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 배아를 파괴하는 연구” 기독교 단체 주장 받아들여 잠정적 정지 명령
미국 연방법원이 줄기세포 연구를 위한 정부의 자금 지원에 대해 ‘잠정적 정지 명령’을 내렸다고 뉴욕 타임스 등이 23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이에 따라 미국의 줄기세포 연구에 적지 않은 차질이 빚어질 것으로 보인다.
버락 오바마 대통령은 지난해 9월 전임 조지 W 부시 대통령이 금지한 줄기세포 연구에 대한 연방정부 기금 지원을 허용했다. 이에 맞서 한 기독교 단체는 “배아줄기세포 연구가 인간배아를 파괴시킨다”며 정부 예산 지원 중단을 요구하며 소송을 제기했다. 인간배아를 연구용으로 사용함으로써 생명으로 탄생할 수 있는 세포가 희생돼 결국 인간의 존엄성이 무시된다는 논리다.
외신들에 따르면 워싱턴 연방 지방법원은 “배아줄기세포 연구가 인간의 배아를 파괴시키는 연구”라며 본안에 대한 최종 판결이 날 때까지 정부 지원을 잠정 중단시키는 가처분 결정을 내렸다.
워싱턴 지법 로이스 램버스 판사는 “배아줄기세포 연구를 위해서는 연구용 세포들을 배아로부터 분리시켜야 하는데 이 과정에서 배아의 파괴가 초래된다”며 “이에 따라 배아줄기세포 연구는 인간배아 파괴를 수반할 수밖에 없다”고 밝혔다.
오바마 행정부는 지난해 줄기세포 연구에 2100만 달러(약 250억원)의 예산을 배정했다. 급속히 팽창하는 줄기세포 시장을 놓칠 수 없다는 판단에서다.
당시 오바마는 “정치적 신념과 관계없이 대다수의 미국인이 줄기세포 연구가 필요하다는 합의점에 도달했다”며 “하지만 인간 복제는 매우 위험한 일”이라고 말했다.
◆재연되는 줄기세포 논란=법원의 이번 판결로 줄기세포를 연구하는 학계에선 큰 혼란이 빚어지고 있다. 보스턴 어린이병원의 조지 달리 박사는 “법원 판결에 따라 정부로부터 받아오던 연구 지원금이 끊겨 연구 수행에 차질이 생기게 됐다”며 “연방기금이 아닌 민간 연구자금을 구해야 하는데 쉽지 않은 상황”이라고 말했다.
외신들에 따르면 현재 미국에서 인간배아 줄기세포 연구를 위해 정부 지원을 받으려면 미 국립보건원(NIH)의 승인을 받아야 한다. 그러나 이번 판결로 정부 승인을 받은 연구들도 차질이 불가피하게 됐다.
이 같은 논란은 보수적인 전임 부시 대통령 당시에도 있었다. 부시 전 대통령은 2001년 줄기세포 연구에 대한 연방기금 지원을 금지하는 조치를 내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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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2005년 미 하원은 부시 대통령에 맞서 연방기금 지원을 허용했으며 이듬해 상원에서도 이를 승인했다. 그러자 부시 전 대통령은 의회가 승인한 법안에 대해 거부권을 행사해 끝내 예산 지원은 이뤄지지 않았다.
최익재 기자
◆줄기세포=뼈, 장기, 피부 등 다양한 신체 조직으로 분화할 수 있는 능력을 가졌지만 아직 분화되지 않은 ‘미분화세포’. 이 때문에 손상된 조직의 재생 등 치료용 연구가 활발히 진행되고 있다. 줄기세포 연구를 통해 알츠하이머병·당뇨병 등 난치병 치료는 물론 혈액과 장기 등도 만들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이 밖에 형질이 우수한 가축이나 애완동물의 복제도 가능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