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굿바이, 스티브 잡스

[기자수첩]굿바이, 스티브 잡스

송선옥 기자
2011.10.11 14:51

#도스로 컴퓨터를 처음 접한 내게 컴퓨터는 그저 어렵고 두려운 존재였다. 그러던

어느날 미술을 전공하는 언니 집을 방문했다가 깜짝 놀랄만한 컴퓨터를 보게 됐다. 깜찍한 튜브 모양의 모니터를 가진 일체형 컴퓨터였는데 언니가 마우스로 까딱까딱하면 총천연색 디자인이 컴퓨터안에서 그대로 구현됐다. 디자인을 전공하는 사람들이 모두 쓴다는 이 컴퓨터를 언니는 ‘맥’이라 불렀다.

#‘토이 스토리’를 처음 봤을 때의 일이다. 동물의 털 하나하나가 마치 살아 있는 것 같아 코가 다 간질거렸다. 특히 로봇 버즈가 자신이 우주 특수요원이 아닌 장난감이었음을 인식하는 장면은 당시 진로를 고민하던 내게 애니메이션 이상의 울림을 줬다. 나는 그해 다니던 대학을 접고 수능을 다시 봤다.

#지난해에서야 가까이서 접하게 된 아이폰은 생활을 바꿔놓았다. 전철에선 신문과 책 대신 아이폰을 뒤적거렸고 궁금한 것이 있어도 아이폰만 있으면 걱정할 일이 없었다. 독단적인 AS 정책, 안테나 게이트 등에 대한 비판이 아이폰 주변을 배회했지만 소비자들은 혁신과 디자인 혁명에 열광했다. 소비자들은 기술 자체보다 문화와 재미(fun)가 결합한 그 무언가를 원했고 스티브 잡스 애플 전 최고경영자(CEO)는 이를 충분히 간파했다.

잡스가 떠난 스마트폰 시장은 폭풍전야다. 삼성 등 안드로이드 진영은 장수를 잃은 애플을 사방에서 압박할 테지만 애플의 방패도 만만치 않을 것이다. 한 외신은 잡스가 자신의 죽음에 대비해 향후 4년간 공개될 신제품을 준비했다고 전했다.

잡스가 혁신과 소비자의 마음을 읽어내는 능력으로 애플을 최고의 정보기술(IT) 기업 반열에 올렸다면 그 이후에는 더 많은 것이 요구될 것이다. 소프트웨어, 스토리 등에 있어 융합을 이끌어내고 창의적인 에코 시스템을 구축했던 그를 뛰어넘어야 한다.

무엇보다 실패에도 손을 잡아줄 수 있는, 재기를 가능케 하는 사회 분위기와 여건이 필요치 않을까. 잡스 자신이 수많은 실패 끝에 오롯이 설수 있었던 것처럼 말이다. '늘 갈망하라. 우직하게 살아라(Stay hungry. Stay foolish)'라고 했던 그의 도전이 더욱 그리워지는 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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