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전망]'잡스 쇼크'와 WSJ의 과열 경고

[뉴욕전망]'잡스 쇼크'와 WSJ의 과열 경고

권성희 기자
2011.01.18 16:55

아시아 증시에 ‘잡스 쇼크’는 없었다. 애플의 아이콘 스티브 잡스 최고경영자(CEO)가 구체적인 상황을 설명하지 않은 채 무기한 병가를 떠나버린 날, 오히려 애플의 최대 경쟁자 삼성전자는 2만원, 2.11% 오르는 기염을 토했다.

장 마감 30분 전 삼성전자의 3% 급등에 힘입어 10포인트 이상 오르던 코스피지수가 삼성전자의 상승폭 둔화와 함께 3포인트 가량의 소폭 약세로 마감하긴 했지만 최소한 한국 증시엔 ‘잡스 쇼크’라기보다 ‘잡스 이펙트’가 나타난 셈이다.

도쿄 증시 역시 일본 최대 반도체 회사인 엘피다가 D램 가격을 10% 인상하기로 했다는 방침에 3% 급등하며 강보합 마감했다.

잡스의 병가 소식이 알려진 17일, 뉴욕 증시는 휴장이었다. 당시 개장한 독일 주식시장에서는 애플이 7%가량 급락했다. 그럼에도 독일 DAX30 지수는 2.36포인트 올랐다.

그렇다면잡스의 병가 소식이 알려진 후 처음 열리는 뉴욕 증시는 어떤 반응을 보일까?

애플은 다우지수 30개 종목에는 포함되지 않지만 엑손모빌에 이어 미국 내 시가총액 2위 기업이다. 다우지수가 영향을 받지 않는다 해도 애플이 상장된 나스닥증시에 는 상당한 타격을 줄 수 있다.

물론 변수가 또 하나 있다.장 마감 후에 발표되는 애플의 실적이다. 애플은 아이폰과 아이패드 등의 판매 호조로 사상 처음으로 순익이 50억달러를 넘었을 것으로 기대된다.

호실적이지만 ‘잡스 쇼크’를 완화시키기엔 충분치 않아 보인다. 애플 투자자들은 지금까지 애플이 예상치에 부합하거나 예상치를 웃도는 실적을 발표할 때마다 주식을 매도하는 경향을 보였다. 예상을 웃도는 실적에 애플 투자자들은 이미 익숙해졌다.

가장 궁금한 것은 지난주까지 7주 연속 올라온 뉴욕 증시에 '잡스 쇼크'가 미칠 파장의 규모다.

최근 뉴욕 증시나 아시아 증시의 낙관적 분위기를 감안하면 ‘애플 쇼크’가 그리 큰 파장력을 갖지 못할 수도 있다.

하지만 글로벌 투자자들이 권위를 인정하는 경제신문‘월스트리트 저널’과 파이낸셜 타임스’가 공교롭게도 같은 날 과열을 경고했다는 점이 흥미롭다.

우선 월스트리트 저널. ‘다우 회의론자들은 시장이 덤으로 빌린 상승세에 있다고 말한다.’ 한 마디로 지금 강세는 오버슈팅이란 얘기다. 우선 S&P500 지수는 지난주까지 7주 연속 올랐다. 4년만에 최장기 주간 상승세다. 다우지수도 7주 연속 강세다. 9개월만이다.

S&P500 지수는 7주간 8.7% 올랐고 4개월간 23% 치솟았다. 다우지수는 1만2000선까지 213포인트만 남겨 뒀다. 다우지수는 2009년 3월 바닥 이후 78% 급등했다.

S&P의 수석 기술적 분석가인 마크 아버터는 “지금 시장은 어떤 신비로운 힘에 의해 오르는 것 같다”며 현재 증시는 9개월만에 처음으로 피로의 징후를 보이고 있다고 지적했다.

시장이 중력을 느끼고 있다는 점은 몇 가지 기술적 지표에 의해 드러난다. 이는 다우지수가 바로 지난번 7주 연속 올랐던 지난해 3월과 4월에 나타났던 징후와 비슷하다. 당시 다우지수는 7주 연속 랠리한 뒤 그리스 부채 위기 우려로 조정을 받았다.

우선 S&P500 지수는 30거래일 이상 동안 10일 이동평균선 밑에서 마감한 적이 없다. 스트래터개스 리서치 파트너스의 기술분석 대표인 크리스 버논은 “이런 경우는 지난 60년 동안 12번에 불과했다”며 “가장 최근에는 지난해로 42거래일 연속 10일 이동평균선 위에서 마감했는데 이 기록은 4월에 그리스 부채 우려로 끝났다”고 지적했다.

기록적으로 오르던 호주 달러와 인도네시아 증시가 최근 조정을 받고 있다는 점도 조정 신호로 해석된다. 버논은 “오르던 자산들이 하나씩 약세를 보이면 랠리가 너무 오래 달려왔다는 뜻”이라며 증시가 5~6% 정도의 단기 조정을 받을 것으로 예상했다.

강세가 이어지는 가운데거래가 극히 부진하다는 점도 긍정적이진 않다. 지난해 11월말 이후 34거래일 동안 뉴욕증권거래소(NYSE)의 총 거래량은 지난해 일평균 거래량의 10배에 불과했다.

투자자들의낙관론도 너무 높다. 시카고옵션거래소(CBOE)의 변동성지수(VIX)는 지난주 금요일 15.46으로 지난해 4월보다 더 낮아져 3년만에 최저치에 근접했다. VIX가 낮다는 것은 그만큼 투자자들이 별 걱정 없다는 뜻이다.

전미 개인투자자 협회(AAII)의 주간 심리지수도 19주 연속 평균적인 낙관 수준을 넘어섰다. 이는 2004년 이후 최장기이다. 수년간 AAII 심리지수는 의미 있는 역발상 지수로 평가 받았다. AAII 심리지수가 고조되면 시장에 낙관론이 팽배해 조정에 취약하다는 의미다.

다음은 파이낸셜 타임스. ‘트레이딩 포스트’란 칼럼을 맡고 있는 제이미 크리스홀름 역시 7주 연속 상승세를 과열의 신호로 지적했다. 특히 S&P500 지수의 상대 강세 지수(Relative Strength Index, RSI)는 76.7로 통상적으로 증시가 너무 많이 올랐다는 신호로 여겨지는 75를 넘어섰다고 지적했다. RSI가 마지막으로 75를 넘어섰던 것은 지난해 11월이며 이후 8거래일간 S&P500 지수는 3.5% 하락했다.

주식 풋/콜 비율도 0.37로 증시가 그리스 부채 우려로 조정을 받기 직전인 지난해 4월 이후 최저 수준으로 떨어졌다. 지난해 평균 0.59에 크게 못 미쳐 시장의 낙관론을 짐작할 수 있다.

기술적 지표가 과열돼도 증시가 언제 조정을 시작할지는 모른다. '잡스 쇼크'는 '애플' 속의 작은 폭풍으로 그칠 수도 있다. 게다가 펀더멘털 애널리스트들은 미국의 주가 수준이 여전히 상대적으로 낮다고 본다. 더 달릴까, 아니면 여기서 내릴까. 각자의 판단이다.

한편, 애플에 가려지긴 하겠지만 씨티그룹이 개장 전 실적을 발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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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성희 기자

안녕하세요. 국제부 권성희 기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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