 든 음료에 세금을 부과하면 제품 가격이 오르고, 자연스레 구매 감소로 이어질 것이란 원리가 적용된 게 가당음료 설탕부담금의 개념이다. 이런 가당음료는 영양적 가치가 없을뿐더러 포만감을 일으키지 않아 계속 마시게 한다. 이는 혈당 스파이크를 일으켜 혈당 조절력을 떨어뜨릴 뿐 아니라, 비만·충치(치아우식증)·당뇨병·심혈관질환·통풍 등 발생률을 높이는 주요 원인으로 꼽힌다.
문제는 한국에서 가당음료로 인한 당 섭취량이 가장 많은 연령대가 10~18세 소아·청소년이었다는 점이다. 지난해 6월 질병관리청에 따르면 이 연령대에선 탄산음료를 하루 평균 84g, 에너지음료는 44.7g, 과채음료는 40g 마셨다. 10세 미만(각각 27.8g, 28g, 38.9g)보다 많게는 3배 이상 많았다.
이처럼 성장기에 가당음료를 즐겨 마시면 비만을 부른다. 2022년 세계보건기구에 따르면 전 세계 인구 8명 중 1명이 비만인데, 성인 비만은 1990년 이후 '2배' 늘었지만, 소아·청소년 비만은 같은 기간 4배 이상 증가했다. 구체적으로는 5세 미만 3700만명이 과체중이며, 5~19세의 3억9000만명이 과체중, 1억6000억명이 비만이다. 이날 김현창 연세대 의대 예방의학교실 교수는 "우리나라에선 여아보다 남아에서, 어릴수록, 사회경제적 수준이 낮을수록 살이 더 잘 찌는 경향이 보인다"고 분석했다.

소아 비만의 55%는 청소년 비만으로, 청소년 비만의 80%는 성인 비만으로 이어진다. 소아·청소년기에 비만하면 제2형 당뇨병, 고혈압, 이상지질혈증, 비알코올성 지방간 등이 일찍 찾아올 수 있다. 이런 이유로 가당음료에 설탕세를 도입한 나라가 108개국에 달하는데, 2022년 세계보건기구에 따르면 미국에서 가당음료에 20%의 세금을 부과했더니 구매가 10% 줄었고, 총칼로리 섭취량이 4.8% 줄었다. 영국에선 2018년 설탕세를 도입한 후 가당음료를 통한 당 섭취량이 15.5g에서 10.8g으로 감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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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년 설탕세를 도입한 멕시코는 1페소(한화 약 74.4원)를 과세할 때마다 비만 유병률이 2.45%씩 줄었다. 설탕세를 걷으면 당 섭취량, 비만율이 줄면서 국민 건강증진기금으로 활용하는 1석 3조의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진단이다. 김 교수는 "가당음료 제품 가격이 10% 오르면 구매가 16% 줄어든다는 연구 결과가 있다"며 "설탕부담금이 소아청소년의 비만을 막을 유일한 해결책은 아니지만, 안 할 이유가 없다는 게 전문가들의 대체적인 의견"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