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 대지진 1년, 무너진 '안전' 계속되는 '공포'

日 대지진 1년, 무너진 '안전' 계속되는 '공포'

뉴스1 제공
2012.03.10 11:46

(서울=뉴스1) 여인옥 기자=

3.11 대지진 약 한달 후인 지난해 4월 6일 미야기현 오나가와 마을 폐허 위에휘날리는 일장기  AFP=News1
3.11 대지진 약 한달 후인 지난해 4월 6일 미야기현 오나가와 마을 폐허 위에휘날리는 일장기 AFP=News1

2011년 3월 11일 금요일 일본의 하루는 여느 때와 다름없었다. 흐린 후 맑은 날씨 속에 질서 있고 안정된 삶이 전개됐다.

그러나 이날 오후 2시 46분, 한순간에 일본의 모든 것이 변했다.

화산과 지진 활동의 산물인 열도의 동북부지역에 리히터 규모 9.0의 대지진이 강타한 것이다. 이어 최고 높이 37m에 이르는 쓰나미가 동북부 해안 지역을 덮쳤다. 일본 현대사의 최악의 대참사가 발생한 것이다.

이와함께 2차대전 폐허속에 기적같은 성공 스토리를 일궈온 일본의 모든 신화는 깨졌다. 한때 미국을 위협하던 일본 경제는 예상보다 빨리 중국에 덜미를 잡히며 G2(2위 경제대국) 지위를 내주고,'안전 공화국'을 지탱하던 사회안전망도 쓰나미에 씻겨 사라졌다.

그로부터 꼭 1년. 일본은 아직도 상흔을 흠치며 엄청난 대재앙의 나락에서 벗어나기 위한 사투를 계속하고 있다.

◇후쿠시마 원전사고

지난해 3월 21일 일본 후쿠시마 제1원전 3호기에서 솟아오르는 검은 연기  AFP=News1
지난해 3월 21일 일본 후쿠시마 제1원전 3호기에서 솟아오르는 검은 연기 AFP=News1

지난해 일본 대지진이 과거의 지진들과 가장 크게 달랐던 점은 지진으로 인해 최악의 원전사고가 발생한 것이었다. ‘진상누각(震上樓閣)’인 일본에서 극단적으로 말하자면 원전은 ‘원자폭탄’과 ‘이음동의어(異音同意語)’가 될 수도 있음을 드러낸 것이다.

지진과 쓰나미로 정전이 되면서 후쿠시마 제1원전 원자로의 냉각 기능이 멈췄고, 1~3호기에서 잇따라 노심용융(멜트다운)과 수소폭발이 일어나면서 구소련의 체르노빌 원전사고와 맞먹는‘레벨 7’의 최악의 원전사고가 발생한 것이다.

대지진과 쓰나미는 일발로 끝났지만 원전사고는 아직도 계속되고 있다. 현재도 사고 원전에서는 시간당 6천만∼7천만 베크렐(Bq)의 방사성 물질이 나오고 있다.

원전의 높은 방사성 수치로 인해 사고 원자로 내부로 진입할 수 없어 원자로가 실제 어떤 상태인지 정확히 파악조차 못하고 있다.

일본 정부는 지난해 말 원자로 사고가 수습됐다며 ‘냉온정지상태’를 선언했지만 상당수 전문가들은 이 선언이 성급한 것이었고, 원전사고는 여전히 현재진행형이라고 비판하고 있다.

도쿄전력이 작성한 후쿠시마 원전 폐쇄를 위한 로드맵에 따르면 노심용융으로 녹은 핵연료를 회수하고 원자로를 해체하는데 최장 40년이 걸릴 것으로 예상된다.

원전사고로 방출된 방사성 물질은 63만(원자력안전위원회 추정)~77만(원자력안전보안원 추정)테라(테라=1조)Bq로 추정된다.

이러한 방사성 물질 방출로 일본의 육지와 바다는 ‘세슘 지옥’이 됐다. 후쿠시마 원전에서 나온 방사성 물질은 1만5000테라Bq로, 2차대전 당시 히로시마에 투하된 원자폭탄의 168.5개분에 해당하는 막대한 방출량이다.

노르웨이 대기연구소는 방출된 세슘-137의 양이 일본 정부 발표의 2배가 넘는 3만6000테라Bq이라고 밝혔다. 이는 옛 소련 체르노빌 사고의 42% 수준이다.

후쿠시마에서 방출된 세슘은 250km 떨어진 도쿄만의 해저까지 오염시켜 흙 1㎡당 최대 1만8242Bq의 방사성 세슘이 검출됐다.

◇인명피해 1만9126명

'기적의 아기'. 지난해 3월 14일 일본 미야기현 이시노마키에서 구조된 4개월 아기  AFP=News1
'기적의 아기'. 지난해 3월 14일 일본 미야기현 이시노마키에서 구조된 4개월 아기 AFP=News1

일본 동북부에서 수백km 떨어진 해저에서 발생한 지진은 2010년 아이티 지진(규모 7.0)보다 900배 강력한 에너지를 발생시켜 10층 빌딩 높이의 거대한 쓰나미로 일본 해안을 휩쓸었다.

