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명박 대통령과 버락 오바마 미 대통령은 지난 13일(현지시간) 워싱턴 정상회담에서 양국 현안뿐 아니라 우리의 국익 차원에서 중요한 합의를 이뤘다. 한국이 리비아의 민주화 정착과 경제 재건에 참여하고, 이와 관련해 두 나라가 공조 방안도 모색하기로 했다.
이는 무엇보다 건설업을 중심으로 리비아에 진출한 우리 기업들에게 단비와 같은 희소식이 될 수 있다. 무아마르 카다피의 리비아 정권이 무너진 지금, 한국 기업들에겐 카다피 시절 맺었던 계약을 유지하고 밀린 공사대금을 받는 문제가 절실하다. 한국이 재건지원에 적극 참여한다면 리비아의 새 정부와 좋은 관계를 맺는 데 발판이 된다.
하지만 낙관은 금물이다. 리비아는 재스민 혁명으로 독재자를 끌어내린 주변국과 사정이 다르다. 카다피 정권이 무너졌지만 일부 도시에선 여전히 친카다피 병력이 저항을 계속하고 있다.
이와 관련, 중동 전문가인 서정민 한국외대 국제지역대학원 교수는 리비아의 정치 안정에 시일이 걸릴 것이라며 재건지원에 섬세한 접근이 필요하다고 지적한다.
리비아는 앞서 독재자를 끌어내린 이집트나 튀니지와 정치구조 면에서 뚜렷이 구별된다. 앞선 두 나라는 다수 시민들이 단결해 독재자를 몰아냈고 관료체계를 갖춘 군부가 과도정부의 핵심 역할을 맡고 있다. 정권 붕괴 후 권력의 진공기에 종교간 충돌과 같은 혼란이 뒤따르긴 했지만 치안 공백까지는 아니다.
그러나 고질적인 부족 간 반목을 안고 있는 리비아는 친카다피와 반카다피 진영으로 양분돼 치열하게 싸운 데다 지금의 과도국가위원회(NTC)는 치안 능력이 주변국 과도정부보다 약한 편이다.
최근 산업연구원(KIET)이 주최한 중동전문가 포럼에서 만난 서 교수는 이런 이유로 "리비아는 전반적으로 안정 회복이 만만치 않을 것"으로 진단했다. 리비아 재건지원은 이런 점을 고려해 신중하고도 치밀하게 이뤄져야 한다는 것이다.
중동은 이제 한국의 중요한 시장이자 국제 파트너로 떠올랐다. 중동의 교두보 격인 리비아에 성공적으로 뿌리를 내리는 것은 그래서 더욱 중요하다. 무작정 낙관하고 기대하기보다는 치밀한 전략과 꼼꼼한 준비로 우리 기업들과 리비아 국민 모두에게 이로운 재건 사업이 되기를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