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속되는 러 유학생 피해 "'가해자'는 없다"

계속되는 러 유학생 피해 "'가해자'는 없다"

변휘 기자
2010.03.09 07:08

최근 러시아에서 인종 혐오 범죄로 의심되는 한국인 대상 살인·폭력이 잇따라 발생하며 교민사회가 공포에 빠졌다. 더구나 러시아에서 발생한 인종 혐오 범죄 중 범인을 검거해 사건의 진상을 밝힌 사례가 흔치 않아 교민들을 더욱 불안에 떨게 하고 있다.

지난 7일 오후(현지시각) 모스크바 국립영화대학에서 재학 중인 심모씨(29)는 괴한 한 명이 휘두른 흉기에 목을 찔려 중태에 빠졌다. 러시아 경찰은 이른바 '스킨헤드' 등 인종 혐오주의자의 범행 가능성에 무게를 두고 조사 중이다.

우리 교민이 인종 혐오 범죄의 표적이 된 것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20여 일 전인 지난달 15일에는 극동 알타이 국립 사범대에서 단기 연수 중이던 강모씨(22)가 러시아 청년 3명에게 집단 폭행을 당해 사망했다.

앞서 지난해 1월 모스크바에서는 연수 중이던 여대생의 등에 불을 붙인 화염 테러가 발생했고, 2008년 10월에는 모스크바 남부에서 연수 중이던 공무원이 폭행을 당했다.

또 2007년 2월에는 러시아 청년들로부터 집단 폭행을 당한 이모씨가 후유증으로 숨졌으며, 2005년 2월에는 상트페테르부르크에서 10대 유학생 2명이 흉기에 찔리는 등 한국인 대상 인종 혐오 범죄는 소비에트 연방 붕괴 이후 지속적으로 발생하고 있다.

이 같은 사건의 범인이 붙잡히고 진상이 밝혀진 사례는 극히 일부다. 외교부에 따르면 여대생 화염 테러 사건의 가해자 3명이 검거돼 처벌을 받았지만 이전의 사건들은 사건 처리 결과조차 파악하기 힘들다.

외교부 관계자는 "2007년 이후 발생한 한국인 대상 인종 혐오 범죄는 6건"이라며 "2007년 러시아 공관에 시스템이 구축돼 이전의 사례와 해결 여부는 정확히 집계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그러나 현지 교민의 말은 다르다. 지난해 모스크바에 어학연수를 다녀 온 대학생 J씨(27)는 "피해 한국인들이 신고에 따른 보복을 두려워 해 사건을 숨기는 경우가 많다"며 "한 해 동안 유학생 사이에서 회자된 사건만도 6건은 충분히 넘을 것“이라고 말했다.

아울러 전문가들은 러시아 당국의 진상 규명 의지와 능력이 부족한 점도 지적한다. 인종차별 범죄로 의심되는 경우에도 단순 폭행 사건으로 처리하거나 범인 검거에 늑장을 부리는 경우가 많다는 설명이다.

강봉구 한양대 아태지역연구센터(러시아 정치학) 연구교수는 "일부 극우정당이 대중의 애국주의를 부추기고 스킨헤드의 뒤에서 자금을 댄다는 소문이 만연해 있다"며 "푸틴 정부의 국가적 자부심을 강조하는 정책도 인종 혐오주의 경향에 일조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강 교수는 또 "한국을 미국에 의존적인 국가로 보는 러시아 대중의 의식도 수사 당국이 한국인 대상 범죄에 소극적인 이유"라며 "피해자 본인과 현지 대사관의 노력에만 사건 해결을 맡겨두지 말고 러시아 당국을 움직이기 위한 정부 차원의 노력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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