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유로존의 성장통

[기자수첩]유로존의 성장통

김경원 기자
2010.11.26 09:07

"안타깝지만 실패할 것이다."

1999년 최초의 통화동맹인 유로의 출범으로 들떠있는 유럽을 향해 미국의 보수파 칼럼니스트 조지 윌은 찬 물부터 끼얹었다.

 

유로존이 갖는 태생적 한계를 엿 본 것이다. 유로존 16개 회원국은 단일통화를 사용하지만 재정 정책은 각자가 유지한 채 출범했다. 정치 통합에 앞서 우선 경제적 연대부터 서두른 필연적 결과인 셈이다.

한 지붕 아래 독일같은 견조한 흑자국과 그리스같은 적자국이 뒤섞여 사는 기묘한 동거가 시작됐다. 벌이가 다른 이들의 똑같은 통화가치는 역내 임밸런스 문제를 심화시킬 수 밖에 없었다. 부국은 부국대로 자신들의 지갑을 열어 적자국을 도와주고 있다는 불만이 쌓이고, 빈국은 자신들에게 과분한 자금을 싸게 조달해 흥청망청 써대는 모럴해저드를 낳았다.

 

그리스에 이어 아일랜드가 ‘IMF 통치’에 들고 포르투갈, 스페인 등 소위 ‘PIGS’의 국가채무위기가 재고조되며 '유로 몰락'의 목소리도 다시 커지는 상황이다. 조신한 앙겔라 메르켈 독일총리 역시 유로의 최대 위기라고 지적했다. 꼭 그럴까?

 

일련의 과정을 보면 아직은 아닌 것 같다. EU는 이번 재정위기를 계기로 금융 건전성을 감독하기 위한 금융감독기구를 창설하고, 예산안 사전 점검 제도 도입에도 합의했다. 앞서 6월에는 유럽재정안정기구(EFSF)도 출범했다.

이들이 정상 가동하면 유로존은 단기적으로는 역내 불균형을 완화하고 장기적으로는 재정통합, 정치통합 논의를 가속화할 전망이다. 돌이켜보면 유럽은 1, 2차대전의 극심한 분열과 적대의 위기를 거치며 통합을 진전시켰다. 메르켈 총리 또한 분열의 과거로는 절대 회귀치 않을 것이라는 강한 신념을 깔고 있다.

물론 향후 과정은 순탄치는 않을 것이다. ‘유러피언 드림’의 저자 제러미 리프킨은 "EU 역사의 모든 고비마다 국가 주권을 유지하되 연합에 더 많은 권한을 주는 미묘한 균형잡기가 이뤄져왔다"고 설명했다.

유럽에 단일 시장이 만들어지기까지 50년의 세월이 걸렸다. 유럽은 현재 성장통을 겪으며 '유럽합중국'을 향한 꿈에 더디게 다가가고 있는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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