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전망]FRB의 기습 공격

[뉴욕전망]FRB의 기습 공격

엄성원 기자
2010.02.19 15:38

사흘 연속 오름세를 이어가던 뉴욕 증시에 빨간 불이 커졌다. 19일 뉴욕 증시는 연방 준비제도이사회(FRB)의 기습 재할인율 인상이라는 메가톤급 악재를 상대해야 한다.

지난 사흘 동안 뉴욕 증시는 지표, 실적이라는 쌍끌이 호재에 쾌재를 불렀다. 하지만 재할인율 인상은 이를 한방에 날려버릴 만한 파괴력을 지니고 있다. 인상 폭은 제한적이었지만 시기는 예상보다 빨랐다.

FRB의 재할인율 인상 소식이 전해지며 뉴욕 증시 선물은 큰 폭 하락하고 있다. 이날 오전 0시20분 현재(현지시간) 다우지수 선물은 전일 대비 77포인트 빠졌고 S&P500지수 선물은 10.9포인트 떨어졌다. 나스닥지수 선물 역시 15.75포인트 밀렸다.

강달러도 부담이다. 달러는 엔, 유로 등 주요 통화를 상대로 강세를 보이고 있다. 엔/달러 환율은 2시15분 현재 도쿄 외환시장에서 전일 대비 0.1% 상승한 91.71엔을 기록하고 있다. 특히 유로 대비 달러 가치 상승이 두드러진다. 달러/유로 환율은 같은 시간 0.4% 밀린 1.3475달러를 기록 중이다. 달러/유로 환율은 이날 앞서 9개월 저점을 찍기도 했다.

시장이 이번 재할인율 인상을 더욱 주목하는 것은 금리 정책의 변화를 예고하고 있기 때문이다. FRB가 재할인율을 올린 것은 14개월만이다. FRB는 2008년 12월 기준금리인 연방 기금금리를 지금의 제로 수준(0~0.25%)으로, 상업은행에 대한 연방 기금 직접 대출금리(할인율)를 0.5%로 각각 낮춘 후 금리를 동결해왔다.

시장 충격을 의식, 재할인율 인상이 경기 전망이나 금리정책에 대한 변화를 의미하는 것은 아니라고 FRB는 애써 강조했지만 1년여만의 재할인율 인상을 바라보는 투자자들은 FRB의 현실 인식이 이전과는 달라졌다고 생각할 수밖에 없다.

물론 FRB가 당장 정책금리인 연방 기금금리를 올리는 무리수를 둘 가능성은 없다. 성급한 정책기조 변화는 수조달러에 달하는 막대한 돈과 1년이 넘는 시간을 들여 어렵사리 되살려낸 금융시장 안정과 경제성장 분위기를 스스로 망치는 우로 연결될 수 있다.

하지만 FRB가 조금씩이나마 출구 쪽으로 움직이고 있다는 생각은 증시 투자자들에겐 무시하기 힘든 부담이다. 재할인율 인상이라는 첫 발을 뗀 만큼 언제든 초과 지급준비금 금리 인상이나 모기지담보부증권(MBS) 매각 등 추가 유동성 흡수조치에 나설 수 있다는 불안감이 생기는 것도 당연하다.

그러나 뉴욕 증시가 의외의 선방을 펼칠 가능성도 있다. 연방 공개시장위원회(FOMC)가 열리는 다음달 둘째주에 비해 한달 가까이 시기가 앞당겨지긴 했지만 재할인율 인상은 이미 예고된 사항이다. 벤 버냉키 FRB 의장은 지난 10일 조만간 재할인율을 인상하겠다고 밝혔고 이후 증시에 재할인율 인상 영향이 어느 정도 반영된 상태다.

재할인율 인상의 실제 파급 효과도 제한적이다. 재할인율 인상으로 기금 금리와 재할인율간 스프레드는 0.5%포인트로 확대됐지만 여전히 평소 수준과는 큰 차이가 있다. 재할인율은 시중에서 자금을 구하지 못하고 FRB에 직접 돈을 빌리는 데 대한 일종의 벌칙 금리다. 이에 따라 재할인율은 기금 금리보다 1%포인트 높은 게 보통이다.

재할인율 인상으로 시중 상업은행이 FRB 대출창구를 이용하는 일은 줄어들겠지만 이 때문에 실제 가계 및 기업대출 금리가 오를 가능성은 크지 않다. FRB 직접 대출은 은행간 대출이 여의치 않을 경우, 택하는 차선책일 뿐이다. 신용시장 사정은 1년여 동안 크게 개선됐고 이에 시중은행이 FRB 대출창구를 노크할 일도 크게 줄어들었다.

17일 수입물가, 18일 생산자물가에 이어 미 노동부의 물가 3부작 중 마지막인 소비자물가가 개장 전 발표된다. 블룸버그통신 조사에 참여한 미 경제 전문가들은 1월 소비자물가지수(CPI)가 전월 대비 0.3% 상승할 것으로 내다봤다. 지난해 12월 CPI는 전월 대비 0.2% 올랐다. 식품과 에너지를 제외한 CPI는 전월과 같이 0.1% 상승할 것으로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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