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란 사태로 국제유가가 출렁이고 있다. 서부 텍사스유(WTI)와 브렌트유 선물 가격은 지난해 이스라엘이 이란을 타격했을 때 이후 8개월 만에 최고치로 치솟았다.
중동 지역 불안은 경제 전반에 영향을 미치지만 에너지 수입 의존도가 93%에 달하는 우리로서는 에너지 문제가 가장 심각하다. 호르무즈 해협 봉쇄가 현실화하면 국제유가는 배럴당 100달러 이상으로 급등할 수 있다는 전망이 제기됐다. 2022년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략해 국제유가가 100달러를 넘자 소비자물가는 IMF 외환위기 이후 가장 급하게 상승했다.
이란 사태가 추가 전개 없이 봉합되더라도 안심할 수 없다. 이번 사태는 국제 질서가 물리적 힘의 논리로 재편됐음을 다시 한번 확인시켰다. 특히 앞서 국가수반이 축출된 베네수엘라와 마찬가지로 이란은 주요 산유국이다. 글로벌 석유 공급에 변화가 불가피하다. 에너지 안보가 갈수록 중요해지고 있음을 인식하고 석유 수입을 다변화하고 에너지 자립 정책에 힘을 주는 계기로 삼아야 한다.
반도체 산업이 우리 경제에 기여하는 정도나 AI(인공지능) 데이터센터 확산 속도를 볼 때 우리 산업의 전력 의존도는 갈수록 높아질 전망이다. 에너지 안보가 곧 산업 안보다. 에너지 자립을 위해 에너지 믹스 다변화를 가속해야 한다. 재생에너지 비중 상향에 더해 24시간 안정적인 전력을 공급할 수 있는 원자력발전에 대한 전향적인 접근도 필요하다.
1970년대 우리 정부는 1차 석유파동을 거치면서 에너지 자립의 필요성을 절감해 자원외교에 나서는 한편 대체에너지 개발을 추진하고 원전 추가 건설에 나섰다. 이를 통한 안정적인 전력 공급이 중화학공업과 반도체 산업을 뒷받침해 한국은 경제 강국으로 발돋움했다. 전화위복의 역사를 되새길 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