아사히신문 등 일본 언론에 따르면 대지진과 쓰나미로 1만5854명이 숨지고 3272명이 실종됐다. 지진과 파도가 약 2만 명의 인명을 일순간에 삼켜버린 것이다. 이로 인해 초고령사회인 일본의 평균수명이 지난해 일시적으로 감소하는 기현상이 벌어졌다.

사망·실종자는 대부분 이와테(岩手)현과 미야기(宮城)현, 후쿠시마(福島)현 등 3개 현에서 나왔다.

사망 원인으로는 쓰나미로 인한 익사가 91%로 절대 다수를 차지했고, 화재로 인한 사망이 145명, 기타 압사 및 전신골절, 동사로 인한 사망이 667명이었다.

사망자의 65%는 60대 이상 노년층이었다.

◇지진 난민 34만 명

후쿠시마 원전으로부터 반경 20km 떨어진 ‘경계구역’은 사람이 살지 않는 ‘유령마을’이 됐다. '계획적 피난구역'인 반경 20∼30㎞ 마을에서도 상당수 주민들이 타지역으로 집단대피했다. 이들 지역의 피난 주민 8만5000명을 포함해 1년째 ‘지진 난민’이 된 주민은 34만2500명에 이르고 있다.

피난 생활이 길어지면서 타지에서 목숨을 잃는 피해지역 주민들도 속출하고 있다.

교도통신에 따르면 병사와 돌연사, 자살 등 ‘지진 관련사’로 숨진 피해지역 주민들이 1331명으로 집계됐다. 특히 원전사고가 발생한 후쿠시마현의 경우 피난생활이 장기화되면서 사망자가 더 늘 것으로 우려되고 있다.

◇재산피해 17조엔(약 238조원)

지진과 쓰나미로 집이 무너지고 도로가 갈라졌다. 일본 대지진으로 인한 도로 등 사회기반시설, 산업시설, 건물 피해는 총 16조9000억엔에 이르는 것으로 집계됐다.

일본 정부는 지진 피해지역을 복구하는데 5년간 16조2000억엔(약 220조원), 10년간 23조엔(약 313조원)이 필요할 것으로 전망했다.

대지진은 일본 기업의 줄도산을 일으켰다. 대지진과 엔고, 태국 대홍수 등 3재(災)가 겹치면서 510개 기업이 문을 닫았다.

일본의 간판기업들도 대재앙으로 인해 사상 최악의 적자를 기록했다. 지난해 파나소닉은 역대 최대인 7000억엔, 소니는 2200억엔의 적자를 냈고, 도요타자동차의 세후 순익은 2010년보다 51%나 감소한 2000억엔에 그쳤다. 세계 3위 D램 반도체업체인 엘피다 메모리는 결국 파산했다.

대지진은 일본 경제에 지각변동을 일으켰다. 지난해 일본은 대지진과 엔고, 유럽 재정위기로 인해 31년만의 무역적자를 기록했다. 이러한 적자행진은 올해도 이어져 지난 1월 일본의 무역적자는 사상 최대인 1조4750억엔(약 20조7700억원)에 이르렀다.

또 2010년 4.4%였던 일본의 경제성장률은 지난해 마이너스 0.9%로 곤두박질쳤다.

엔고는 물론 대지진에 따른 전력난과 부품공급난을 겪고 있는 일본 기업들은 장기적으로 부품공급선을 다변화하고 기업 해외이전을 추진할 것으로 보여 대지진으로 인해 일본 경제는 구조적인 변화가 불가피할 것으로 전망된다.

◇쓰레기 쓰나미

일본 대지진의 피해는 눈에 보이지 않는 피해와 눈에 보이는 피해로 나눌 수 있다. 전자는 토양과 바다의 방사성 오염이고, 후자는 산더미같은 쓰레기 공해다.

지진과 쓰나미로 무너진 건물 잔해 등 쓰레기는 2252만8000t에 이르는 것으로 집계됐다. 그러나 1년이 지난 현재까지 소각과 매립 등으로 처리된 쓰레기는 5%(117만6000t)에 불과하다고 교도통신이 보도했다.

호소노 고시(細野豪志) 환경상은 기자회견에서 2014년 3월말까지 쓰레기 처리를 마무리하기로 했지만 "현재의 추세대로라면 목표 달성이 매우 어렵다"고 말했다.

일본의 지방자치단체들이 방사성 물질에 오염된 지진 쓰레기의 반입을 거부하고 있어 청결하기로 유명한 일본의 거리 풍경에 오점을 남기고 있다.

일본 대지진 쓰레기는 일본 영해를 넘어 8000km 떨어진 미국 해안까지 흘러들고 있어 해양오염 우려가 커지고 있다.

지난해 3월 11일 일본 이와테현 미야코 마을을 쓰나미가 휩쓸고 있다.  AFP=News1
지난해 3월 11일 일본 이와테현 미야코 마을을 쓰나미가 휩쓸고 있다. AFP=News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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