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지금 알고 있는 걸 그 때도 알았더라면

[기자수첩]지금 알고 있는 걸 그 때도 알았더라면

권다희 기자
2010.04.11 16:05

지난 7∼9일 워싱턴의 미 국회의사당.

앨런 그린스펀 전 연방준비제도이사회 의장을 비롯해 씨티그룹, 패니매 전 임원등 금융위기의 당사자들이라고 할 낯있은 얼굴들이 한데 모였다. 위기의 발발 원인을 규명하기 위해 하원 금융위기조사위원회(FCIC)가 개최한 청문회에 증인으로 참석한 것이었다.

이들의 반응은 하나 같이 ‘죄송 하긴 한데 당시에는 우리도 어쩔 수 없었다’ 정도로 요약된다.

2007년까지 씨티그룹 최고경영자(CEO)였던 척 프린스는 "씨티의 리스크 최고책임자, 트레이더 누구도 파생증권의 위험성을 이해하지 못했다"고 시인했다. 전 재무부장관이자 1999년부터 씨티그룹 고문을 맡았던 로버트 루빈은 "2007년 가을까지 부채담보부증권(CDO)에 대해 알지 못했다"며 "당시에는 위기가 다가오고 있다는 징조들이 정확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다니엘 머드 패니매 전 CEO는 “당시 기존에 없었던 새로운 증권 상품들이 등장하기 시작했으며 이러한 변화가 모기지 시장에서 앞으로도 계속될 것이란 게 점점 명확해 졌다"며 서브프라임 모기지 증권 같은 ‘위험한’ 금융 상품 투자가 불가피한 선택이었다고 항변했다.

이들에게는 물론 금융위기에 대한 책임이 있다. 씨티는 2007년 은행에 대한 규제에서 벗어나기 위해 구조화투자기구를 설립, 단기차용증을 남발해 싼 자금을 빌려 위험한 투자를 잔뜩 벌여 놨다. 머드는 패니매가 휘청거렸던 2007년 1300만 달러에 달하는 보수를 받아 구설수에 오르기도 했다.

적절한 책임소재를 파악하고 재발 방지를 위해 과거를 규명하는 작업은 분명히 필요하다. 그러나 과거에 대해 이야기할 때 한 가지 주의사항이 있다. 지금 우리에게는 모든 사태를 명확하게 정리할 수 있는 정보가 있지만 당시의 그들은 그렇지 못했다는 점이다.

'지금 알았던 것을 그 때도 알았더라면'이란 푸념이 그다지 영양가 있지 못한 것도 알 수 있게 된 게 '지금'이라는 시점으로 인해 비로소 가능해졌기 때문이다. 진상규명이 지나치게 쉬운 비난이나 감정적인 공격으로 엇나가지 않기 위해선 이 점을 잊지 말아야 할 듯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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