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가격인하 속도조절
올 복제약 실적 리스크 완화
기업들, 위기대응 시간 확보
해외진출 강화 등 전략 필요

정부가 약가제도 개편안 시행시기를 내년으로 늦추는 방안을 검토하면서 제약업계가 한시름 놓게 됐다. 다만 내년 복제약(제네릭) 가격인하는 피할 수 없기 때문에 유예가 주어지는 기간에 신약개발 역량과 해외진출 강화 등을 위한 전략변화를 모색해야 한다는 제언이 나온다.
3일 머니투데이 취재에 따르면 보건복지부는 오는 7월 시행할 예정이던 약가제도 개선방안의 시행시기를 내년으로 유예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지난해 11월 발표한 약가제도 개선방안은 당초 지난달 건강보험정책심의위원회(이하 건정심)에 상정될 예정이었다. 그러나 추가논의가 필요하다는 이유로 상정하지 않았다. 상정시기는 이달 건정심으로 늦춰졌다.
제도시행이 내년으로 연기되면 복제약 가격인하로 직격탄이 예상된 제약업계는 시간을 벌 수 있게 된다. 올해 실적에 미칠 타격을 피하면서 대응책을 마련할 시간을 확보할 수 있다.
앞서 한국제약바이오협회 등으로 구성된 '제약바이오산업 발전을 위한 약가제도 개편 비상대책위원회'(이하 비대위)는 약가인하가 시행되면 연간 최대 3조6000억원 규모의 매출감소가 발생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비대위가 국내 제약·바이오기업 CEO(최고경영자)를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에서 응답자들은 약가 개편안이 시행되면 영업이익이 평균 51.8% 감소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R&D(연구·개발) 투자는 2024년 기준 1조6880억원에서 평균 25.3%(4270억원) 줄어들 것이라고 예상했다. 기업당 평균 축소액은 366억원이다.
이와 관련, 노연홍 한국제약바이오협회장은 머니투데이에 "7월 약가제도 개편안 시행은 물리적으로 제약사들이 준비기간을 갖기엔 너무 짧아 정부에 내년 이후로 시행유예를 요청해왔다"며 "약가제도 개편안의 건정심 상정시기를 연기한 것만으로도 전향적인 것으로 볼 수 있지만 아직 최종적으로 결정된 게 아니라 시행시기, 약가 인하폭 등이 어떻게 될지 좀더 봐야 한다"고 말했다.
약가제도 개선방안 시행이 연기되면 제약사들은 이 시간을 체질개선의 기회로 삼아야 한다는 지적이 잇따른다. 정윤택 제약산업전략연구원장은 "기업들이 나름대로 연간 경영계획을 세우고 준비했을 텐데 지난해 11월 발표된 약가제도 개편안을 바로 올해 7월에 시행하는 것은 기업들의 적응을 위한 측면에서 한계점이 있었을 거로 생각하기 때문에 제도시행 유예는 필요하다고 본다"며 "약가제도 개선안 시행이 유예되면 기업이 리스크(위험)에 대한 준비를 할 수 있는 기간이 생긴다"고 전했다.
정 원장은 "인구 고령화나 건강보험 재정에 대한 한계성 때문에 복제약에 대해 결코 좋은 인사이트(통찰력)를 주기는 어려울 것"이라며 "많은 제약사의 시장이 국내에 한정돼 있는데 이제는 내수시장의 한계점을 다시 인식하고 글로벌 측면에서 기반을 다지는 시간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어 "신약개발 역량강화 등의 화두를 슬기롭게 넣어 약가제도 개선방안을 변화의 계기로 삼아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