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의 지리자동차가 미국의 포드로부터 볼보를 18억 달러에 인수했다. 자동차 변방 국가의 기업이 84년 전통의 고급 브랜드를 집어삼킨 일을 바라보는 시각은 대체로 중국 쪽에 맞춰져 있다. 대다수의 전문가들과 언론이 중국 자동차 산업의 비약적 발전에 따른 성과로 평가하고 있는 것.
그러나 여러 속사정을 들여다보면 이번 딜은 글로벌 자동차 강국들의 역학관계와 관련이 있다. 특히 최근 글로벌 자동차 시장에서 열세를 보이고 있는 미국이 그 중심에 있다. 볼보를 매각해야만 할 정도로 경영상태가 나쁘지 않았던 포드가 왜 지금 매각 계약에 사인했을까? 중국 언론 환구시보의 인터넷판은 그 내막의 시나리오를 이렇게 그렸다.
우선 중국이 볼보를 원했던 이유는 이렇다. 중국에서는 고위공무원들의 공용차가 주로 벤츠, 아우디 등 독일차 브랜드다. 중국 정부는 이 자동차들의 비용이 워낙 커 자국산 고급차로 대체하려 했다. 그러나 중국 자동차 업계의 고급차 생산 수준은 취약한 상황. 그래서 중국 정부는 해외기업 쪽으로 눈길을 돌리고 있었고, 그러던 차에 볼보가 매물로 나오자 중국 정부는 잽싸게 달려들었다.
그러나 '뛰는' 중국 위에 '나는' 미국이 있었다. 미국과 포드는 중국이 볼보 인수 이후 독일산 공용차를 모두 볼보 모델로 바꿀 것으로 확신했다. 뜻대로만 된다면 가장 큰 타격을 입는 쪽은 독일이다. 최대 고객인 중국시장에서 큰 손실을 볼 것이기 때문이다. 즉 포드가 볼보를 중국 기업에 판 것은 유럽, 특히 독일을 견제하기 위한 전략인 것.
미국은 바로 앞서 뇌물을 살포했다는 혐의로 다임러를 기소하고 거세게 비난하며 유럽 자동차 기업을 견제했던 전력이 있다. 최근 토요타 대량 리콜 사태를 집요하게 물고 늘어진 것도 일본에 대한 견제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미국이 열세 만회를 위해 일본에 이어 이번엔 유럽을 강력 견제하려는 것이 포드가 볼보를 지리에 흔쾌히 내놓은 이유인 것이다.
환구시보의 시나리오는 일견 그럴 듯 해 보인다. 그러나 정작 자기네 사정은 잘 모르고 있는 듯하다. 미국이 잠재적 경쟁자인 중국에 볼보를 흔쾌히 내준 이면에는 '큼직한 먹이'(볼보)를 먹다 제대로 한번 체해 보라는 속셈도 깔려 있다는 미 언론들의 분석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