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국내에서 불면증 환자가 빠른 속도로 늘고 있는 가운데, 스마트폰 앱에서 버튼만 누르면 불면증을 치료할 수 있는 시대가 열렸다.
10일 바이오·의료 스타트업 웰트와 제약사 한독이 서울 강남구 웰트 사옥에서 공동 개최한 기자간담회에서 강성지 웰트 대표는 "수면제를 먹어도 효과에 만족하지 못했거나, 수면제 처방에 거부감이 있는 불면증 환자에게 '슬립큐'가 대안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 따르면 국내 불면증 환자 수는 2020년 65만8675명에서 2024년 76만8814명으로 4년 새 16.7% 늘었다. 이들 환자에겐 약물치료보다 인지행동치료가 먼저 쓰인다. 인지행동치료란, 불면증을 위한 비약물적 치료법으로 미국수면학회와 미국 내과의사협회를 비롯한 권위있는 다양한 기관에서 불면증 환자에게 약물 치료를 받기 전에 시행할 것을 권고했다. 보통 수면 전문의와 주1회씩, 총 4~8회 만나 수면에 대해 잘못 형성된 습관·생각들을 교정하는 방식으로 진행한다.
불면증 환자 급증으로 이런 인지행동치료 수요도 높아졌다. 하지만 이 치료를 받으려면 의사와 환자가 긴 시간 대화를 나눠야 하고, 이를 위한 인건비가 뒷받침돼야 하는데, 환자 회전율이 높은 국내 대학병원에선 거의 불가능한 일로 여겨졌다.

웰트는 이 공백을 슬립큐로 메꾸겠다고 자신했다. 이날 이유진 웰트 최고의학책임자(CMO)는 "불면증을 해결하기 위해서는 약 처방이 아니라 인지행동치료가 먼저 이뤄져야 하는데, 의사들도 잘 모르고 노력 만큼 수가가 높지는 않다"며 "슬립큐에는 이를 해결할 방안이 담겨있다"고 설명했다. 슬립큐는 인지행동치료(CBT-I)를 디지털로 구현해 환자가 스마트폰 앱을 통해 불면증을 치료하는 방식의 치료기기다. 의사가 불면증 환자를 진료해 슬립큐를 처방하면 환자는 슬립큐 앱을 켜고 진료비 세부산정내역서를 찍어 바로 입장(로그인)할 수 있다.
환자는 1회 처방에 6주 동안 슬립큐의 안내에 따라 △수면 제한(잠자리에 누워있는 시간을 제한해 수면 효율을 높이는 치료) △자극 조절(침실을 수면과 연관시키는 행동 요법) △인지 재구성(왜곡된 인지로 인한 불면의 악순환을 끊는 치료법) △이완 요법(호흡 조절, 근육 이완 등) △수면 위생 교육(건강한 수면 습관을 형성하기 위한 습관·환경 개선) 등을 포함한 인지행동치료를 받는다. 이를 통해 수면 습관을 근본적으로 교정할 수 있다는 게 웰트 측의 설명이다.

웰트가 불면증 환자 68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임상에 따르면 불면증 개선 약물을 먹지 않고도 수면 효율이 15.14% 개선됐고, 잠들기까지 걸리는 시간이 55% 줄었다. 슬립큐는 통합심사 1호 혁신의료기기로, 2023년 식품의약품안전처 허가를 받았다. 비용은 25만원 상당이지만 실손보험을 적용하면 환자는 2만원 정도만 부담하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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웰트와 한독은 2024년 4월 슬립큐 첫 처방을 시작으로 시장 저변을 확대하기 위해 다양한 시도를 해왔다. 디지털 헬스케어 특성을 고려해 시장 도입 초기에는 접근성이 좋은 비대면 진료를 중심으로 활용 사례를 축적하고, 최근엔 대면 진료에서의 처방도 함께 확대하고 있다.
2024년 6월 세브란스병원이 슬립큐를 국내에서 처음 처방한 이후 현재까지 종합병원 20여 곳, 관련 클리닉 60여 곳에서 슬립큐를 처방한다. 강 대표는 "일반적인 의약품 순응도(환자가 약을 처방전대로 끝까지 지키는 정도)는 60% 정도인 데 반해, 슬립큐는 평균 75%, 최대 84% 수준"이라고 설명했다. 웰트는 한독의 전문의약품 영업 조직과 협업해 슬립큐 처방처를 올 연말까지 2000곳, 처방 환자를 연간 3만명 수준으로 확대하는 것을 목표로 삼았다.

한독과 웰트는 슬립큐의 글로벌 진출을 위한 계획도 함께 공유했다. 웰트는 지난해 12월엔 독일에서 진행 중인 성인 불면증 환자 대상 임상시험의 첫 환자 등록을 완료했다. 이번 임상은 유럽 최대 규모 대학병원인 독일 샤리테 대학병원에서 비대면으로 진행하며, 웰트는 임상 데이터를 바탕으로 2027년 슬립큐의 독일 디지털 치료 기기 처방 급여 제도(DiGA) 등재를 추진하고, 내년 코스닥 상장도 준비하고 있다.
한편 웰트는 2016년 삼성전자 사내벤처로 시작한 디지털 헬스케어 전문 기업이다. 한독은 2021년 3월 웰트에 30억원을 지분투자하고 디지털 치료기기 공동 개발을 위한 파트너십을 체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